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각본 대로 움직이는 거대한 영화세트장”






나쁜나라들
<사진=안그라픽스 제공>
토니 휠러의 『나쁜 나라들』을 선택한 독자들은 십중팔구 여행 전문가라는 저자의 이력에 이끌렸을 것이다. 그는 영국에서 태어나 파키스탄, 서인도, 미국에서 성장기를 보낸 다국적 문화 체험자다. 그의 청년기는 1970년대, 히피 문화가 청년문화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던 때였다. 그 역시 히피 트레일을 따라 유라시아를 여행했다.


그후 그는 여행 가이드북 『론리 플레닛 가이드』를 저술했다. 지구의 막다른 골목을 찾아 나선 그의 여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여행가로서의 끊임없는 도전은 그를 최악의 독재국가, 악의 축으로 명명되는 9개의 ‘나쁜 나라들’로 이끌었다.


책에는 단순한 여행으로 즐기기에는 위험한 ‘나쁜 나라들’을 방문한 경험담과 이들 나라의 주요 관광지 소개와 일반적 사회․문화 수준이 정리돼 있다. 또한 이 책은 ‘나쁜 나라들’이 왜 나쁜지 이해하기 쉬운 설명과 이를 뒷받침 해주는 역사적 사실과 국제 정치의 현실을 적절히 제시 해 주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국가를 여행하며 경험했던 문화의 상대성을 강조 한다. 그는 이 상대성의 개념에 대해 “모든 사안에는 양면성이 있음을, 그리고 한 나라의 테러리스트가 다른 나라의 독립투사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 한다. 그럼에도 꼭 판가름 해보아야 할 나쁜 나라의 세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이를 ‘악의 계수(the Evilmeter)’라고 이름 지었다.


리비아, 버마, 북한, 사우디아라비아, 아프가니스탄, 알바니아, 이라크, 이란, 쿠바. 이들은 토니 휠러에 의해 가장 높은 ‘악의 계수’를 받은 국가이다. 저자는 ‘악의 계수’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임을 강조 하지만 선정 국가들은 독자들의 공감대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고 있다. 


저자가 먼저 제시한 ‘악의 계수’ 기준은 ‘자국민을 어떻게 다루는 가’이다. 휠러는 독재자의 폭압 혹은 이념과 종교 등에 의한 기본권 훼손으로 인해 국민의 삶이 피폐해 진 리비아, 북한, 사우디아라비아에 높은 ‘악의 계수’를 주었다. 리비아의 경우 독재자 가다피의 비정상적인 통치 행위를 비꼬며 황량한 거리 풍경, 낙후된 경제 수준 등을 소개했다. 


다음은 ‘테러리즘에 대한 연관성’이다. 휠러는 항공기 테러, 여행객 테러를 강력하게 비난한다. 특히 리비아, 북한, 이란, 아프가니스탄,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제 테러범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배후로서 휠러의 비난을 사고 있다. 저자는 알카에다의 수장 빈 라덴의 자금원이 존재하는 곳이며 암묵적 이슬람 테러 지원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중적인 모습을 고발했다.         


마지막으로 나쁜나라 조건에 ‘다른 나라에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가’를 꼽고 있다. 그는 주변국에 가장 큰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 ‘과도한 군사력’을 뽑고 있다. 특히 핵무기 개발은 주변국들에 긴장감을 조성하고 전쟁의 위험성 또한 증가 시키고 있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핵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란, 북한은 여지없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은 그에게 ‘나쁜 나라’를 관망하는 기준은 다소 가볍고 위트가 넘친다. 예를 들어 리비아를 여행 하며 남긴 기록에는 음주를 금지하는 강압적인  법을 통해 리비아 정부의 민중 독재의 수준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리비아의 실질적인 지도자 가다피의 독특한 행동과 기이함, 옷차림 등을 ‘독재자계의 피터팬’ 과 같은 표현으로 유쾌하게 꼬집는다. “마치 거대한 영화 세트장, 그리고 짜여진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배우를 보는 것 같았다”는 북한 여행에 대한 소감은 북한의 현실과 독재 권력에 의해 조작된 이미지를 구분해 판단하지 못하는 일부 한국의 친북 세력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가장 궁금한 것은 가장 높은 악의 계수를 받은 국가는 어디일까 이다. 휠러는 단연 북한을 최악의 국가로 꼽는다. 북한은 인권탄압, 전쟁위협, 테러위협 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예상 가능성을 제고 한 것이 아니라 이미 자행 되고 있으며 확증된 사례로써 판단된 것이다. 휠러는 각 ‘나쁜 나라들’의 상황을 소개하는 중간마다 북한과의 비교를 시도했다. 비교 평가에 대한 그의 결론은 항상 “그래도 북한  만큼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휠러는 “지구상에서 북한만큼 개인숭배에 심취해 있는 국가는 없다”며 “경제적 자유는 물론 사는 곳, 일하는 곳을 선택할 수 없으며 위대한 수령님과 그 후계자를 숭배 하는 것 외에 종교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또한 항공기 폭파, 학생납치, 위조지폐 제조 및 거래, 암살 등 그동안 북한 정권이 자행한 범죄의 전말을 지면에 담았다.


그가 북한 정권에게 가장 분노한 것은 자국민을 통제하는 독재 권력의 만행이다. 그는 제한된 관광 가이드와 그 이상의 것을 보려했을 때의 가해지는 위협, 그리고 죽은 지도자의 동상 앞에 절을 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통해 북한을 지배하는 독재 권력의 공포를 묘사했다.  


저자는 9개의 나쁜 나라 외에도 해적이 창궐하는 소말리아, 희대의 독재자 무가베로 인해 고통 받는 짐바브웨, 마약거래의 중심지 콜롬비아, 최근 인도에서 자행된 테러의 배후로 지목 받는 파키스탄 등을 그 밖의 나쁜 나라로 지정하고 간략한 정세를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