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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22일 북한법연구회와 국민대 북한법제연구센터와 공동으로 ‘법을 통해 본 북한인권 문제’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북한의 사법제도와 인권보장 문제’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광주고등법원 양영희 판사는 “인권보장의 측면에서 북한의 사법제도는 형사소송법상 인권보장 규정이 미비하다”며 “재판 현실에서 오히려 법이 무시되고, 유사사법조직에서 임의적인 처벌을 가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 판사는 특히 “북한에서는 특정한 시기에 특정범죄를 엄격히 다룰 필요가 생기면 공개처형 등 ‘시범’적인 처벌을 가하는데 이는 죄형법정주의를 위배하는 심각한 인권침해”이며 “정치범 재판도 일반 재판소가 아닌 국가안전보위부에서 이뤄져 인권보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수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우리식 사회주의와 인권관’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북한의 ‘우리식 사회주의’는 체제 정당화 논리인 동시에 체제 방어적 논리”이고 “그 안에서 인민대중은 수령의 생각과 의지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는 비주체적 존재가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자유주의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인권이 주권보다 우선한다’는 개념을 북한에서는 ‘국권(주권)이 곧 인권’이라며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은 국제사회의 인권개선 요구에 대해 체제붕괴, 정권교체 전략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국제사회와의 (인권 개선) 협력 의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즉, 북한에서 인식하는 서방의 ‘인권개선’ 요구는 ‘인권공세’일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북한도 4대 국제인권협약에 가입한 당사자로서 국제사회와 협력을 완전하게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인권개선이 가져오게 될 체제위협에 대한 북한당국의 우려를 해소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태욱 인하대 법대 교수는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북한인권을 비난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자유주의적 원리를 인식시키는 작업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북한인권 수준과 인권논리를 규탄하고 비난하는 것이 ‘인식이 미치지 못하는 이에게 책임을 묻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한 법과인권연구소 소장은 ‘북한 헌법상 인권에 대한 이념적 접근’이라는 주제의 발제에서 “자유주의 국가와 사회주의 국가가 가지고 있는 기본권의 시각은 ‘자유권’과 ‘평등권’으로 나눠진다”며 “북한도 헌법상에서는 인권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기본적인 시각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북한의) ‘공동체의 인권’을 서방 세계적 기준으로 바라보고 개선하라고 외치는 것은 매우 폭력적”이라며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북한도 ‘개인의 인권’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고, 남한도 ‘공동체의 인권’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왜 (사회) 운동판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갑자기 대두 됐나”라고 자문하며 “미국의 지원 하에 우리사회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대두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인권에 대해서 북에 제기하는 것은 전쟁하자는 것”, “미국의 분위기에 편승해서 (한국에서) 북한인권법을 제정하자는 것은 망발”, “통일하지 말자는 거고 폭력적으로 진압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정원 국민대 법대 교수는 “북한 사회에서 사회주의 헌법상의 기본권이란 실로 명목적 내지 가식적 의미밖에 없으며, 중요한 선전역할을 하는데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헌법의 내용은 명목이며 그 실제는 매우 괴리돼있다는 말이다.
박 교수는 “북한의 주체사상은 수령 1인 만의 주체만을 강요하고 있어 ‘주체 없는 주체사상’이라 할 수 있다”며 “북한에서 ‘인권이 법적으로 보장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 실태를 보면 허구성이 증명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객석 앉아있던 강정구 동국대 교수는 “자유권과 평등권보다 중요한 것이 평화 생명권”이라고 주장하며 “끊임없이 미국의 침략 위협에 처해 있던 북한으로서는 현재의 상황이 당연한 것인데 왜 다들 비정상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궤변을 늘어놨다.
그는 무상의료나 무상교육을 예로 들어 “법과 규범은 북한이 더 잘 돼있는데 식량난과 미국의 전쟁 위협으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해야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수암 박사는 “과연 북한이 얼마나 외부 위협에 처해 있느냐”고 반문하며 “오히려 북한이 내부 통제를 위해 외부 위협을 확대해 퍼트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