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중국산 담배 사라지고 있다”

▲북한에서 생산되고 있는 담배들. 좌로부터 고양이 담배로 불리는 캐러밴, 동양, 뻐꾹ⓒ데일리NK

최근 북한의 담배공장들이 위조품 생산에서 저가형(低價) 자체 브랜드 생산으로 눈을 돌림에 따라 북한산 담배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내부소식통은 8일 ‘데일리엔케이’와 통화에서 “맛 좋고 비싼 담배부터 일반 백성들이 피울 수 있는 눅거리(값싼) 담배까지,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담배가 수십 가지에 이른다”며 “이제는 시장에서 중국산 담배나 외국산 담배를 찾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제는 한 곽(갑)에 500원 짜리 담배도 나오고, 개인들이 생산하는 담배 중에는 300원짜리 눅거리도 있다”며 “쌀값과 비교해보면 지금 담배 값은 엄청나게 싸졌을 뿐만 아니라 가격대비 품질도 괜찮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중국산 담배 수입액은 2000년 이후 매년 증가세를 보이다 2003년에는 9백40만 달러 수준까지 높아졌다.

소식통은 “담배장사꾼들의 경우 과거에는 중국산 담배나 ‘고양이 담배’를 확보하기 위해 항상 경쟁이 치열했지만, 이제는 북한산 담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담배공장의 생산량도 늘어나 여유있게 장사하는 편”이라며 “가내수공업으로 담배를 만들던 개인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담배, ‘위조’에서 ‘독자개발’로 전환

북한은 1990년대 초반 동구 사회주의 몰락의 후폭풍을 겪으면서 ‘외화벌이’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이에 따라 초기투자비용이 적고 이윤율과 환금성이 높은 ‘마약’과 ‘위조담배’에 눈을 돌리게 됐다. 1992년부터 일본의 ‘마일드 세븐’, 영국의 ‘크라운’, ‘555’, ‘던힐’ 등을 모방한 위조담배들을 대거 생산했다.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북한 당국이 독점하던 ‘위조담배 시장’에 개인들과 중간 간부들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남포와 평성, 평양 등지에서 개인들의 위조담배가 등장해, 장마당에서는 담배장사꾼들과 주민들 사이에서 가짜담배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 담배공장 노동자들이 위조담배의 포장지를 몰래 빼내 개인 담배제조업자들에게 팔아먹으면서 공장의 담배 생산에까지도 막대한 지장을 줬다.

북한 당국은 급기야 2000년부터 개인 담배제조자들을 처벌하거나 위조담배들을 몰수하는 등의 조치를 이어갔으며, 담배공장 노동자들은 출퇴근 시 노동자들의 몸을 일일이 검사하는 등 통제 수위도 높였다. 2003년에는 남포에서 위조담배 제조자들을 집중 단속해 노동단련대에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2002년부터 대학들의 컴퓨터 관련 학과들과 일부 기업소에 프린터 기기가 허용되면서 이러한 통제정책은 허점을 드러냈다. 프린터 관리자들과 결탁한 개인담배 제조업자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담배 포장지들을 찍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담배 잎 생산은 개인, 가공은 담배 공장

북한 당국이 담배와 관련해 내수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다. 북한 최대 담배생산지는 평양시 룡성구역에 있는 ‘룡성담배공장’으로, 북한산 위조담배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조담배 생산으로 매출이 늘자 1997년부터 노동당 39호실(김정일 비자금 조성․관리 부서)에서 룡성담배공장을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최고급 담배로 불리우는 ‘CRAVEN’, 일명 ‘고양이 담배’도 이곳에서 생산된다.

‘CRAVEN’ 초기 가격은 중국산 담배 ‘紅梅’, ‘BAT’, ‘長白山’, ‘天平’보다 훨씬 비쌌다. 한 갑에 쌀 2kg과 맞먹는 가격이었지만 북한 간부들과 부유층 속에서는 ‘돈 주고도 못 구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인기를 끌었다. 당시 북한 내에서 팔리는 중국담배들은 보통 쌀 1kg에 해당하는 가격이었다.

합영 및 자체 개발로 생산된 담배를 통해서 짭짤한 수입을 올리던 북한 당국은 2003년부터 원료 난으로 가동을 멈추었던 담배공장들까지 총 동원하여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2002년 라진-선봉지역에서 중국 업체들과 합영 생산한 ‘라선’과 ‘선봉’이 중국담배들보다 싼 값에 출시되기도 했다.

국내 생산이 활성화되면서 공장마다 값싸고 맛 좋은 담배를 생산하기 위한 제품경쟁도 치열해 졌다. 이런 과정에 경쟁에서 밀린 개인 담배제조자들은 모두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담배 공장 기술자로 흡수됐다.

담배 생산처럼 하면 가난할 이유 없어

소식통은 “요즘에는 담배공장들에서 농촌들을 찾아다니며 심어서 개인들이 말린 담배 잎까지 구매한다”며 “말린 담배 잎은 질에 따라 값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꽤나 정성을 들인다”고 강조했다.

소식통은 또한 “사람들이 지금 나오는 국내 담배들을 보면서 ‘이래서 개혁 개방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담배를 만드는 것처럼 다른 물건들도 이렇게 생산하게 하면 더 이상 가난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한편, 현재 평양의 룡성담배공장에서는 ‘평양’, ‘건설’, ‘현무’, ‘꿀벌’, ‘대성산’, ‘동양’, ‘사슴’, ‘갈매기’ 등이 생산되고 있으며, 성천 담배공장에서는 ‘해당화’, ‘용광로’, ‘등대’, ‘만병초’ 등이 생산된다.

또한 북한 군인들의 담배를 전문 생산하는 회령 곡산공장에서는 ‘백승’, ‘일당백’, ‘초병’, ‘풍년’ 등이 생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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