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비 피해 이어져…평북 의주비행장 검역시설 건설도 ‘비상’

리영길·태형철 의주 내려와 대책 강구 '1호 말씀' 전달…농업 부문 피해에 농근맹대회 기약 없어

농작물피해막이
지난해 9월 북한 주민들이 태풍과 폭우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사업에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평안북도에 많은 비가 내리고 추가적인 폭우 또한 예상되면서 의주비행장 부지 내 건설되는 대규모 검역시설 공사에도 비상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최고위급 간부들까지 현장에 내려와 철저한 피해 예방과 대책 강구를 지시했다는 전언이다.

6일 평안북도 소식통은 “지난 2일 박천과 녕변 쪽에 무더기비가 내렸다”며 “사람이 죽은 것은 없지만 개울이 불어나 기본 목조로 돼 있고 위에는 세멘트(시멘트)로 미장한 7~10m 되는 다리가 끊어져 떠내려가고 여기저기서 침수 피해도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렇듯 비 피해가 발생하면서 평안북도에서는 방송차와 지역 3방송을 통해 “예견치 않게 비구름이 몰려왔으니 경각성을 높이고 한 사람 같이 떨쳐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대피해야 할 때는 수령님(김일성) 장군님(김정일) 초상화를 가정용 1호 초상화 보위함에 보관해 대피해야 한다”고 내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앞서 북한 기상수문국은 국가비상재해위원회 일꾼들에게 “남조선(남한)에 가려던 대량의 비구름이 예상치 않게 경로를 바꿔 우리나라에 몰려왔다”며 8월 상순에 전국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통보했다.

이후 실제로 일부 지역에 폭우가 내리고 피해가 속출하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통보 내용이 와전돼 “남조선의 비구름이 몰려와 우리한테 피해를 주고 있다” “남조선 콤퓨터(IT)기술이 발전됐다더니 원격 조종해서 구름을 우리 쪽으로 밀었나 보다”는 등 황당한 말이 돌고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는 평안북도 북동부 의주, 신의주, 룡천, 피현 쪽 주민들은 “나라가 못산다 못산다 하면 재난이 겹치고 겹친다” “작년에 혼났는데 올해도 또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비가 오라고 할 때는 안 오더니 하늘도 참 무심하다” “8월에 올강냉이(옥수수)가 나와야 하는데 어쩌나”라면서 한탄과 걱정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중앙에서는 의주비행장 부지에 건설 중인 ‘국가서부물류종합처리장’을 콕 집어 “자연재해도 당 정책을 관철하려는 우리의 전진을 가로막지 못한다는 신념과 각오로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심려하셔서 리영길, 태형철 동지가 1일부터 4일까지 의주에 내려와 실태를 요해하고 현장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면서 “임시 가설물이라 비가 많이 오면 무너질 수 있어 피해 방지를 위해서는 자재가 필요하나 지금 충분치 않아 평양시 1만 세대 살림집 계획분 자재를 돌려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에서 쌀을 들여오려고 하는데 검역하는 곳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에는 또 원수님께서 온 인민들에게 하신 약속이 못 지켜지는 것 아니냐”며 “그래서 중앙에서는 이곳(국가서부물류종합처리장)을 굉장히 중요시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리영길 국방상과 태형철 당 비서는 현지에서 “현시기 인민들의 먹는 문제 해결은 당의 존망을 판가름할 정도로 사활이 걸린 문제이니 이와 직결된 곳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무조건 목숨으로 사수하며 할 수 있는 모든 당적, 행정적 대책을 강구하라”는 ‘1호 말씀’을 전달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그동안 국가서부물류종합처리장 건설에는 주로 평안북도돌격대와 속도전청년돌격대가 동원되고 군 인력은 일부만 있었으나, 6월 말 열린 당 정치국 확대회의 직후 군 1개 여단이 추가 투입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국방상이 총지휘를 맡아 건설 총책으로서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종합해 중앙에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8월 태풍의 영향으로 넘어진 농작물을 일으켜 세우고 있는 북한 일꾼들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한편, 함경북도는 지대가 낮은 옥수수밭이 물에 잠기는 등 폭우로 인한 피해가 심해 소학교(초등학교) 5학년 11~12세 이상 삽과 호미, 곡괭이를 잡을 수 있는 주민이면 전부 동원해 물을 빼내고 물길을 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강냉이밭이 물에 잠기면 뿌리가 썩어 알이 여물지 못해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도에서는 이게 전주곡(前奏曲)이니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똑바로 해야 한다면서 큰물, 폭우 피해가 시작된 데 맞게 8월 한 달간 도급제로 과제를 내리고 피해 방지와 복구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 함경북도만 그런 게 아니라 중앙에서 전국 13개 도에 비상 총동원령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사회주의 전초선인 농장과 5개년 계획에 따라 각 도·시·군들에서 건설 중인 산업공장, 살림집 건설장에 피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북한이 7월 초에 열겠다던 조선농업근로자동맹(농근맹) 제9차 대회는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소식통은 “농근맹대회는 미정”이라며 “지금 비 피해로 농업 부문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장에서 농촌을 지휘해야 할 일꾼들을 불러내기도 그렇지 않나. 농근맹 대회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