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北인권 단체에 대한 테러기도 중단해야



김정일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으로 2300만 북한 인민들을 노예로 삼고 평생을 절대군주로 살아왔다. 두 차례 지하 핵실험으로 전 세계를 긴장 시키고, 기습적인 어뢰공격으로 우리 해군 46명을 전사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전 세계와 대결 모드를 조성하는 ‘통큰 지도자’ 김정일에게도 두려운 대상이 있을까? 최근 북한 행태로 보면 김정일은 북한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는 인사와 단체들을 극히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10여 년 간 탈북자 및 북한인권 단체에 대한 관련 정보를 수집·제공한 혐의로 국군기무사령부에 적발돼 지난달 18일 구속 기소된 전향 간첩 한 모씨(63세)의 첫 공판이 열렸다.



검찰이 이날 재판부에 제시한 공소장에 따르면 한 씨는 1996년부터 북한 공작원에게 황장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전 노동당 비서) 활동 관련 정보를 제공했고, 북한민주화네트워크와 자유북한방송, 하나원 등 북한인권 및 탈북자 관련 단체 및 기관에 대한 동향과 관련 정보를 공작원에 수시로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1969년 무장간첩으로 전북 고창군 해안에 침투했다 체포된 뒤 전향해 건설회사 등에 근무했던 한 씨는 1996년부터 최근까지 북한 정찰총국이나 보위사령부 소속 공작원과 수차례 접촉해 지령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권총 및 실탄 20발을 소지했던 것으로 드러난 한 씨는 북한으로부터 “이한영(김정일의 처조카·1997년 피살)씨를 살해하라”거나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소재를 파악하라”는 등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한 씨가 소지했던 실탄이 이 씨 피살에 사용된 실탄과는 다른 것으로 밝혀져 이 씨 사건은 제3의 인물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지난 7월에는 황 전 비서를 살해하라는 지령을 받고 위장탈북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북한 정찰총국 공작원 김명호(36)와 동명관(36)에게 각각 징역 10년과 자격정지 10년씩이 선고되기도 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테러가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날 뻔 했다.



이처럼 황 전 비서가 북한 공작원의 주 타깃이 되는 것은 1997년 망명 이후 고령에도 불구 김정일 체제에 대한 비판과 북한 민주화에 대한 전략을 각종 강연과 매체를 통해 꾸준하게 설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이하 북민넷) 창립 10주년 행사에서 “중국 동북지방의 조선족 교포 80만 명을 잘 포섭해 북한에 들여보내면 북한 민주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올해 4월 대학생 대상 강연에선 “우리가 가장먼저 해야 할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우리 우방국들과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을 자극해 북한과 떼어내는 전략을 써야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비서와 같은 탈북자뿐만 아니라 남한 출신 북한민주화 운동가들도 김정일에게 눈엣가시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전향 간첩 한 씨 사건에서 보듯 북한 공작기관의 주요 타깃은 북한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는 탈북자 및 관련 단체다. 그 중 눈에 띄는 단체는 ‘북민넷’이다. 이 단체는 한때 북한체제에 우호적이었던 주사파 운동권들이 북한의 실상을 깨닫고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1999년에 창립한 단체다.



지난 2000년에는 이 단체 앞으로 ‘북한 민주화운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테러를 가하겠다’는 협박편지와 함께 입이 찢어진 채 난자된 실험용 쥐 5마리가 소포로 배달되기도 했다. 한기홍, 김영환, 홍진표, 조혁, 조유식 등 5명에게 배달된 편지에는 “희대의 변절자들인 김영환과 그 일당들은 냉전수구세력, 국가보안법, 외세와 함께 당장 퇴장할 것을 엄중 경고한다”고 쓰여 있다.



편지 끝에는 북한 연호로 주체 89년 12월19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당시 경찰은 북한공작원이나 친북단체의 행위로 보고 수사에 나섰지만, 끝내 배후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최근에는 해외에 상주하는 데일리NK 특파원들도 북한 납치조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본지는 2004년 창간 이후 북한의 공개총살 동영상, 북한 슈퍼노트(100달러 위조지폐) 제작, 화폐개혁 등 수많은 특종을 터트렸다. 이와 함께, 김정일 정권의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 통치 행위나 대외전략 등에 대해 깊이 있고 사실적인 분석, 즉각적인 보도를 통해 국내외에 큰 반향을 불러왔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특히 본지의 보도는 남한 내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타고 시시각각 거의 전 세계의 보도매체를 통해 전파된다. 때문에 3대 독재세습을 통해 봉건왕조를 완성시키려는 김정일 정권에게 데일리NK는 두고두고 머리를 아프게 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김정일 독재를 종식시키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북한민주화 운동가와 관련단체들은 북한의 테러 협박에 항시 노출되어 있다. 이 협박은 현재 진행형이고 언제 현실로 다가올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온갖 테러 위협과 공작이 자행되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은 김정일 독재가 종지부를 찍는 날까지, 그리고 북한 인민들이 자유와 인권을 누리게 될 그날까지 결코 북한민주화 활동가들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김정일의 테러 위협에 굴복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김정일이 탈북자와 북한 인권단체에 대한 협박과 테러 기도를 계속할수록 이들의 활동은 더욱 정당성을 부여 받게 될 것이다. 김정일이 북한 민주화와 인권 관련 활동을 막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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