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軍 에는 ○○○부대도 있다”

▲ 북한군의 행진 모습(상), 미군의 군용 산악자전거(중, 하) ⓒ데일리NK

“1964년 개봉한 한국영화 중에는 ○○○○도 있다”
“잔이 가득 차면 ○○○는 술잔이 있다”

이렇게 해서 빈칸에 들어갈 말을 맞추는 KBS의 한 방송프로그램이 있다. “빛나라 지식의 별”을 외치는 이 프로그램에 제보할 만한 북한관련 지식이 있다.

“북한 조선인민군에는 ○○○부대도 있다”

빈칸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 답은 ‘자전거’이다. 북한에는 ‘자전거부대’가 있다.

군대에 ‘스키부대’나 ‘오토바이부대’가 있다는 말은 익히 들어보았겠지만 ‘자전거 부대’가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스위스가 한때 산악지형의 성격상 ‘자전거부대’를 운영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확히 파악해본 것은 아니지만, 현재 지구상에 정규군으로 ‘자전거부대’를 편성해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할 것이다.

對南전쟁 염두에 둔 ‘자전거부대’

‘자전거부대’라고 해서 우습게 보아서는 안 된다. 북한의 ‘자전거부대’는 명색이 ‘특수부대’다.

유사시 신속기동력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대로, 공수특전단, 경보병 부대 안에 한 개 대대 가량씩 구성되어 있다. 과거 북한군에 존재했던 기마부대가 해체하면서 현대전의 특성을 고려하여 1970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대표적인 부대가 <570군부대>인데, 과거 특수8군단으로 불리던 ‘교도지도국’ 산하 부대이다. 기동성과 전투력으로는 조선인민군에서 최고를 자랑한다.

각종 특수장비와 첨단무기가 동원되는 현대전에 정예 특수부대 군인들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우습겠지만, 전시에는 그런 것을 따질 형편이 못 된다.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든 이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북한의 자전거 부대는 정확히 ‘남한과의 전쟁’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알다시피 남한은 북한에 비하여 도로망이 잘 정비되어 있다. 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지방의 시골 농촌에도 포장도로가 깔끔하게 갖춰져 있다. 전시에 인민군이 남한의 후방에 침투한다면 빠른 기동력을 필요로 한다. 그래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유격전술이 가능하다. 남한에 잘 정비된 도로망은 이것을 뒷받침해준다.

문제는 ‘기동수단’인데 자동차나 오토바이와 같이 기계적 소음이 있는 수단으로는 적군에게 발각될 우려가 많다. 또한 자동차나 오토바이는 연료를 필요로 하는데, 적지 깊숙한 곳에서 그것을 조달하거나 무겁게 연료를 소지하고 이동할 수도 없다. 따라서 대남 후방 교란작전에 있어 ‘자전거’가 최적격이라고 판단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민군에서는 ‘자전거부대’를 만들어 맹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현대전에서 말도 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입구만 봉쇄해버리면 지하에 수천 병력이 고립되어 버릴 수도 있는 땅굴을 무수하게 구축하였던 북한 정권이다. 전쟁에 대한 그들의 상상력은 일반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6단 기어 이상 자전거도 대북통제물자

<한국철도공사>가 24일 사단법인 <신명나는 한반도 - 자전거에 사랑을 싣고>와 북한 ∙ 해외동포들에게 자전거를 보내는 협약을 체결한다고 한다.

보내는 지역은 북한과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는 동포들이며 주로 중고 자전거일 것이라고 한다. 북한에 ‘사랑의 자전거’를 보내주어 주민들의 아픈 발을 조금이라고 위로해줄 것을 생각하니 고마운 일이지만, 한편으로 그 자전거 대부분이 인민 위에 군림하는 간부들에게 전달되어 ‘권세의 자전거’가 될 것을 생각하니 억장이 막힌다. 이것이 대북지원의 딜레마이다.

또한 북한에 자전거를 보낸다고 하니, 자연히 북한의 ‘자전거부대’가 생각난다. 북한이 특수부대로 ‘자전거부대’를 편성해 운영하고 있어 자전거도 대북지원물자 중 통제대상에 포함된다.

2001년에 북한 <조선불교도연맹>이 남한 <불교인권위원회>에 자전거 100대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는데 통일부에서 ‘반출 불가’ 판정을 내린 적이 있다. 산악용 자전거는 북한에서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자전거부대’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 때문에 6단기어 이상의 자전거는 북한에 보낼 수 없게 되었고, 결국 불교인권위는 자전거를 모두 기어가 없는 화물용으로 바꿔 보내야 했다.

그렇다고 철도공사가 민간단체와 함께 추진하려는 ‘북한에 자전거 보내기 운동’이 곧장 북한에 군사적 이익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전거부대’에서 사용하는 자전거는 일반 주민용 자전거와 다르다. 지금 북한에서 군사용으로 만든 자전거는 ‘제비’라는 상표의 자전거인데, 군수공장에서 특별 생산한다.

“진정한 사랑은 지속적인 관심을 필요로 한다”

▲ 군용 산악자전거 (사진 : 출처불명)

군용 자전거는 우선 일반 자전거와 달리 특수재질의 금속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장마당에서 암거래되는 경우 일반 자전거보다 2배정도 비싸다.

또한 안장과 핸들을 연결하는 가름대(프레임)가 일반 자전거는 하나이지만 군용 자전거는 튼튼하게 두 개를 연결해 놓았다. 그래서 주민들은 ‘쌍틀자전거’라고 부르는데, 울퉁불퉁한 산길에서도 튼튼히 버틸 수 있다.

앞 핸들에는 무기를 장착할 수 있게 보조 틀까지 갖추어졌다. 자전거를 타고 총을 쏠 수있게 만든 것이다. 뒤에는 50kg이상의 짐을 실을 수 있게 짐틀도 견고하다.

따라서 남한에서 일반적으로 체력단련용으로나 쓰는 경(輕)자전거를 보내준다고 ‘자전거부대’를 살찌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떠한 품목의 대북지원이든 마찬가지로 보내는 이의 순수한 목적과는 달리 김정일 독재체제를 강화하고 동족 간의 전쟁준비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무조건적인 대북지원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랑으로 보내줬으니 어떻게 쓰든 상관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한다. 필자는 그것을 ‘무책임한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진정한 사랑은 지속적인 관심을 필요로 한다. 깐깐하고 몰인정하게 보일 지 모르지만, 북한과 같이 상상을 초월하는 정권을 상대로 하여 그 치하에서 신음하는 인민들을 돕고자 하는 사랑이라면, 그 용도를 정확히 지적하고 투명성도 확인하는 것이 진정 ‘책임 있는 사랑’이다.

철도공사의 대북지원사업이 잘 되었으면 한다. 이 참에, 우리의 대북지원이 고통받는 인민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최대한도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주일 논설위원 (평남출신, 2000년 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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