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6.15 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하는 우리 정부 대표단 40명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 북한무대에 발을 내디뎠다.
지난 해 7월 장관에 취임하자 마자 불거진 김일성 주석 사망 10주기 조문 불허 문제로 남북 당국간 관계가 단절된 지 약 1년만에 이뤄지는 ‘데뷔’다.
정 장관은 이번 방북 기간에 북한의 대외 수반격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 비서 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과 남북 장관급 회담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 림동옥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등 실세들과 4차례 오.만찬을 한다.
특히 14일 오후 북측이 마련한 환영만찬에는 박봉주 내각총리가 참석한다 정 장관의 이번 방북 일정이 북측 정부 대표들과의 6.15 공동기념행사 참여와 오.만찬 위주로만 짜여져 북측과 ‘심각한 대화’를 할 가능성은 일단 적어 보이지만 데뷔무대에 나서는 정 장관이 맡은 임무는 결코 적지 않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3일 ‘6.15 공동선언 5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중요한 당사자로서 남북한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데 이어 이날 오후 정 장관으로부터 방북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번 남북 당국간 접촉을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는 이번 행사를 북핵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과 북핵포기시 체제안정 보장과 북미간 ‘보다 정상적인 관계’ 추진이라는 한미 정상의 지난 11일 메시지를 직접 북측에 전달하는 장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2003년 참여정부 초기에 실시된 대북송금 특검으로 남북관계가 냉각되었고 지난 해 7월에는 김일성 주석 사망 10주기 조문불허로 당국간 관계마저 완전 단절됐던 점도 정 장관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정 장관은 이런 부분들을 의식해서인 지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행사외에 오는 21일(장관급 회담)과 8월 15일에도 북측 관계자들이 온다”면서 “오해도 풀 수 있고..당국간 의사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이어 13일 한반도비핵화 선언의 준수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재차 촉구하면서 “(6.15행사를 통해) 남북 당국자들이 만나 한반도 평화와 남북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숨에 현안들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서서히 서로간에 쌓인 오해부터 풀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정부 당국자 역시 “이번 행사는 무슨 합의문에 서명하기 위한 회담이 아니라 만남과 대화의 장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