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태도에 놀라는 美 협상단이 순진”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자금 송금문제로 6차 6자회담이 휴회에 들어가자 부시 행정부의 유화적인 대북 협상기조에 반발하던 미국 내 일각에서는 회담 교착상태는 예상했던 일이라며 불법 국가에 대처하는 기본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 내 보수성향의 헤리티지 재단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사진)은 22일 RFA(자유아시아방송)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일은 6자회담 참가국들에게 앞으로 북한 핵폐기 관련 합의 시한이 지켜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했다”면서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북한이 자신의 핵폐기 의무보다는 이에 따른 이득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내보인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 집행 관련 문제로 제대로 인식돼왔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변질시켜 북한 측 요구에 항복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앞으로 미국은 협상 진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집중하기 보다는 불법행위에 대처하는 국제협약과 의무 등 기본 원칙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의 북한 불법활동 조사팀을 총괄했던 것으로 알려진 애셔 국무부 동아태담당 전 선임자문관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은행들에게 하루는 애국법으로 처벌하겠다고 했다가 다음 날 애국법을 무시하겠다고 할 수는 없다”며 은행들이 불법활동 관련 자금을 해제하는 것은 ‘돈세탁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애셔 전 자문관은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가 지난주 마카오 당국에 BDA의 불법행위 관련 조사결과를 브리핑 한 것을 두고 “미국이 불법자금을 다른 은행으로 인도하도록 요청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BDA 북한 자금 중 합법적인 것으로 추정되는 800만-1천만달러 가량은 북한측에 반환될 수 있겠지만 “중국은행이 불법혐의가 있는 돈을 받아들이는 것은 돈세탁 공모”라고 주장했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 파운데이션 선임 연구원도 “현대측이 자금을 송금하지 않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평양 향발이 늦어졌던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연상케 한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6자회담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놀랄 일이 아니지만 미국 관리들이 이미 BDA문제 해결을 약속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번 휴회는 비생산적”이라면서 “이는 6자회담의 후퇴”라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조엘 위트 씨는 오히려 이러한 북한 측 태도를 문제 삼는 사람들이 순진(naive)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북한의 태도에 놀라는 사람들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북한 측이 그간 지속적으로 오직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다는 전제에서만 핵폐기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북한이 회담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러한 북한 측 태도에 놀라는 미국 측 협상단이 순진하다”면서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이번 합의가 매우 쉽게 깨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