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설음식도 韓流…“떡국으로 새해 맞아요”

진행 : 매주 수요일 북한 경제 상황을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27일 이 시간에도 강미진 기자와 함께 북한 장마당 상황 알아볼 텐데요. 먼저 ‘한 주간 북한 장마당 정보’ 듣고강 기자 모시겠습니다.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북한 장마당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대부분의 지역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먼저 쌀 가격인데요, 평양에서는 1kg당 5019원, 신의주 4970원, 혜산은 498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옥수수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은 1980원, 신의주 1960원, 혜산 22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190원, 신의주 8260원, 혜산은 8190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은 1320원, 신의주 1330원, 혜산 1300원으로 지난주와 같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0560원, 신의주 10500원, 혜산 10900원, 휘발유는 1kg당 평양 6710원, 신의주 6550원, 혜산 6880원, 디젤유는 1kg당 평양 5150원, 신의주 5000원, 혜산은 50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 주간 북한 장마당 동향’이었습니다.

1. 네 지금까지 북한 장마당 물가를 들어 봤습니다. 2016년 새해를 맞은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네요, 그리고 음력설 명절도 며칠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북한 주민들도 설 준비에 한창 바쁘게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시간에는 북한 주민들의 설 명절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강 기자, 북한 설 명절 음식,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네, 정말 어떻게나 시간이 빨리 가는지 시간이 살과 같이 빠르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엊그제 양력설 명절을 보낸 것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나 음력설 명절을 맞네요, 북한의 설 명절 음식 소개를 하기 전에 한 가지 이야기를 먼저 하려구요. 경주아나운서도 설 명절이면 떡국을 꼭 드시죠? 한국정착 이후부터는 해마다 떡국을 먹었는데, 처음에는 왜 설날에 떡국을 먹는지 의문이 가득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에 정착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서 설 명절을 맞았는데요, 수녀님들의 초대를 받아서 함께 설 명절 음식을 만들면서 속으로 은근히 놀랐고, 의문이 솜뭉치처럼 불어나는 것을 어쩔 수 없었는데요. 왠지 아세요?

1-1 글쎄요, 혹시 북한보다 다양한 음식들을 차려서 놀란 것 아닐까요?

물론 많은 음식들이 상에 놓여 있은 것도 틀리지는 않는데요, 그것이 저를 놀라게 하고 의문을 준 것이 아닙니다. 저를 놀라게 한 것은 바로 떡국이었는데요, 왜 잘 사는 한국에서 떡국을 명절 음식상에 올릴까? 그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떡국을 보면서 마치 자루 안에 넣었던 솜을 꺼냈을 때처럼 궁금증은 커져만 갔는데요, 마침 수녀님께서 물으셨어요, 북한에서는 설날에 무슨 음식을 주로 먹냐고요. 북한에서는 설 명절에 떡국을 먹지 않고 주로 송편을 만들어 먹는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한국에서는 떡국이 설 대표음식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설날에 떡국을 먹어야 비로소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하셔서 당시 얼떨결에 먹기도 했는데요, 지금은 일부 국경지역과 개성지역에서 떡국을 먹지만 대부분 지역에서는 설날에 떡국을 먹기보다 대부분 송편을 만들어 먹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2. 네 그렇군요. 북한에서는 명절 대표음식이 송편이라는 말씀이네요, 한국은 명절마다 대표음식이 조금씩 다르기도 한데요, 설날엔 떡국이라면 추석엔 송편, 정월대보름엔 오곡밥 등을 꼽을 수 있답니다. 북한은 어떤가요?

네, 북한도 구체적이진 않아도 명절마다 만들어 먹는 음식이 있습니다. 추석엔 햇곡식으로 만든 음식들이 등장하고 정월대보름엔 명길이국수라든가 오곡밥도 있죠, 그리고 명절마다 그리고 생일이라든가 집안의 대소사에도 어김없이 만들어먹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송편입니다. 왜 굳이 절편이 아니고 송편인지에 대해 설명하자면, 쌀이 귀한 곳인 북한에서는 떡도 불려서 먹어야 되잖아요, 쌀 1kg을 가지고 떡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절편만 하면 양이 얼마 되지 않거든요, 송편처럼 떡 속에 콩을 넣으면 양도 많아지잖아요. 또한 쌀이 귀한 북한 지역에서는 쌀을 효과 있게 사용하는 것으로도 되기 때문에 송편을 먹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명절이면 보통 3kg정도의 떡을 해요, 식구가 별로 없어서 3, 4일 지나면 콩 속이 쉴 듯 말 듯 하거든요, 그래서 어떤 때에는 절편을 많이 하기도 했는데 절편은 눈에 보이기에 적은 양이고 집에 손님들 몇 명만 와도 금방 바닥이 나서 명절 당일 지나면 떡이 떨어지거든요. 떡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한국과 달리 북한에서는 명절이나 생일 때라야 떡을 먹을 수 있거든요, 콩으로 소를 넣어서 떡을 만들면 절편으로 만들었을 때보다 더 오래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주민들은 송편을 만들려고 하죠.

3. 쌀이 많지 않은 북한 실정에 맞게 식생활을 만들어나가는 북한 주민들의 알뜰한 점을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강 기자는 북한에 있을 때 설 명절에 주로 어떤 음식들을 먹었나요?

