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피에로가 사라진 사연

피에로(어릿광대)는 서커스 공연 사이사이에 등장, 희극적 동작으로 관중의 웃음을 자아낸다. 커다란 신발에 인형같은 분장의 피에로는 한마디로 서커스에서 ‘약방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북한의 서커스 공연에서도 피에로가 등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어릿광대는 사라졌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 계열 잡지 ‘조국’ 10월호는 이와 관련한 일화를 소개했다.

북한 최고의 서커스 희극배우로 꼽히는 인민배우 윤광섭(72)씨는 1971년 4월 어느날 평양 김일성경기장(당시 모란봉경기장)에서 열린 체육대회에서 평양교예단을 응원하고 있었을 때 김 위원장의 부름을 받았다.

당시 그는 ‘매생이’(작은 배)만한 구두를 신고 어릿광대 분장을 한 그대로 주석단(귀빈석)에 나온 김 위원장에게 달려갔다.

김 위원장은 그에게 ‘막간극’(공연 사이에 하는 희극)에 대해 물어본 후 “기형적인 어릿광대 극을 하지 말고 우리식의 혁명적인 막간극을 더 많이 창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북한에도 이러한 ‘어릿광대 극’이 많이 이뤄졌다.

북한의 예술잡지 ‘조선예술’(2004.3)도 ‘교예(서커스) 막간극 창조의 새 역사’라는 기고문에서 “장군님(김 위원장)에 의해 세기를 두고 답습해 오던 흥미 본위의 어릿광대 극에 종지부가 찍어졌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1971년 5월5일 평양교예단을 시찰하면서 “아무런 교양적 가치도 없이 순수 웃음을 자아내는 어릿광대 극을 만들어 내놓는 것을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교예 막간극도 교예인 것만큼 그 형상(形象.표현)적 특성에 맞게 화술을 기본으로 하지 말고 동작을 기본으로 해야 하며 높은 교예 동작과 기교를 잘 살려야 한다’는 북한식 막간극 지침을 밝혔다.

이와 함께 ‘혁명’적인 내용을 담아 관객들이 웃으면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잡지 ‘조선예술’은 ”사상성과 예술성이 결합되고 교예의 특성이 철저히 구현된 새로운 형식의 교예 막간극 창조의 역사가 시작되게 됐다“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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