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월드컵 바람 부나

“올해 월드컵 쟁탈전은 정말 볼만하겠다.”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올해 주요 국제경기를 소개하면서 월드컵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이렇게 표현했다.

비록 북한 대표팀이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월드컵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북한 TV는 월드컵을 ’축구 대축전’이라고 지칭, TV 시청률에서 단연 첫 자리를 차지하는 올림픽경기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평가하면서 독일월드컵 현황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조선우표사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과거 월드컵에서 활약한 각국 선수의 경기 모습 등을 담은 4종의 우표를 발행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열차시험운행 중단으로 남북관계가 껄끄러운 가운데서도 북한은 조선중앙방송위원회 명의로 월드컵 주요 경기를 TV를 통해 시청할 수 있도록 남측이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우리 정부에 보내왔다.

경제난으로 막대한 비용이 드는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월드컵에 쏠린 북한 주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않을 수도 없는 것.

우리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북측의 요구를 적극 검토, 북측의 요구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 2002년 한.일 월드컵 주요 경기를 사실상 ’해적방송’으로 봐야 했던 북한 주민들도 전세계 축구 마니아들과 함께 월드컵 열기에 빠질 수 있게 됐다.
사실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는 축구다.

비록 90년대 중반 이후 농구붐이 일기도 했지만 대중 스포츠로 자리잡은 축구의 인기에 비할 바가 못된다.

평양은 물론 지방의 시골마을에서까지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돌로 골대를 만들어 놓고 공을 차는 모습은 아주 흔한 풍경이다.

북한당국도 축구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를 받아들여 이미 80년대 말부터 평양시를 가시청권으로 하는 만수대TV(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오전에만 방송) 등에서 월드컵의 주요 경기는 물론 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전을 비롯해 유럽 국가의 국내 축구경기를 내보내고 있으며, 평양시민들은 세계적 수준의 이들 경기를 놓치지 않고 보고 있다.

중앙TV도 지난달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 세리에A 2005-2006년 경기를 녹화방영했다.

작년 독일에서 연수한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 기자인 김정철씨는 북한에서는 축구 인기가 가장 높아 10-20원 하는 입장권이 매진되는 경우가 많다며 “한.일월드컵에서 남한팀이 4강에 오른 일은 민족의 자존심을 높인 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북한의 축구 열기는 정치색과 자존심을 중시하던 과거의 모양새에서 점차 탈피, 순수한 스포츠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있다.

남한에서 월드컵이 개최된 사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지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한 채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를 거의 모두 녹화중계로 방영하고 남한 대표팀의 전 경기도 부담없이 내보냈다.

오히려 당시 북한 TV는 남한 대표팀의 8강 진출과 관련 “남조선이 조 1위로 16강에 올라 우승 후보 이탈리아를 꺾고 준준결승에 진출해 사기가 충전해 있다”는 멘트를 내보내기도 했다.
또 남북간 경기의 경우 좀처럼 패한 경기를 중계하지 않았지만 작년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북한팀이 0대 1로 진 남북여자대표팀간 경기를 방영했다.

승패 여부 보다는 축구를 향한 선수들의 열정과 그 열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승부의 세계에 북한사회도 점차 길들어져 가고 있는 셈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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