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침’ 주장은 나치 유대인학살 안믿는 것과 같아”

“6.25가 남한에 의한 북침전쟁이라고요? 누가 그런 말을 믿어요? 그런 주장을 믿는 사람들은 나치의 유대인학살, 일제의 난징학살을 믿지 않는 사람들과 똑같아요”


18년간을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김태완(17) 군은 서툴지만 선명한 한국어로 북한 정권을 옹호하는 종북(從北)·친북(親北)에 대한 비판적 소신을 밝혔다. 김 군의 가슴 아픈 가족력(歷) 때문일까. 그는 인터뷰 내내 북한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김 군은 1983년 북한의 아웅산 테러로 숨진 고(故)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비서의 손자다.


김 군은 할머니인 이순자 숙명여대 명예교수와 부모님으로부터 아웅산 테러에 대해 전해들은 이후부터 6.25전쟁 등 한국 현대사와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인터넷 서핑이나 서적을 통해 북한 자료를 찾아 독학하면서 북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갖게 됐다는 것이 김 군의 설명이다.


그러다보니 그는 한국에서 북한 정부를 옹호하고 심지어 6.25 전쟁의 ‘남한 조작설’ ‘북침설’을 제기하는 인사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국과 미국에는 6.25 전쟁에 대한 많은 자료들이 있는데 왜 자꾸 엉뚱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죠? 심지어 전쟁을 배후에서 조종했던 소련에서도 6.25 전쟁이 북한 소행이라는 극비 문서가 공개됐잖아요. 어린 제가 봐도 너무 당연한 사실들을 왜 일부 한국 사람들은 믿으려 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김태완 군은 “6.25전쟁은 우리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전쟁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데일리NK

그러던 그가 지난해 1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연히 6.25 참전 탈북 국군포로 출신 유영복 6.25 국군포로가족회장의 자서전인 ‘운명의 두 날(도서출판 원북스刊)’을 읽게 됐다. 평소 한국 현대사와 북한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김 군은 미국으로 돌아가 그 책을 쉬지 않고 읽어 내려갔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나라를 위해 애국하신 어르신들이 북한에서 심한 고초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아웅산에서 할아버지를 빼앗아간 북한이 우리나라 애국자들에게도 몹쓸 짓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명의 두 날’은 북한에 억류돼 있는 국군포로들의 실상을 낱낱이 폭로한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의 국군 포로들은 평생을 함경도 등 오지의 탄광에서 노역에 시달린다. 또한 이들의 자녀들은 ‘국군포로’의 가족이란 ‘주홍글씨’로 낙인 찍힌 채 진학과 취업, 결혼 등에서 차별의 대상이 된다.


그는 “이 이야기는 내 뿌리에 대한 것이기도 하면서, 전 세계에 알려야할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면서 “이 책의 출판사에서 영어 번역자를 찾고 있다고 해서 제가 감히 해보겠다고 연락을 먼저 드렸고 대표님은 그런 나를 믿고 일을 맡겨주셨다”고 말했다.


책의 번역을 맡긴 박옥순 원북스 대표는 “이 책은 청장년층이 읽어야할 의미 있는 책”이라면서 “영어권 출간 계획을 하고 있던 차에 10대 소년이 스스로 연락을 해온 용기에 감명을 받았고 청년을 대상으로 한 책을 10대 소년이 번역한다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 군은 지난해 1월부터 책 번역을 시작해 올해 5월 마무리했다. 미국에서 학업과 축구(그는 세인트 프렌시스 고등학교 축구선수로 활동 중이다)를 병행하면서 번역에 매달렸다. 6.25 전쟁에 관한 전문지식도 필요했기에 별도의 공부도 했다. 한국어 어휘를 대체할 영단어가 없어 밤새 고민도 했다. 번역은 김 군이 1차 번역을 마무리하면 부모님과 미국인 작가 데이비드 알조폰(David Alzofon) 씨가 감수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는 “번역 경험도 없었고, 학업·운동도 같이 해야 하니까 너무 힘들어 울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할아버지와 가족들 그리고 먼저 번역을 제의한 스스로의 책임감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고 소회했다.


그가 번역한 영문판 ‘운명의 두 날’은 6.25 전쟁 참전국들을 대상으로 출간을 계획하고 있으며 6월말 미국에 출간될 예정이다. 그는 “6.25 전쟁은 끔찍한 기억이지만 사람들에게 잊혀져가고 있다”면서 “한국의 애국자들이 아직도 북한에서 고초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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