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부, ‘해주항개방’ 왜 동의했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해주지역 경제특구 건설 방안에 대해 북한 군부가 선뜻 동의한 배경은 무엇일까.

두 정상은 4일 발표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통해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 평화협력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 등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5일 정상회담의 한 수행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의 해주지역 경제특구 건설 제안에 대해 처음엔 상당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의 제의에 당혹해하면서 배석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에게 해주항을 열어도 괜찮은지 국방위원회의 의견을 들어보라고 했고 이어 국방위원회의 한 장성이 “충분히 검토한 결과 괜찮다”고 보고해 제안을 수용했다는 것.

군사전문가들은 북한 군부가 무역항이자 군항인 해주항을 개방하는 방안에 동의한 것은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요구해온 해주 직항로 개설을 관철하고 장기적으로는 북방한계선(NLL)의 무력화를 노린 의도가 엿보인다고 해석하고 있다.

해주항이 개방되면 우선 동해안의 원산.청진.나진항 등을 출항한 북측 민간선박이 제주해협을 거쳐 인천 앞바다를 통해 해주항으로 직항하는 최단 해상수송로를 확보, 물류비와 수송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동해안의 항구에서 서해안의 해주항으로 운항하는 북측 선박은 백령도를 우회해 NLL 북쪽 수역을 따라 해주항으로 진입하고 있다.

또 북측 민간선박이 연평도~우도 30여km 구간에 설정된 NLL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직항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 북측으로서는 NLL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군 관계자는 “서해 평화협력지대 내에서도 NLL은 확고히 유지될 것”이라며 “남북해운합의서는 남측 영해에 진입하는 북측 민간선박은 남측의 통제에 따르도록 돼있다”며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런 분석과는 달리 개혁.개방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북한 군부가 개성공단 등의 운영을 긍정 평가해 남북경협 확대를 측면 지원하기로 방향을 수정하면서 해주항의 개방에 동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전날 한 방송사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 “김정일 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지금은 디지털시대인데 자꾸 아날로그 시대의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나는 군에도 이런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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