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문제, 협상판 키운 포괄적 해법 추구해야”

미국의 민주당 성향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버락 오바마 차기 미 행정부에 대해 북핵을 비롯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 해법’을 제언하는 데 입을 모았다.

도널드 그로스 전 미 국무부 군비통제 담당 선임고문은 20일 부산 노보텔앰버서더호텔에서 열린 한겨레통일문화재단, 부산광역시, 한국토지공사 공동주최 ’새로운 동북아 질서와 한반도의 평화번영’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미국은 현재 한반도에서 포괄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정치.안보.경제문제에 대한 일련의 합의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협상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로스 전 선임고문은 오바마 캠프의 외교.안보문제 자문단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괄적 해법의 구성요소로 그는 북한의 비핵화 합의 뿐 아니라 ▲평화협정의 체결 ▲수교 등 북미간 외교관계의 정상화 ▲북한에 대한 무역제한 해제 및 국제기구 가입 지원 ▲인도적 지원과 개발지원 ▲군사적 신뢰구축 ▲동북아시아 안보협력을 위한 다자기구 출범 등을 제시했다.

그는 포괄적 해법의 전망에 대해 “평양이 자신들의 양보가 북한의 경제발전을 촉진하고, 미국과 정치적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주요한 안보문제를 타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고 미국과 남한으로부터 오는 전반적인 위협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렇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북한의 호응 가능성을 내다봤다.

설사 “전체적으로 평양의 의도가 불확실하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반드시 북한과의 포괄적 해결을 위한 협상을 시도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하고 “그것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신뢰할 수 있고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기초를 깔고 핵문제 자체를 푸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포괄적 해법이 “북한의 비핵화와 동북아시아의 항구적인 안정과 평화 달성이라는 미국의 전략적 정책목표를 이루는 데 매우 큰 외교적 지렛대를 제공”하고 “중국과의 외교적 공동전선 형성이라는 전략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핵협상과 함께 다른 협상을 동시 진행하는 “병행협상은 미국의 외교관으로 하여금 북한에 추가적인 압력을 넣을 수 있게 하는 한편, 평양과 다른 협상 상대방에는 새로운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레온 시걸 미 사회과학연구협의회 연구위원도 “지금 당장 미국이 협상 테이블의 판을 키울 필요가 있다”며 오바마 차기 미 행정부에 대해 “점진적인 접근법 대신, 정치.경제.전략적 측면에서 북한과 근본적으로 새로운 관계로 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구체적으로 적시한 포괄적인 대책을 내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북한이 기존 합의사항의 성실한 이행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라도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포괄적 접근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며 “포괄적 접근을 통해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분명한 대북 지렛대를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재정 존스홉킨스대학교 교수는 “클린턴 행정부와 부시 행정부 모두 대북 강경책과 유화책을 오간 결과 북한의 핵무장이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하고 이런 정책 실패는 “전체적인 정치적 상황”을 살피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두 행정부 모두 임기말에 이르러서야 북한 핵문제를 촉발시킨 보다 큰 정치적 상황을 읽어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반도에서 핵확산 방지 체제가 효과적이고 굳건히 유지되기 위해서는 동북아 각국이 서로에게 핵 안전보장을 해주는 것을 기반으로 한 다자간 안보협력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남북한은 핵무기 개발계획을 포기하고, 주변 4강은 남북한에 핵무기 사용 또는 사용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안전보장’을 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핵안전 보장조치에는 “비무장지대를 사이에 두고 대치한 남북한이 느끼는 재래식 군사위협을 낮추기 위한 장치도 덧붙여져야 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최근 냉각되고 있는 남북관계와 납치문제에 매몰된 북일관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스용밍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6자회담이 직면한 문제는 북미대화를 제외한 남북, 북일 두개의 양자대화”라며 “일본과 한국이 대북정책을 조정하지 않는다면 6자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걸 연구위원은 한국과 일본을 거론하면서 “동맹관계가 차기 오바마 행정부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이명박 정부는 이전 정권보다 강경한 대북정책을 공약으로 집권에 성공했고 이에 따라 남북화해 분위기는 이명박 정권 등장과 함께 경색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북한과 대화에 다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북미관계가 급속도로 진전되는 사이에 한국은 뒤처질 위험성이 높고 이로 인한 부담이 얼마나 큰지는 김영삼 정부 시절의 경험이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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