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대외돈자리’, ‘정보인간’ 무슨 뜻?

▲ 북한 조선말 대사전 ⓒ데일리NK

‘경제제재, 개방정책, 정보기술, 지적소유권, 합작기업, 인터네트, 외환은행…’

북한에서 최근 완간된 ‘조선말대사전’ 증보판(전 3권)에는 국제질서 편입과 경제성장을 향한 의지를 보여주듯 대외무역, 경제, 대외관계와 연관된 어휘가 대거 등장했다.

‘경제’로 시작하는 어휘의 경우 북한의 주요 화두인 ‘경제제재’를 싣고 “일정한 나라나 지역, 단위에 대하여 앙갚음이나 징벌로 경제적인 수단으로 가하는 타격”으로 정의했다.

‘경제주권’은 “경제분야에서 독립적 자주권”으로 풀이했고, 산업스파이와 그 활동을 뜻하는 ‘경제정탐’도 눈에 띈다.

사전은 특히 북.미 관계에서 민감한 이슈가 됐던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를 반영하듯 해외계좌를 뜻하는 ‘대외돈자리’라는 용어를 등재하고 “자본주의 나라 대외돈자리는 해외로 경제적 침투와 팽창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되지만 사회주의 나라가 자본주의 나라에 가지고 있는 외화예금 돈자리인 대외돈자리는 침략적 성격을 띠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경제경기’, ‘경제경색’, ‘경제관리기구’, ‘경제관리방법’, ‘경제순환’, ‘경제장성모형’, ‘경제정보’, ‘경제통합’ 등 국가경제 운용에 관한 용어와 ‘경제난국’, ‘경제노예’, ‘경제전쟁’, ‘경제파국’, ‘경제예속’ 등 경제활동의 부정적인 측면을 다룬 용어도 다수 확인됐다.

그중 ‘경제예속’은 “다른 나라의 경제명맥을 틀어쥐고 자립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하지 못하게 하며 저들의 경제에 의거해 살아나가게 하는 제국주의자들의 침략적 책동과 행위”로 설명했다.

사전은 ‘경영거래’, ‘경영공학’, ‘경영단위’, ‘경영손실’, ‘경영자본’ 등 기업 활동과 관련한 용어를 새로 싣는 동시에 ‘무역거래’, ‘무역결제’, ‘무역금융’, ‘무역분쟁’, ‘무역수지균형표’, ‘무역시장’, ‘무역장벽’, ‘무역제일주의’, ‘무역협정’, ‘무역회사’ 등 대외거래 관련 어휘를 대거 추가했다.

특히 새로 등재한 ‘개방정책’과 ‘개혁운동’에 대해서는 각각 “금지하거나 닫아 맺던 것을 풀어서 열어놓는 정책”, “개혁을 하기 위한 사회정치적 운동”으로 소개하고 ‘관세조약’, ‘관세제도’, ‘관세협정’, ‘합자’, ‘합자회사’, ‘합자은행’, ‘합작기업’, ‘합작계약’ 등 외국과 경제교류.협력에 관한 용어를 자세히 설명했다.

더불어 정치.경제.법률상 복잡해지는 국제관계와 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한 어휘로 ‘대외적민사가족관계’, ‘해외유출’, ‘해외조선공민’, ‘외교각서’, ‘외교공관’, ‘외교술’, ‘외교신서’, ‘외교우편’, ‘외국선박대리인’, ‘외국인대우제도’, ‘외국인재산보험’, ‘외화교환소’, ‘외화증권’, ‘외화채권’, ‘외화암시세’, ‘외화예금’, ‘외환은행’ 등이 등장했다.

이 중 ‘외화암시세’에 대해 “자본주의 사회에서”라는 단서를 달고 “법적으로 국가가 규정해놓은 환자 시세와 다르게 비밀리에 조성되는 환자 시세”라고 소개해 북한 경제와 별개의 현상임을 강조, 현실과 괴리를 보였다.

대외관계가 활성화되면서 재미있는 용어도 새로 올라왔다.

예컨대 ‘대외전사’는 “대외사업 분야에서 당의 대외정책을 관철하기 위하여 사업하는 일군(일꾼)”, ‘무역쟁이’는 “무역상업을 하는 사람을 홀하게 이르는 말”, ‘외교머슴군’은 “외교관계에서 큰 나라나 정치세력에 무조건 복종하며 아부 굴종하는 자 또는 그런 나라나 대상”이라고 한다.

또한 북한이 최근 강조하는 ‘강성대국’, 첨단기술 분야인 ‘나노공학’, ‘생명과학’, ‘정보기술’도 새 어휘로 실었다.

사전은 특히 ‘정보검색언어’, ‘정보고속도로’, ‘정보기계’, ‘정보사회’, ‘정보산업’, ‘정보시대’, ‘정보전쟁’, ‘정보중개자’, ‘정보처리’, ‘정보쎈터’, ‘정보위기’, ‘인터네트’, ‘인터네트규약주소'(IP주소), ‘인터네트방송’, ‘인터네트중독증’, ‘인터네트까페’, ‘인터네트홈페지’, ‘인터네트우편'(e-메일) 등 IT 분야 용어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용어로는 “피씨(PC)통신이나 인터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원활동을 진행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정보자원자’, “콤퓨터 정보의 리용 및 응용을 잘하는 능력이나 기술을 체득한 인간”을 뜻하는 ‘정보인간’이 있다.

반면 “정보통신 말단(단말기)의 리용 방법을 모르거나 정보통신 말단이 없기 때문에 정보입수가 어려운 사람”은 ‘정보약자’로 표현했다. 이와 비슷한 말로 “콤퓨터를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은 ‘콤맹'(컴맹) 또는 ‘콤맹자’로 실었다.

사전은 아울러 ‘지적소유권’, ‘지적재산권’, ‘상표등록’ 등 최근 북한이 대외교류에 적극적인 지재권 관련 어휘도 소개했다.

증보판 ‘조선말대사전’은 그러나 ‘자본가’는 “많은 자본을 가지고 임금로동자를 고용하여 그들이 창조하는 잉여가치를 착취하여 살아가는 자”로, ‘자본주의’는 “자본가들의 리해관계를 옹호 대변하는 반동적인 사상”으로 설명하는 등 공산주의에 기초한 이념적 색채와 반(反)자본주의 입장은 그대로 유지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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