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선물’과 ‘기념품’의 차이를 아시나요?

▲ 교복을 입은 북한 어린이들 ⓒ북한TV화면 캡쳐

23일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은 “북한이 외화부족으로 올해 김정일 생일날 선물공급을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것을 일부에서는 ‘미국의 대북금융제재 조치의 효과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관측하고 있다. “올해 선물은 각 지방에서 조달하라”고 했다는 북한 중앙당국의 지시를 ‘자금 고갈’의 한 징표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에서 자체로 선물을 공급하라’는 지시는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예전에도 간부들에게 주는 ‘선물’은 중앙에서 직접 내려 보냈지만 학생들에게 주는 ‘선물’은 대부분 지방에서 자체적으로 부담했다.

어린이들에게 주는 선물은 지방에서 자체 조달

‘선물’이라는 용어의 의미는 남북이 서로 다르다. 남한에서는 연인끼리, 부모 자식간에, 동료들 사이에, 지인들끼리 주고받는 것을 ‘선물’이라고 하지만, 북한에서는 수령이 인민에게 하사하는 물품만을 ‘선물’이라고 한다. 따라서 북한 일반 주민들 사이에 주고 받은 물건은 선물이라고 하지 않고 ‘기념품’ 정도로 부른다.

북한 중앙당국이 처음으로 ‘선물’을 지급한 것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7년 김일성의 65회 생일을 맞아 전국의 어린이, 학생들에게 교복과 당과류를 선물해 준 것이 ‘선물’의 효시다.

북한 고등중학교 교과서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 혁명력사’에는 “수령님의 탄생 65돌을 맞아 당(黨)자금으로 전국의 학생들에게 옷을 해 입히겠다”고 김정일이 선언하면서부터 ‘사랑의 선물’이 시작되었다고 적혀있다. 이때부터 ‘선물’은 수령의 은덕을 상징하는 용어로 자리매김 되었다.

당시 7세 이상 학생들은 교복, 신발, 학용품, 당과류(사탕, 과자) 등을 일괄적으로 선물 받았고, 7세 이하 어린이들은 당과류만 받았다.

근 500만 명에 달하는 학생들에게 ‘선물’을 한꺼번에 공급하자면 엄청난 외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1977년 최초의 ‘선물’이 있은 다음, 중앙에서는 ‘외화벌이를 해서 자체적으로 선물을 마련하라’고 지방당에 지시했다. 그 후 2년에 한번씩 7세 이상 학생들에게는 교복을 선물했고, 1세~12세의 어린이에게는 매해 당과류를 선물로 공급했다.

그러다 1987년부터는 ‘선물’을 완전 무상이 아니라 염가에 팔기 시작했다. 시장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긴 했지만 공짜가 아니니 이때부터 ‘선물’이라는 용어 대신 ‘공급’이라고 불렀다.

다만 어린이들에게 공급한 당과류는 계속해서 ‘선물’로 불려왔다. 90년대 중반부터 선물용 당과류의 가짓수도 상당부분 줄어들고, 지역마다 질도 달랐다.

덧붙이자면 어린이들에게 지급되는 선물은 말이 선물이지 어린이들 스스로 벌어서 마련한 ‘자기 물건’이라고 볼 수 있다. 폐철, 폐지 수집, 토끼사육 등 이른바 ‘꼬마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어린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긁어 모은 외화로 구입한 선물이기 때문이다.

고위층은 여전히 ‘선물’ 받는다

그러나 ‘중앙당 비서국 대상’들에게 하사되는 선물은 여전히 진짜 ‘선물’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중앙당 비서국 대상’이란 노동당 중앙위 비서국에서 선출하는 간부들을 말한다.

중앙당과 중앙기관, 내각의 책임간부들, 도(道)당, 도 안전국, 도 보위부, 도 검찰소, 도 재판소 책임간부, 시 군(郡)단위 당 책임비서, 조직비서, 인민위원장, 보안서장, 안전보위부장, 검찰 및 재판 책임자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군(軍)에서는 연대장 이상 고급군관과 장령(장성)급이 해당된다.

이밖에 항일투사들과 대남관련 공작을 하는 전투원들도 선물세트를 공급받는데, 이러한 선물을 받는 사람들은 북한정권을 실지로 받들고 있는 최고 엘리트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은 매년 김일성 ∙ 김정일 생일날에 양복지, 고급술, 여과담배 1보루, 귤, 사과 등을 박스채로 선물 받는다.

산케이 신문에 보도된 ‘선물’ 공급 중단 소식은 중앙당 비서국 대상들에게 공급되는 선물이 중단되었다는 말인지, 어린이들에게 지급하는 선물이 중단되었다는 말인지 분명하지 않다.

전자라면 정말로 심각한 자금고갈을 겪고 있다는 징표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정일 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이들에게 그나마 던져주는 특권의 징표인데, 김정일이 정권유지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이런 조치가 취해졌을 리 없다. 후자라면 일상적인 일로, 바깥에서 새삼스럽게 해석할 필요가 없다.

한영진 기자 (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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