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내 포섭대상, 배제대상 구분…거시적으로 행동해야

북한은 나라에 중요한 계기가 있을 때마다 남한과 국제사회를 향해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등으로 무력시위를 감행해 왔다.

그 과정에서 북한당국은 그것이 미국과의 큰 전투에서 위대한 승리라도 거둔 것처럼 수십만의 군중을 모아서 반미시위를 하는 가운데 광적인 자축연을 벌이곤 했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한당국의 입장에서 볼 때 그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작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북한방송에서는 “김 위원장이 불면불휴의 노력을 기울이시다가 쓰러지시었다”고 보도한 바 있고, 주민들은 안타까움 속에서 주린 배를 움켜쥐고서도 부모가 돌아간 것처럼 슬퍼해 왔다.

북한당국은 쓰러졌던 김 위원장이 다시 일어났고 그가 건재하다는 것을 자극적인 방법으로 과시하고자 또다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고, 결과가 실패로 드러났음에도 성공한 것처럼 호도하면서 북한 전역에서 수백만의 주민을 동원해 대대적인 자축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말해 집단적 광기의 현장에 다름 아니다.

해방 이후 60년이 흐르면서 북한은 김정일이 쓰러지면 나라가 망하고, 그가 일어나면 나라가 흥하는 김정일을 위한, 김정일에 의한, 김정일의 나라로 변모되었다. 한때 성공적인 사회주의 국가로까지 평가되던 북한이 왜 이렇게 기형적이고 변태적인 국가로 되었는지 그 특성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그 특성은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사회주의 체제에 기반을 둔 전체주의적 왕조체제

아직까지 북한은 사유재산제가 불허되는 가운데 공식적으로 국가가 주택과 토지 등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의식주를 분배하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의 국가배급시스템은 70년대 후반까지 중국과 소련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그런대로 유지되었으나 80년대 들어 와해되기 시작해, 90년대 중반의 극심한 경제위기로 완전히 붕괴되었다.

80년대 중반 ‘하루 두 끼 먹기운동’, ‘하루 한 끼 먹기운동’ 등으로 겨우 버텨나가던 국가배급시스템이 90년대 중반 완전히 붕괴되고 주민 300만 명이 아사하는 극단적인 위기가 발생했음에도 북한당국은 부분적이나마 국가배급시스템을 유지하고자 애썼다.

북한당국은 국가배급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되고 속수무책이 되자, 2002년 ‘7.1경제관리 개선조치’를 통해 암시장을 양성화해 평양에 30곳, 전국에 300 군데의 종합시장을 허용하고 퇴직한 노년층에게 개인장사를 허용했다. 그러나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극단적인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자 다시 국가배급체계로 되돌아가고자 애쓰고 있는데 최근의 종합시장 폐쇄명령이 바로 그것이다.

금년 1월부터 북한당국은 종합시장을 10일장으로 하라고 명령했으나 90년대 중반 이후 공장가동이 마비되어 출근해 보았자 할 일도 없고, 급료도 제때 나오지 않아 뇌물을 바치고 불법적으로 시장에서 장사해온, 장사에 사활을 걸고 있는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무위에 그치고, 다시 금년 4월 1일부터 일체의 외국산 물건을 취급하지 말라는 포고령을 하달하고 시장에서 유통되는 외국산 물품을 압수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당국의 입장에서 보면 시장이 개인주의, 이기주의, 황금만능주의가 판치는 비사회주의적인 곳으로 온갖 유언비어의 장(場)이라는 것이다. 북한사회가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완전한 사회주의국가로 되돌아가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사유재산제의 시발이 되는 개인장사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것이 김정일과 고위 간부들의 기본생각이다.

또한 지금 북한은 지구상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전체주의 국가이다. 아직까지 북한은 각 직장이 채용공고를 내고 직원을 선발하는 공개채용제도를 전혀 채택하지 않고 있다. 국가가 일방적으로 배치를 하며 일단 한 직장에 배치받고 나면 의식주가 그 직장에 종속되기 때문에 국가의 명령 없이 직장을 그만둘 수도 없다. 그냥 직장에 나가지 않으면 당연히 식량 배급은 끊어지고 ‘자의적 해직죄’로 처벌받아 감옥에 간다. 이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전혀 없는 국가라는 말이다.

