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살아도 좋으니 납북된 아들 만나게만…”

▲ 1977년 고등학교 2학년 당시 납북된 이민교 씨 ⓒ데일리NK

“우리는 비전향 장기수도 보내주고, 비료니 쌀이니 퍼준 게 얼마입니까. 정부가 원망스러워요.”

지난 1977년 고등학교 2학년생이던 아들 이민교 씨를 북한에 납치당한 어머니 김태옥(75) 씨가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했다. 20일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 자리였다.

김 씨는 “내 나이가 이제 일흔이 넘었다. 아들이 거기(북한) 살아도 좋으니 내가 북한에 가서라도 한번만 만나고 싶다”며 애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민교 씨는 지난 1977년과 78년에 걸쳐 북한에 납북된 최승민, 홍건표, 이명우 등 5명의 납북 고교생 중 한 사람.

나머지 한명의 납북 고교생은 지난해 6월 금강산에서 진행된 제14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어머니와 재회한 김영남 씨다.

우리 정부는 2003년 이후 북한에 이들 납북 고교생들에 대한 생사확인을 수차례 요구해왔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대부분 ‘확인불가’를 통보해왔다.

이날 김 씨는 “아들의 생사를 모르다가 10년전 안기부 직원이 찾아와 아들 사진을 보자고 하더니 아들이 북한에 살아있다고 하더라”면서 “이후 경찰들이 이따금 찾아와서 간첩 교육을 받고 되돌아올지도 모르니 신고를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 씨가 현재 북한에서 대남공작원을 상대로 실시하는 이남화(以南化) 교육장에서 환경관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 씨는 “나는 아들 송환만 바란다. 아니 한번만 상봉이라도 시켜주면 죽어도 원이 없다”면서 “북한은 왜 자식도 못 보게 하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우리 정부를 원망해야 하나, 북한을 원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제발 한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한편 이날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납북 고교생들이 다른 납북자보다 편하게 지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특히 이민교 씨는 북한의 특수기관에 있으며, 잘 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1975년 납북됐다 올해 1월 32년 만에 고국으로 귀환한 최욱일(67) 씨가 참석, “2000년 한국이 북한에 비전향 장기수를 송환한다고 할 때 납북자를 돌려보내지 않을지 하고 큰 기대를 했었다”며 “한국이 왜 돌려보내주기만 하고 가만히 있었나(납북자 송환은 요구하지 않았나) 궁금했다”고 말해 납북자 문제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꼬집었다.

최성용 대표는 “납북자·국군포로 문제를 푸는 것은 김정일의 손에 달려있다”면서 “북한이 일본 납북자 문제는 인정하면서도 우리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는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