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상봉자 지나친 ‘체제 선전’에 南가족들 당황

남북이 60여 년 동안 서로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이유 때문일까.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개별상봉’에 이어 ‘단체상봉’을 진행했지만, 북측 가족들의 지나친 체제 선전 때문에 남측 가족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날 오전 외금강호텔에서 개별상봉을 마친 남측 상봉자 최돈명(79) 할머니는 북측에서 나온 남동생과 조카에게 선물을 건넸다. 그러나 북측 가족이 “우리도 다 있다. 일 없습니다”라고 말해 화가 난 최 씨도 “그럴 거면 가져가지 마라. 내가 다 도로 가져가겠다”며 당황해 했다.


최 씨는 동생 딸이 자기 옷을 만지면서 “이거 정부에서 준거냐. 우리는 수령님이 이런 거 다 챙겨주셨다”면서 “거기 대통령은 그러지 않지 않냐? 우리 수령님처럼 ‘정’이 많은 분이 어디 있겠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최 씨는 “체제 선전만 하니 듣고 있는 것도 좀 지치더라. 2박 3일도 길다는 느낌도 들었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1박2일 만 해도 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또 다른 남측 상봉자 이명한(89) 할머니는 북한에서 나온 여동생을 만났다. 이 할머니와 동반 가족들은 북측 가족에게 줄 선물로 초코파이 16박스와 한라봉 등 다양한 과일을 준비했다. 상봉자들은 “개성공단에서 초코파이를 2개씩 준다고 한다”면서 “초코파이가 북에서 그렇게 귀하다고 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 딸 이상남 씨는 호텔 방에서 먹으라고 주니까 “북에도 많다. 우리도 잘 먹고 잘살고 있으니 걱정말라”라며 거절했지만 결국 먹고 남은 것은 들고 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측 가족들은 “수령님이 옷이랑 구두랑 해줬다. 우리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딸 상남 씨는 “나이 67세인 할머니한테 뾰족구두 신겨서 보내는 게 말이 되냐. 옷도 외투 없이 얇은 한복 하나 달랑 입고 왔다”면서 자꾸 수령님 얘기만 해 불편했다고 전했다.


이날 진행된 ‘개별상봉’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과거 개별상봉은 시작 후 일정 시간을 언론에 공개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10월 상봉 때부터 북측 요구로 비공개로 바뀌었다. 체제에 대한 비판적인 얘기가 남측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걸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2시간 정도 진행된 단체상봉은 북측에서 간식을 준비했다. 당초 야외상봉 시 밖에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날씨 때문에 야외 상봉을 취소하고 실내에서 진행했다. 북측에서 준비한 간식은 신발 주머니같이 생긴 비닐 봉지에 과자, 강정, 단물, 사과즙, 코코아 사탕, 캔커피(싱가포르산) 등이 들어 있었다.


한편 상봉자들은 저녁에는 별도의 행사 없이 이틀째를 마무리한다. 이들은 상봉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9시부터 1시간 동안 ‘이별 상봉’을 마친 뒤 오후에 귀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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