일단 한 직장에 배치되면 거기에 맞추어 주택이 주어지고 식량이 배급되기 때문에 직장에 종속되어 살고 싶은 곳으로 이사 갈 수 없다. 이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다는 말이다. 자기가 살고 있는 군(郡)의 경계를 벗어날 때에는 직장과 보안서(경찰서)에 신고해 허가증을 받아야 하고 식량배급표도 받아야 하므로 여행의 자유도 엄격히 제한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뇌물을 바치면 이직도 가능하고 여행증 발급도 가능하다고 한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북한 헌법에 모든 공민은 종교의 자유를 갖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동시에 모든 공민은 반종교의 자유를 갖는다는 말도 있다고 한다. 반종교의 자유란 종교행위를 하는 사람이나 집단을 보면 반드시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가의 체면을 생각해서 겉으로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장충성당과 반석교회, 칠골교회를 지어놓고 국제사회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아내고 있지만, 주민들에게는 기독교 신자들을 발견하면 신고해야 할 의무가 주어져 있는 종교의 자유도 없는 국가가 바로 북한이다.

스탈린 치하의 소련처럼 북한도 김정일이라는 절대권력자의 통치권 보호를 위해120만의 군대, 비밀경찰인 국가안전보위부, 보위사령부, 인민보안성, 인민반이라는 주민통제기구를 가지고 주민들의 동태를 철저히 감시하고 있는데 주민들은 “등 뒤에도 눈이 있다”고 두려워한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함경북도 일원에 6곳의 정치범수용소를 두고 과거 종교인 가족, 월남자 가족, 북송자 가족, 숙청된 사람 가족 등 20여만 명을 가족단위로 가두고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주민들은 조선노동당 1당 독재에 매스컴의 국가독점으로 인해 당국이 일방적으로 던져주는 정보만 접할 뿐이고 그렇게 사회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문이나 방송에 사회 면이 없고 광고면도 없는 개인 상업이 철저히 불허되고 상업은행마저 존재하지 않는 곳, 이곳이 바로 전형적인 전체주의체제 북한의 모습이다.

북한의 권력구조를 보면 철저한 개인독재가 행해지고 있는 국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왕조시대처럼 김정일 개인이 정점에 있고 그 아래 당과 국가가 있고 그 아래 주민이 있다. 김정일이 정점에 있다는 것은 그가 곧 황제나 왕과 같은, 북한식 표현으로 ‘국가존엄’이라는 말이고 당과 국가, 군대가 그를 위해 존재하고 그가 그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김정일의 조선노동당, 김정일의 군대 즉 사병이라는 말이다.

권력기구 내부를 보면 김일성 친인척으로 일컬어지는 신성가족이 가장 핵심적인 지위를 모두 차지하고 있고, 그 다음을 빨치산 혁명가와 그 후손들이 떠받치고 있다. 이들이 북한을 이끌고 있는 실력자들이다. 일체의 공개채용이나 고등고시를 비롯한 시험제도, 승진제도가 없는 북한에서 권력 핵심으로 가는 길은 김정일에 대한 극단적인 충성심뿐인데 그것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 혁명가 집안 출신이라는 것이다.

극단적인 연좌제 적용을 통해 조상의 신분이 후손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김정일 신성가족이나 빨치산 혁명가 가족들이 대를 이어 가장 영향력 있는 자리를 차지하는 반면, 과거 지주와 자본가 가족, 성직자 가족, 월남자 가족은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거나 산간오지로 추방되어 적대계층이란 낙인이 찍힌 채 대학진학, 입당, 군 입대가 불허되는 가운데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양반 상놈, 왕족과 상민으로 구분되던 왕조시대의 신분구분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사회구조를 이루고 있다.

김일성교, 수령교로 유사 종교집단화 되어 있는 북한

북한사회의 또 다른 특성은 사회 전체가 유사 종교집단화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사회 전체가 종교집단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말로 300만이 굶어죽는 극단적인 경제난의 와중에서도 북한사회를 유지케 하는 또 다른 힘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유사 종교를 일컬어 ‘수령교’로 부르기도 하고 ‘김일성교’라고 부르기도 한다.

