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로하스(LOHAS)적 통일’ 추구해야 한다

지난 2월 16일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7회 생일이었다. 금년 생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남북한 모두에게 큰 의미를 주고 있는 것 같다. 북한 핵심 권력층들에게는 지난해 김 위원장의 건강문제로 잠시나마 ‘걱정’을 했기 때문에 그가 건강한 모습으로 67회 생일을 맞이한 것은 매우 기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67회 생일을 기점으로 북한이 남한에 대해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대북 적개심이 더욱 커지게 하고 있다.

북한은 현재 미국에 대해서보다 더 강한 톤으로 남한을 비난하고 있다. 남한이 6·15 공동선언 및 10·4선언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지난 해 4월 1일 이후 ‘이명박 역도’, ‘이명박 패당’ 등 사용할 수 있는 최고수준의 용어를 동원하며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현재는 비난의 정도를 넘어 공공연히 ‘전쟁불사론’을 천명하면서 NLL무력화를 공식화함으로써 서해상에서의 무력충돌까지 예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으로서 헌법상 북한의 대표인 김영남 위원장이 2월 1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7회 생일 ‘경축 보고’에서 “남조선의 반통일 호전세력에게 무서운 철추를 내리기 위한 투쟁”을 벌일 것을 선동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게 할 수 있겠지만 그는 1990년대 사회주의권 붕괴이후 불어 닥친 경제난 해결을 위해 그 누구보다도 개방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고, 군부를 비롯한 개방반대파들을 설득해 가면서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개발을 밀어부친 것은 사실이다.

금강산과 개성이라는 소위 ‘전연지대’에 대한 개방은 남북간 첨예한 군사적 대결 상황에서 아무리 절대적 권한을 가진 김 위원장이라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국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반대자들을 설득하면서 대남 개방을 실천하였다.

1998년 8월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강성대국 건설론’은 국가비전 제시를 통해 북한주민들을 이념적으로 통합시키고 남북관계 개선을 반대하는 군부 강경세력들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체계였다. 경제난으로 인해 북한의 주민들은 물론 권력엘리트들까지 사기가 저하된 상태에서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비전 제시가 필수적이었다. 현재 북한의 모든 담론은 강성대국 건설로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2012년을 ‘강성대국 건설 원년’으로 선포해 놓고 있다. 주체종교적으로 해석하면 ‘천년왕국’이 시작되는 해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행보를 보면 김 위원장이 과연 2012년까지 강성대국을 건설할 의지가 있는가하는 의문이 든다.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서는 외부의 도움은 거의 필수적 사안이다. 현재 북한의 ‘내부예비’는 거의 바닥이 난 상태이고 중국, 남한, 미국 등의 도움으로 근근히 연명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 도움이 없이 강성대국을 건설한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특히 북미관계 개선은 여타 국가들의 도움을 받기 위한 선결조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문제를 마냥 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움직임까지 보이는 등 기존의 ‘벼랑끝 전술’을 지속하고 있다.

실질적인 지원국이 될 수밖에 없는 남한에 대해서도 북한은 비방정도를 넘어서서 전쟁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북한이 한반도평화 운운한 것이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전쟁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을 한다면 한반도 평화는 요원할 것이다.

솔직히 북한의 군사력만으로는 한미연합군을 이길 능력이 없다. 비록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자폭용’이 아니라면 선제공격은 성공할지 모르나 미국의 반격 핵공격(counter nuclear attack)을 이겨낼 재간은 없을 것이다.

만일 북한이 재래식 무기를 통해 남한을 공격한 후 즉시 휴전에 돌입하여 정치군사적 승리를 쟁취하려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현재 남한의 태도로 보아 이를 그냥 넘길 것 같지도 않지만 비록 그 전술이 성공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는 한민족 모두의 합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은 그 동안 수없이 많은 문건을 통해 평화를 주창해 왔다. 그런데 평화는 말로만 주창하다고 해서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행동으로 증명해 보여야 하는 것이다. 행동이란 바로 대화고 타협이다. 이를 무시한다면 역으로 남한이 북한의 언행을 문제 삼아 무력공격을 한다고 해도 북한은 이를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북한은 우리 민족이 한반도 평화통일을 원하는 이유를 올바로 알아야 한다.

우선 평화적으로 통일하려는 이유는 조상이 물려준 우리 국토를 온전히 보존하려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1950년에 조상들의 희망을 짓부순 적이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다음으로 한반도 통일을 통해 우리 민족만 잘 먹고 잘 살려는 ‘웰빙(well-being)적’ 통일은 현대 국제정치적 상황과는 맞지 않은 것이다. 한반도 통일이 주변국들의 축복 하에, 주변국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것이어야 장수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그것이 주변국들에게 해를 주는 형태가 된다면 통일과정에서는 물론 통일 이후에도 주변국들과 끊임없는 분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통일이 우리자신뿐만 아니라 주변국 모두에게 평화와 행복을 주는 ‘청정 통일’ 즉 ‘로하스(LOHAS: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적’인 것이 되어야 할 소이(所以)가 여기에 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