네, 저는 농촌에서 살았어요, 북한 양강도는 감자농사가 주를 이루는데요, 감자로 만든 음식들이 인기가 있답니다. 그러나 감자음식은 아무 때나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역시 떡이 기본 대표음식인데요, 송편과 절편으로 떡을 만들고 찹쌀떡도 한답니다. 그리고 저는 농사 진 기장이나 찰조(차조)로 떡도 하고 만두도 빚는답니다. 양배추에 돼지고기를 잘게 썰어서 볶은 소를 넣고 빚은 만두는 정말 맛이 일품인데요, 그리고 저녁 메뉴로는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농마국수를 전날 미리 눌러서 얼려둔답니다. 그리고 직접 농사지은 대두로 두부를 만들고, 여름에 산에서 채취한 고사리와 고비 버섯으론 반찬을 만들기도 하구요. 밀가루로 빵을 만들기도 하고 꽈배기도 튀기다보면 제법 명절 분위기가 나거든요, 감자가 많은 지역이어서 감자로 만든 설기떡(백설기)과 감자떡도 제법 한 자리 차지한답니다. 또한 명절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수산물인데요, 가정의 경제생활 수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명태와 고등어, 가자미 등 수산물도 명절 인기메뉴입니다.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요, 뭐니 뭐니 해도 시원한 김치가 제일 좋더라구요, 쫄깃한 농마국수에 얹어서 먹으면 입이 호강하죠~

일부이기는 하지만 인조고기밥이나 두부밥을 만들어먹는 집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 집들은 생활이 좀 어렵거나 특별히 인조고기밥을 좋아하는 집들이겠지요. 그리고 지역에 따라 설날 음식이 조금씩 차이가 있기도 한데요, 평안도에서는 찹쌀로 만든 찰떡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수수떡도 한다고 하더라구요. 2000년대 초 평안남도 북청에 갔던 적이 있었는데요, 열차가 멈워 10여일 째 정전대기를 하고 있어서 부득이하게 타지에서 설 명절을 보내게 됐었어요, 당시 숙소로 정한 집에서 저희들이 사들고 간 쌀과 밀가루로 떡도 하고 만두도 빚고 했는데요, 그 집에서 준비한 것은 옥수수와 느릅나무가루를 섞어서 만든 옥수수 빵이었는데요, 저는 지금까지 그런 맛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쉽기도 합니다. 떡을 좋아하는 저도 떡을 내놓고 먹을 정도로 맛이 있었던 기억이 있네요.

4. 방송을 통해 북한 여러 지역들의 음식을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일부 국경지역과 개성지역에서는 떡국을 만들어먹는다고 하셨는데요, 설날에 떡국이 등장하는 지역들이 있다는 거네요.

네. 얼마 전 통화한 한 주민이 전한 말인데요, 가족 중에 고향이 한국인 부모나 친인척이 있는 집들에서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떡국을 해먹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전한 주민의 신상을 보호해야 하는 것 때문에 지역을 밝힐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주민은 아버지가 한국의 서울 출신이었다고 하는데요, 매번 설날이면 떡국을 해먹었다고 하는데요, 한국의 떡국같은 것은 아니고 밀가루 수제비를 만들어먹었다고 합니다. 다른 주민들이 설날에 뭔 떡국을 먹냐고 하면 떡이 목에 걸릴까 떡국을 곁들여 먹는 것이라고 말은 했지만 한국에서의 설 명절 문화를 고집한다는 꼬투리에 걸릴까 내심 두려워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국경지역에서도 떡국을 먹는 집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한국드라마에서 본 딴 것이라고 하더라구요, 소식을 전한 주민은 만둣국에 밀가루 반죽을 뜯어 넣어서 떡국형식으로 먹는다고 합니다.

아마도 북한 전역에서 한국 드라마의 영향이 문화로 서서히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머지않아 한반도 전역에서 설 명절에 떡국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해봅니다.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북한 주민 여러분이 그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드립니다. 세계가 열광하는 한류에 한 민족인 북한 주민들이 가만있으면 안 되겠죠?

5. 한류가 북한 전역을 휩쓸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설 명절 이야기를 하니까 언젠가 만난 북한 여성의 말이 생각나는데요, 북한에서는 설날이면 온 동네가 떡을 나눠먹기도 한다던데요?

네, 맞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대부분이 고향 이야기를 하면서 특히 명절 이야기를 할 때에 꼭 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북한에서는 명절이면 옆집에 명절 떡을 나누는데요, 이집 저집에 조금씩 맛보라고 가져가면 그 집에서도 떡을 담아간 접시에 떡을 담아 주거든요, 저도 명절이면 동네 여러 집들에 떡을 가져다주곤 했는데요, 이렇게 여러 집을 돌다보면 집에서 만든 떡보다 다른 집들에서 가져온 떡이 더 많을 때가 있답니다. 저의 어머니는 시골에서 사셨는데요, 어머니 고향이라서 대부분 다 알아요. 그래서 명절이면 종일 사람이 음식을 들고 오곤 했는데요. 온 마을의 떡을 다 맛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거든요. 그런 문화 속에서 40년 넘게 살아와서 그런지 저도 한국정착에서 명절날 음식을 나누는 것이 그립기도 합니다.
 
6. 북한 설 명절 음식에 대해서 들었으니까, 북한 주민들이 궁금해 하실 한국의 설 명절 음식을 잠깐 소개해드리는 것은 어떨까요?

네. 북한에서는 송편이나 만두 빵 국수가 명절음식의 대표로 꼽힌다면 한국에서는 떡국과 만두도 있구요, 고기와 당근 양파 등을 잘게 썰어서 두부를 으깨서 동그랗게 만들어서 계란과 밀가루를 섞어서 푼 다음 살짝 묻혀서 구워내는 동그랑땡도 있고요, 버섯과 대파 그리고 게살 등을 꼬챙이에 꿰서 만든 모듬전과 명태전도 있고 소고기 산적도 있답니다. 그리고 잡채도 있구요, 후식으로 시원한 식혜도 있답니다. 다가오는 설 명절 즐겁게 보내시길 바라며 새해에도 건강하고 매 가정에 좋은 일들만 있기를 바라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저는 다음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