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영화 전문 이명자 연구원

“북한에서 인기있는 영화는 남한 사람들도 재미있어 합니다. 북한 영화 연구는 차분히 ‘남북 문화’의 통일을 준비해 가는 과정이 아닐까요.”

이명자(38) 동국대 대중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이 대학 연극영화과에서 2005년 ‘김정일 통치시기 가족 멜로 드라마 연구 – 북한 근대성과 그 변화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내에서 북한 영화는 주로 사회학, 정치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북한 사회나 정책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연구해 왔다. 이른바 ‘1세대 연구자’들이다. 이들은 북한 영화를 이데올로기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연구한 게 특징.

그러나 이는 북한 영화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이 연구원의 주장이다.

자신처럼 북한 영화를 내용과 장르, 배우, 영화사(史), 촬영기법 등 영화 그대로 연구하는 사람들은 ‘2세대 연구자’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내에는 이효인(47) 전 한국영상자료원장이 2002년 ‘북한의 수령형상 창조 영화 연구’라는 논문으로 중앙대 영상예술학 박사를 받는 등 북한 영화를 전문 연구하는 소수의 학자나 연구자가 있지만 아직 저변이 미미한 수준이다.

학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던 이 연구원이 북한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동국대 연극영화과 석사 과정을 밟던 지난 2000년.

드라마 장르, 그중에서도 가족.멜로 드라마를 연구하다 우연히 북한 영화를 접해 특히 가족을 중시하는 북한 영화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북한 영화는 최고 지도자를 ‘아버지’로, 당을 ‘어머니’로, 인민을 ‘자식’으로 각각 묘사하는 ‘가족 중심의 서사 구조’를 가진 점이 특히 그의 관심을 끌었다.

이 때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북한 영화에 매달렸고, 박사 학위도 받았다.

그는 북한 영화에 대해 “기승전결이 명확하고 교훈을 주려는 목적이 분명한 게 특징”이라며 “다양성이 부족하고 주제가 너무 명확”한 게 단점이지만 “영상보다 시나리오를 중시해 이야기가 세밀하고 대사도 자세”한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가 좋아하는 북한 배우는 ‘홍길동’의 리영호와 ‘한 여학생의 일기’에 나온 박미향, ‘도시처녀 시집와요’의 리경희, 목소리가 매력적인 김용민 등이다.

시나리오 작가로는 ‘열네번째의 겨울’, ‘자신에게 물어보라’ 등의 작품을 쓴 리춘구를, 감독 중에서는 장길현을 좋아한다.

이 연구원은 “북한 영화도 유행이 있다”면서 1970-80년대 남한에서 반공.수사물이 유행했던 것처럼 북한에서는 첩보물이 인기를 끌었다고 소개했다.

그가 소개하는 북한의 대표적 미스터리.스릴러 첩보물은 ‘목란꽃은 피었다’ 시리즈와 ‘적후의 진달래’, ‘검은 흑장미’ 등이다. 이런 영화들은 미모의 여자 스파이가 적국의 정보를 빼내는 등의 활약상을 그려 북한에선 ‘반제국주의 정탐물’이라고도 부른다.

1970년대엔 코미디 영화 시리즈도 등장했다고 이 연구원은 설명했다.

대표적인 것은 “집안 문제를 통해 비유적으로 사회 문제를 얘기하는 내용”인 ‘우리집 문제’ 시리즈.

당 간부들이 좋은 아파트에 가기 위해 입사(入舍)증을 빼돌리거나,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갈등을 빚는 장면도 영화에 등장한다.

그는 “북한에서 큰 인기를 끈 ‘한 여학생의 일기’ 같은 영화는 남쪽 학생들도 재미있어 한다”면서 “특히 주인공이 가족, 진로 문제로 갈등하고 고민하는 모습은 우리의 상황과 똑같다”고 남북한 영화에 흐르는 정서의 유사성을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영화를 통해 북한 사회를 숱하게 간접 체험했지만 정작 방북 경험은 “금강산에 관광차 한번 가본 게 전부”다.

그래서 “북한 사회를 직접 경험하지는 못한 채 뜬구름만 잡고 있는 게 아닌가 고민도 합니다”며 웃었다.

북한 영화 전반에 대한 그의 평가는 “1970년대까지는 꽤 높은 수준”이었지만 “그 이후 경제가 나빠지면서 제작기술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고 “소재나 주제에 제약이 많다는 한계”도 있다.

이 연구원의 관심사는 “북한 영화를 일반 대중에게 더 널리 알리고 보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영화와 근대성'(2005), ‘북한영화사'(2007)라는 책도 냈고, 잡지 ‘민족21’에 ‘영화로 만나는 남북의 문화’를 주제로 3년째 남북한 영화를 비교하는 글을 연재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북한영화종합정보망 구축을 위한 기초조사’ 프로젝트도 따내 1995-2006년의 북한 영화에 관한 정보를 정리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앞으로 “북한의 액션 영화, 코미디 영화 등 특정 장르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소책자 연구서를 써보고 싶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북한 영화 연구는 가치가 있고 재미도 있다”면서도 “저변이 확대되려면 장래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며 북한 영화 연구자로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학이나 연구소가 교수나 연구원을 임용할 때 북한 영화 전공자를 따로 뽑지 않고, 대학에도 북한의 영화와 관련된 과목 수는 매우 적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독일 통일의 사례에서 보면 정치.제도의 통일은 비교적 쉬운데 문화의 통합은 상당히 어려웠다고 한다”며 “지금부터라도 북한 문화에 대해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통일이 되면 남한의 체제를 위주로 북한의 것을 통합하자는 생각이 많은 것 같은데, 남북의 두 문화가 공존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도 필요하다”며 “그게 좀더 유연한 통일을 이루는 길”이라고 주장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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