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대내외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는가?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5월과 8월 중국을 방문했고, 8월 하순에는 러시아를 찾아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 방문에서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 러시아 방문에서는 양국관계의 실용적 경제성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김정일 위원장의 경제 개선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실증적 사례였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의 대(對)중·러 외교 강화와 경협 확대 추진을 통해 그동안 누적돼 온 북한체제 위기가 어느 정도 완화될 조짐이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 하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북한의 체제위기론 및 급변사태, 남북한 조기통일 준비 논리도 잠시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체제 불안정 문제가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온 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과 후계자의 급부상, 이명박 정부의 원칙적인 대북접근 견지가 계기가 되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한 관계는 북한의 잦은 도발과 비핵화 거부로 경색국면에 진입했고, 남한과의 경제협력이 중단됨에 따라 북한의 식량위기가 가중됐다.  


북한은 최근 몇 년간 김정일의 3남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를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김정일의 건강악화가 북한체제 내의 정치적 불안정을 발생시키고 권력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독재권력에서 후계자의 긴급한 부상은 체제 위기와 결부돼 해석될 여지가 있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이후 김정일의 3남 김정은의 후계자 공식화가 매우 긴급하고 당황스러운 모습으로 이루어졌다.


후계자 김정은은 2010년 9월 당대표자회 직전 인민군 대장 군사칭호를 받았다. 그리고 당 대표자회에서는 당 군사위 부위원장직을 신설해 이 자리에 임명됐고, 동시에 다수의 김정은 측근들에 대한 정치적 배려 인사가 이어졌다. 후계자 공식화와 함께 부분적인 정치구조의 변화가 이뤄진 것이다. 
    
북한의 경제상황은 생산구조의 왜곡과 구조적인 식량부족 현상으로 단기간에 회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경공업(인민소비품 생산 분야)의 발전과 지하자원 개발 희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악화된 북한경제의 현주소를 추론할 수 있게 만드는 부분이다. 식량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한은 영국, 폴란드, 심지어 짐바브웨에까지 식량지원을 요청했다. 


더욱이 북한이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판단된 사실은 반복적인 대남도발 사안 때문이었다. 북한을 고립시키고 있는 북핵문제는 검증의견의 불합치를 이유로 6자회담이 중단됨으로 인하여 해결의 가능성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남한의 비핵화 요구로 경색된 남북한 관계는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이어져, 남북관계는 극단의 악화 상태에 놓였다. 


미국과 일본의 협력 아래 비핵화 정책을 견지해 온 이명박 정부를 상대로 2008년부터 반복적으로 시도된 북한의 대남도발은 여러 측면에서 역효과를 불러왔다. 북한은 남한주민의 ‘한반도 분쟁 거부감’을 자극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수정해보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남한 주민의 안보의식이 고양된 연평도 포격사건에 이르러서는 북한의 대남도발이 더 이상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만을 확인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이처럼 북한의 대내외 정책 추진상황은 결과적으로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의 고립을 심화시켰고, 경제적으로는 생산구조와 식량문제의 악화로 연결되는 듯이 보였다. 김정일 정권에게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반전시킬 뾰족한 수가 없어 보였다. 


북한은 비관적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2011년 상반기에 남한과의 대화를 부단히 요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비핵화와 북한의 도발에 대한 사과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해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결국 북한은 전통적인 우방인 중국 및 러시아에 대한 정치외교적인 접근과 경제지원 요구로 되돌아 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선택은 중·러의 협조 하에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필요조치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의도하는 내용으로는 미국과의 경색관계 개선시도, 이후 6자회담 개최를 통한 비핵화 의사표현과 국제사회의 압박 완화 및 제재 개선 등의 방안을 내포한다고 할 수 있다.


2011년 하반기 북한의 현실을 들여다 볼 때 그들이 직면해 온 어려움을 이렇다 하게 타개할 상황은 아니다. 다만 극복 방법의 일환으로 대내외 정책을 강경 일변도에서 합리적인 유화전술로 변화를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일의 직접 지휘 아래 전술적 전환을 통해 대중, 대러 관계를 강화하고, 그들의 경제상황 개선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핵포기를 거부하는 북한에 대해 남한이 비판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동안, 북한은 6자회담 재개 문제에 능동적으로 접근하여 미국은 물론 일본까지 북한의 태도를 부정할 수 없도록 만들려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될 수 있는 김정은 후계구도의 진행을 늦추고, 김정일이 직접 행동에 나섬으로써 김정은의 후계자 수업을 조절하고 있는 것도 새로이 발견되는 현상이다.
   
향후 정부가 고려할 사안은 현재 북한이 태도를 전환하여 종래 직면해 온 어려움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부분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대안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남북관계 주무 장관이 교체된 시점이 북한의 태도 변화와 맞물린다면, 다음 단계는 보다 유연하고 현명한 대북정책이 요구되는 상황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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