북한은 ‘쌀밥에 고깃국 배급’ 환상 버려야

북한이 화폐개혁을 시행한 지 2개월이 지나고 있다. 북한정부는 이번 화폐개혁을 통하여 인플레 압력의 해소, 화폐가치 증가를 통한 재정능력 제고, 그리고 시장확산의 제어를 통한 통제경제 기능의 확대를 추구하였다. 그러나 북한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이번 화폐개혁은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화폐개혁이후 북한의 생산은 감소하였고 물가와 외화환율은 다시 급상승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반발로 정부에 대한 신뢰는 크게 손상을 입었다. 그 결과 화폐개혁을 주도한 인사가 징계를 받고 총리가 주민대표들에게 사과하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화폐개혁 직후 한국의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화폐개혁이 실패할 것이라고 예견하였으며 오히려 경제를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화폐개혁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의 전문가들이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들에 대하여 왜 북한정부의 관리들은 반대로 예상을 했을까? 그리고 앞으로 북한 경제는 어떤 변화를 보이게 될까? 북한 경제의 정상화 방안은 없는가? 이글에서는 이러한 질문들에 간단히 답해보기로 한다.


이번 화폐개혁이 실패한 첫 번째 이유는 ‘반시장화’를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1990년대초 정부의 배급기능이 마비되었고 주민들은 시장기능에 의존하여 생활해왔다. 근래에는 정부가 운영하는 공경제도 민간의 시장에서 원료를 공급받고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해왔다.


즉, 공경제와 사경제 모두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일정 부분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을 무시하고 화폐개혁을 통하여 시장에서의 거래를 과도하게 위축시킨 것이 문제이다.


게다가 화폐개혁과 함께 시장을 농민시장으로 다시 전환하고 국영상점을 회복시키려는 조치를 함께 시행하여 시장을 위축시키려고 시도하였다. 시장을 대체할 시스템도 없는 상황에서 시장기능의 위축은 생산의 감소를 야기할 수밖에 없었고 이 상황이 유지될수도 없었다.


둘째는, 외화거래의 폐지 때문이다. 외화거래 단속이 외부로 부터의 상품공급을 감축시켰기 때문이다. 북한내의 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상품이 중국산이라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으로부터 많은 상품이 공급될 수 있었던 이유는 구매력이 안정된 위안화나 달러화등 외화를 이용한 거래가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이번 화폐개혁에서 외화사용을 금지함으로 중국과의 교역이 타격을 입게 되었다. 그동안 북한내의 부족한 식량이나 상품생산을 대신 공급하던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급감하자 가격이 폭등하고 주민들의 생활은 더욱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셋째는 현재 북한경제내에서 화폐의 기능에 대한 이해 부족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북한에서 화폐는 ‘인민경제에 대한 국가적 지도와 통제’의 수단이었다. 그러나 2002년 7.1조치로 배급표를 없애고 화폐화를 단행함으로 화폐가 모든 경제행위를 매개하는 거래 기준이 되었으며 부의 축적수단이 되었다.


북한정부는 이번 화폐개혁을 통하여 화폐를 계획경제의 수단으로 다시 환원하려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화폐는 이전처럼 계획수행을 위한 계산단위가 아니라 주민들이 축적한 자산이며 생존의 한계에서 안전장치이므로 이를 폐기처분하려는 화폐개혁은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생산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화폐가 충분히 공급되고 순환되어야 하는 화폐의 기능에 대해서도 북한 정부는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졸지에 두달치 생활비에 해당하는 자산만 교환해주겠다고 발표한 것이나 후에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하여 교환한도를 거듭 수정하고 예금자산을 현금자산보다 10배나 더 높게 교환해주는 등의 조치는 북한당국이 적정화폐량에 대한 개념이 없이 화폐개혁에 임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경제가 이번 화폐개혁 조치의 충격에서 회복하는데에는 상당한 시일을 필요로 할 것이다. 북한 당국은 결국 화폐도 더 많이 공급하고 외화의 사용도 다시 허용하며 시장에 대한 제한조치도 완화하는 등의 정책을 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외형적으로는 경제가 서서히 화폐개혁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생산을 자극할 수 있는 적정규모의 통화량이 순환되고 이에 근거한 가격체계들이 형성되기까지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화폐개혁이 남기게될 가장 심각한 폐해는 북한화폐에 대한 불신과 시장기능에 대한 불안심리이다. 애써 축적한 화폐적 자산이 하루 아침에 휴지가 될 수 있고 시장에서의 경제활동이 언제라도 불법화 될 수 있다는 사례를 주민들이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주요 상품에 대해서는 외화거래가 심화될 것이며 외화는 중요한 자산축적의 수단이 되어 민간에 퇴장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민간에서의 외화환율은 더욱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북한내 물가인상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특히 사적으로 거래되는 자본비용이 더욱 높아짐으로 생산비용이 상승하고 물가인상 및 생산감소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북한경제가 정상적인 성장경로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시장기능을 완전히 수용하는 것외에는 대안이 없다. 북한의 계획경제는 국제적인 연계망을 상실하여 이제는 더 이상 작동할수도 없고 회복할 수도 없다.


북한정부는 계획경제의 복원이라는 환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이번 화폐개혁은 후계구도를 고려하여 정부의 통제력 회복차원에서 시행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후계구도가 성공하려면 통제력강화가 아니라 국민들의 생활개선이 먼저다. 진정한 체제안정은 국민들의 마음을 사는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쌀밥에 고기국’ 먹여주겠다던 지도자의 약속을 수십년째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통제력 강화는 오히려 반발만 초래할 뿐이다.


이제는 정부에서 직접 쌀밥과 고기국을 배급해주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오히려 부지런히 일하면 누구나 쌀밥에 고기국을 먹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시장제도가 성공하면 북한체제를 약화시키기 보다는 강화시킬 수도 있다. 경제개발에 성공한 신흥국들에서 장기집권 사례가 나타나는 것은 그 증거다. 시장경제를 전반적으로 도입하고 시장경제에 맞는 정책수단을 도입해야 정부의 기능도 회복할 수 있다.


그래야 북한의 후계구도도 안정시킬 수 있다. 이번 화폐개혁의 실패는 북한정부가 반대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한 결과 치루게된 비용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