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여첩보원 활약상 담은 소설 인기

최근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여성 첩보원의 활약상을 그린 장편소설 ‘포성없는 전구'(제1-2부.허문길작)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2일 북한의 대표적 문학잡지 ‘조선문학’ 최근호(1월호)는 이 소설이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은 북한 주민들이 좋아하는 첩보스릴러라는 장르 외에도 주인공인 여성첩보원을 우유부단함 등 평범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로 그렸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소설은 주인공 남희가 일제식민지 통치시기 항일빨치산 투쟁을 하던 고(故)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임무를 받고 공작활동을 벌인데 이어 광복 후에는 남한에서 첩보활동을 하면서 ‘조선전쟁(6.25전쟁)도발계획’, 인천상륙작전과 원자탄투하계획 등을 사전에 알아내 북한 지도부에 보고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과거의 북한소설이라면 남희는 일편단심 김 주석만을 우러르며 싸워온 여성혁명가인 만큼 인간적인 면에서도 단점이 전혀 없는 완벽한 인물로 형상화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남희를 영웅적 성격의 소유자이기는 하지만 결코 이상화된 인물로는 그리지 않았고 첩보원으로서는 부적절한 다혈질 성격에다 심지어 옛 애인과 관계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는 ‘여성적인 약점’을 가진 인물로 그림으로써 기성관념을 타파했다는 것.

조선문학은 “작품 속의 남희는 현실을 초월한 그야말로 완벽한 인물은 아니다”면서 “세상에 완성된 인간이 없듯이 그에게도(남희) 인간적인 약점이 있고 그로부터 초래되는 실패와 우여곡절, 번뇌와 고민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소설 속의 남희는 공작원으로서 노숙하다기 보다는 불같은 격렬한 성격을 갖고 있고 사랑과 증오가 남달리 뚜렷해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옛 애인이자 한 때 동지였던 톰스와의 관계를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함으로써 스스로 함정에 빠지는 ‘현실적인 인간’으로 그려졌다.

미국에 투항한 톰스가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인물인데도 불구하고 단호하게 제거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미 첩보기관의 추적을 받게 되어 희생을 자초하게 된다.

이 소설은 적에 대해서도 인간적인 모습을 담아내는 등 과거와 다른 접근을 시도했다.

조선문학은 이 소설이 “적들을 형상함에 있어서 성격적 특성들을 매개 인간의 고유한 기질과 인간적 바탕 속에 굴절시켜 생동한 개성으로 창조하고 있다”고 평했다.

가령 소설에 등장하는 맥아더는 무관답게 선이 굵으면서도 자존심이 강하고 허장성세하는 인물로, 월로우비는 신사다운 인격과 인정이 있으면서도 노회한 첩보두목으로, 화이트는 메마르고 딱딱하면서도 실무에 빈틈이 없는 인물로 형상한 것.

적을 개성적이고 상당한 수준을 갖춘 인물로 그림으로써 그러한 적에 맞서 승리하는 남희가 더욱 돋보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잡지는 이어 남희의 뛰어난 미모보다는 도도하면서도 이지적인 성격을 부각시킴으로써 소설의 품격을 더욱 높여줬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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