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식 `길먹거리’ 신촌 공략에 나선다

“북한식 길먹거리로 신촌의 입맛을 사로 잡겠습니다.”

철마다 유행이 바뀐다는 신촌, 그것도 이화여대 앞 골목에 터를 잡고 까다로운 젊은이들의 입맛 공략에 나선 주인공은 지난 2000년 10월 입국한 탈북자 정수반(36)씨. 그는 7일 이틀 뒤로 다가온 개점을 앞두고 마무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정씨가 꺼내든 회심의 메뉴는 이북 각지에서 실제로 주민들이 먹고 있는 향토음식들이다. 이중 맛도 좋고 길거리에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형태로 조리가 가능한 음식만을 선별해 승부를 걸었다.

그가 선택한 음식은 이름도 생소한 온탄 두부밥(함경북도), 경성 댕알밥(함경북도), 온성 만두밥(함경북도), 철산 미인밥(평안북도), 원산 고깔초밥(강원도), 안악 고추밥(황해북도) 등 모두 6가지.

이들 음식은 정씨가 남한에 있는 동료 탈북자를 통해 파악한 120가지에 달하는 북한의 각 지방 향토음식에서 이른바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것만을 엄선해 놓은 것들이다.

정씨는 이들 음식에 대해 “북한의 문화, 웰빙, 테이크아웃이라는 세가지 개념을 결합시켰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정씨는 상호를 대동강의 옛이름으로 알려진 ‘달가람’으로 정하고 테이크아웃 음식 대신 길먹거리라는 말로 고유어의 향취까지 살려냈다.

정씨가 선보일 음식은 저마다 사연을 담고 있다. 정씨에 따르면 만두피에 옥수수, 조, 기장 등을 싸서 만든 온성 만두밥은 식량난이 심각했던 1990년대 중반에 등장, 주민들의 허기를 달래주던 음식이다.

원산 고깔초밥은 북송 재일교포가 밀집해 살고 있는 지역 특성 때문에 생긴 음식이다. 일본에서 먹던 초밥의 맛을 잊지 못한 북송교포들이 중국식 건두부와 김으로 초밥을 만들어 먹은 데서 유래했다고 정씨는 설명했다.

경성 댕알밥은 계란이 귀한 북한에서 아내가 아이들 몰래 남편의 주먹밥에 댕알(메추리알)을 넣어준 데서 유래한 음식이고, 안악 고추밥은 북한에서는 주먹고추 혹은 사자고추로 불리는 피망에 볶음밥과 같은 것을 넣어 조리한 고추순대를 변형한 메뉴다.

정씨는 그동안 창업 학교를 다니면서 시장조사, 인허가 절차, 인테리어 등 창업에 필요한 지식을 배웠으며 투자자를 만나 자금 문제도 해결했다.

정씨는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북한의 문화를 전파함으로써 남과 북의 이질감을 좁히고 통일에도 기여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키워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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