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 성행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천기흥)가 28일 발간한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북한에서도 범죄자의 출신 성분과 재력이 처벌 수위에 영향을 미치고 북한식 배심ㆍ참심제가 오래 전부터 운영되고 있는 등 몇몇 특징적인 `사법절차’가 눈길을 끈다.

◇성분ㆍ토대 따라 차별…유전무죄 무전유죄 = 북한 형사소송법에는 `재판소는 재판 심리에서 충분히 검토ㆍ확인된 과학적 증거에 기초해 범죄사건이 정확히 밝혀졌을 경우 판결을 내린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구체적 형량 결정에 있어서는 사회적 성분에 따라 많은 차별이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부모의 `성분’이 나쁘면 자녀의 범죄행위가 더 무겁게 처리되고 형량도 늘어난다. `토대’가 좋고 돈이 많으면 눈감아 주는 경우가 많다. `토대’가 좋으면 보위부에 잡혀가도 빼내오고 사회적으로 `경고처분’만 받기도 하며 힘있는 사람은 재판을 안 받는다.

토대가 특별히 좋은 사람(`백두산 줄기’라고 지칭)은 처음부터 재판을 받지 않고 반대로 성분이 나쁜 경우에는 정치범으로 취급될 수 있다.

◇북한식 배심ㆍ참심제 = 재판의 교육적 기능을 중시해 군중이 재판에 참여하는 `현지공개재판’을 형사소송법에 규정하고 있다. 재판소(법원)는 현지에서 재판을 열어 기관ㆍ기업소ㆍ단체의 대표자가 범죄자의 행위를 폭로ㆍ규탄하게 할 수 있다. 이른바 `인민재판’이자 북한식 배심ㆍ참심제인 셈이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현지공개재판은 광산회관이나 철도회관, 동사무소 앞마당 및 회의실, 공터 , 영화관 등 많은 사람이 참가할 수 있는 장소에서 열린다. 현지재판이 있을 때면 몇 명씩 동원해서 참석하라는 통지가 오기도 한다.

가벼운 죄를 갖고 재판하는 것은 `동지재판’이라고도 부른다. 과오를 고쳐주기 위한 재판이라는 의미이다. 죄가 무겁다고 판단하면 사람들을 회관에 불러모아 형을 선고하는 `정식’ 현지재판으로 넘어간다.

◇일탈행위에는 `노동단련형’ = 북한은 2004년 형법을 개정하면서 `로동단련형’을 신설하고 기간은 6개월∼2년으로 규정했다. 북한은 경제난으로 급증하는 일탈 행위자들을 모두 노동교화소로 보내기에는 수용시설 등의 운영에서 문제가 많기 때문에 기존의 법제도를 활용하되 좀 더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단련형을 활용하고 있다는 게 변협의 분석이다.

◇중범죄자는 공개처형 = 중범죄자는 공개처형된다. 공개처형 대상범죄는 특정돼 있지 않으나 정치범은 물론, 도강(절도) 및 밀수, 사기, 횡령죄 등 경제범죄와 인신매매, 살인, 강도, 방화, 성폭행 등 다양한 범죄가 거론된다. 공개처형 방식은 대부분 총살이다.

◇북한에도 매춘 존재 = 탈북자들은 북한이 식량난을 겪는 과정에 매춘이 늘어나고 있다고 증언한다. 매춘은 가족 부양을 위한 `자발적’ 형태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매춘은 역전에서 “밤꽃 사시오”라는 유혹과 함께 성사되고, 장소는 민박집이나 매춘여성의 집이 주로 이용된다.

◇정치범 노역은 연간 361일 = 정치범수용소에서 작업(강제노역)은 김일성ㆍ김정일 생일, 설 2일의 공식 휴일을 제외하고 일 년 내내 진행된다. 천재지변으로 작업장에 나가지 못할 때만 쉴 수 있다.

일부 정치범수용소 구류장에 수감된 정치범들은 한 달에 한 번 구류장 밖에서 `햇볕 쪼이기’를 당한다 . 이 때 굶주림과 심한 고문으로 인한 상처 때문에 제대로 걷지 못하고 기어다니는 경우가 많다.

정치범수용소에서는 `정치범들의 씨를 말려야 한다’는 교시에 따라 정치범의 임신과 출산을 금지한다 . 결혼ㆍ임신ㆍ출산은 중대한 범법행위여서 임신을 하면 강제낙태를 당하고 출산하면 영아는 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