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는 왜 스승의 날이 없을까?

북한에는 ‘스승의 날’이 없다. 이유는 김일성, 김정일 외에 누구도 ‘숭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우상화를 전면에 내세운 사회특성상 특정인의 숭배가 조장될 우려가 있는 일은 장려하지 않는다.

기자가 북한에 있을 때인 90년대 어느해 달력에 노동절, 지방산업절, 교육절 등 각종 기념일들이 모두 빨간날로 발행된 적이 있었다. 김일성 생일을 비롯한 4대 명절과 일요일만 빨간색으로 인쇄되던 과거에 비해 온통 빨간색 천지였다.

그러나 이듬해 달력은 김부자 생일과 당창건, 국경절, 헌법절 등 국가기념일만 빨간색으로 표시되고 일반 기념일은 까만 색으로 되풀이 됐다. 이유는 ‘빨간날이 너무 많아 4대 명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김정일의 비판이 내려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에 ‘스승의 날’이 없는 대신 스승과 학생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소년단절(6.6), 청년동맹절(1.17) 교육절(9.5) 등이 있다. 이 명절들은 각종 학생조직을 만들어주고 교육테제를 발표한 김일성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순수하게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그런 명절은 따로 없다. 교육절인 9월 5일도 선생님들만 따로 쇤다.

간부층 특권의식 때문에 선생 노릇도 어렵다

고등중학교 교사출신 김은철씨는 “9월 5일에 학생들은 휴식시키고, 선생들끼리 모여 즐긴다”고 한다.

스승의 날이 없다고 해서 스승에 대한 제자들의 공경심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령에게 충성하고, 스승을 존경하고,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는 ‘3대 도덕원칙’이 있어 선생님에 대한 학생들의 공경심은 높은 편이다.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등산, 원족(들놀이) 때마다 선생님께 드릴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고, 선생과 학생들 사이에 기념품 교환도 있다.

그러나 담임선생의 결정에 따라 학생의 영예가 주어지기 때문에 이해관계에 따른 존경이 많다.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의 경우, 학급에서 2~3명 뽑는 ‘수재반’에 들어가기 위해 실력경쟁뿐 아니라, 뇌물경쟁도 벌인다. 봄(2달), 가을(1달) 농촌동원 기간에도 공부하는 ‘수재반’은 담임선생의 특별한 눈도장이 없이는 들어가기 어렵다.

또 각종 표창장 수상과 김정일을 모시는 행사와 ‘아리랑’ 행사와 같은 1호 행사 참가 자격도 담임선생의 추천에 따라 결정된다. 이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 불공정한 일도 생긴다.

간부 집 자녀를 맡고 있는 선생일수록 스트레스도 심하다. 간부집 학부모들의 특권에 휘말려 교육위원회와 당위원회에 불려가 비판서를 쓰고 해고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지금 북한의 담임 선생들은 교육자로서의 자세를 지키기 어렵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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