북한의 총화제도가 기독교의 예배의식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은 김일성이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고, 중학교 시절 교회 성가대 지휘자를 맡았던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북한에는 농장, 공장, 직장, 각급 학교 등 약 40만 군데의 크고 작은 김일성혁명사상학습실이 있는데 이곳에서 각종 총화라는 예배의식이 이루어진다.

각 직장이나 단체별로 북한주민이면 누구나 반드시 주생활 총화나 분기 총화 등 각종 총화에 참가하게 되어 있다. 총화의 시작은 당 사상담당 지도원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김일성, 김정일 찬양가를 두세 곡 부르고,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을 위한 10대원칙’을 암송한다.

이 10대 원칙은 전문 10개조 62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김일성 수령에 대해 절대성을 부여하고 무조건적으로 충성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제1절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혁명사상으로 온 사회를 일색화하기 위하여 몸바쳐 충성하여야 한다”부터 제5절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교시 집행에서 무조건성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제10절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가 개척한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계승하며 완성해 나가야 한다”까지다.

이 10대 원칙을 암송한 이후 호상(상호)비판이 이어진다. 이 호상비판은 10대원칙에 비추어 한 주일 동안 잘못 행동한 것을 동료들끼리 서로 지적해 비판하는 것으로, 이 호상비판 뒤에는 당 사상담당 지도원의 10대 원칙에 대한 강평이 있고 김일성, 김정일 찬양가를 부르고 끝을 맺는다. 단지 하나님이 수령님으로 바뀌어 있을 뿐 교회의 예배순서와 내용이 똑같다.

전 주민이 매주 총화를 하다 보니 자연히 형식으로 흐르게 되고 동료들끼리 주제를 미리 정해 짜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런데 종교의 자유가 없는 북한사회에서 이 총화는 종교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일성, 김정일을 진짜 어버이로 믿고 따르는 충성스런 신자가 500만 명 정도 된다고 한다. 절반 정도는 반신반의 하면서도 따라가고, 약 400만 명 정도는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살기 위해 이중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 김정일을 진짜 어버이로 믿고 따르는 충성스런 주민들이 소위 김정일의 총폭탄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고,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변화에 수동적으로 편승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김일성교-수령교에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주민들이 북한사회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세력이다.

민주주의적 경험이 전혀 없는 북한사회에서 신적 권위를 누리고 있는 자애로운 어버이 장군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있다고 하더라도 겉으로 표현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장군님은 기와집, 이밥에 고깃국을 주고 싶은데 미제가 북한을 포위하고 못살게 굴고 있어서 주지 못하고 있다고 국내 정치의 실패를 미국의 탓으로 돌리고 미제타도와 북침위협을 상기시키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관례와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21세기 별종 국가이다. 비록 ‘하루 한 끼 먹기 운동’을 할지언정 김정일의 총폭탄이 되겠다는 충성스런 아들딸들과 명령만 내리면 당장에라도 남조선을 해방시키겠다는 특수부대와 보턴만 누르면 불과 수십 분 사이에 서울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미사일, 화학무기 생물무기, 열화우라늄탄이 장착된 야포, 방사포 등 무장력이 있다.

역사를 보면 실제로 굶주림 때문에 망한 나라는 거의 없다. 그보다는 가진 자의 사치와 부패, 분열로 인해 망한 나라가 훨씬 더 많이 있다. 북한은 1인당 GNP 600달러 정도의 최빈국이다. 그러나 김정일체제를 광적으로 지지하는 500여 만의 충성스런 주민, 120만의 군대를 가진 정치체제가 매우 안정되어 있는 국가이다.

이제는 북한 내에서 누가 포섭대상이고 배제대상인지를 냉철하게 살펴서 포섭대상은 확대하고 배제대상을 고립 약화시켜야 한다는 거시적인 시각에서 행동해야 한다. 북한도 UN에 가입한 나라인데 설마 어쩌고 하는, 미래지향적이고 희망적인 사고만 가지고 북한을 대하다가는 정말 우리의 국력으로 수습하기 어려운 큰코 다치는 일이 생겨날 수도 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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