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상봉자, ‘개별상봉’서 南가족에 준 선물은?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남북 상봉자들은 오전 9시부터 2시간 동안 각자 숙소에서 ‘개별상봉’을 갖고 어제 못 다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남측 이산가족 상봉자들은 북측 가족들에게 줄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남측 상봉자들이 준비한 선물은 오리털 점퍼, 의약품, 생필품 등이 주를 이뤘고, ‘초코파이’를 준비한 상봉자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남측 가족들이 전달한 선물은 모두 일단 평양으로 보내져 일괄적으로 북측 가족들에게 전달된다. 일부 가족들 중엔 “달러를 좀 줬는데, 제대로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다른 가족들은 남측 가족들이 준비한 선물을 보고 “아무말 없이 눈물을 흘리더라”라고 전했다. 반면 북측 가족들이 들고 나오는 가방은 단체로 선물을 준비한 듯 국방색과 짙은 회색 두 가지로 똑같았다.


전쟁통에 홀로 남쪽으로 내려온 김세린(85) 씨는 전날에 이어 북측에 있는 여동생 김영숙(81) 씨와 조카 김기복(51) 씨를 기다리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돼 좋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김 씨와 동반한 딸 영순 씨는 준비해온 선물 가방에는 아버지 젊은 시절이 담긴 사진첩, 겨울 점퍼, 고모에게 드릴 정장, 영양제 등이 한아름 보였다. 영순 씨는 그러면서 방 한 켠에 초코파이 상자를 가리키며 “속초(1차 집결지)에서 다들 사길래 따라 샀다”며 머쓱한 듯 미소를 지었다.


또 다른 상봉자 김동빈(80) 씨는 부인 신명순 씨와 북측에 있는 큰 누나 김정희(82), 여동생 정순(57), 남동생 동수(54) 씨와 선물 등을 전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김 씨의 부인 신 씨는 며느리한테 선물 받은 ‘모피코트’와 부산까지 내려가 구입한 ‘오리털 파카’를 북측 가족들에게 줬다. 또 신고 있던 신 씨의 부츠는 물론 김 씨의 시계도 풀어서 줬다.


북측 가족들은 김 씨 부부에게 상보(밥상보)와 대평곡주, 평양술, 백두산 들쭉술 등 3종 술 셋트를 선물로 전달했다. 김 씨는 선물을 가리키며 “‘수령님이 다 준비해줬다’고 말하더라고”면서 “내색은 안하지만…(선물을 받고 좋아하더라고)”고 말했다. 신 씨는 북측 가족들이 ‘체제 선전, 미군 욕을 하면서 그래야 통일이 된다’는 말을 계속해서 반복해 얘기해 아쉬웠다고 전했다.


건강 악화로 마지막 일정까지 소화하지 못하고 이날 오후 귀환한 김섬경(91) 할아버지는 ‘개별상봉’을 마친 후 동반한 아들 진황 씨가 “아버지 한 푸셨죠”라고 묻자 “응”이라만 짧게 답했다. 김 할아버지는 6·25 때 북에 두고 온 부인과 딸 춘순, 아들 진천 씨를 만났다. 김 할아버지는 1일차에도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응급차에서 단체 상봉을 진행했다.


남측 아들 진황 씨는 북측에 있는 가족들에게 치약, 칫솔, 비누, 학용품, 사탕, 신발 등을 선물로 전했다. 북측 가족들은 평양술, 백두산들쭉술, 대평곡주, 상보(밥상보), 스카프(진황 씨 와이프용)를 줬다. 상보에는 자수는 아니지만 자수를 넣은 듯 하게 꾸며진 학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진황 씨는 북측 가족과 김 할아버지 건강에 대한 얘기를 주로 나눴다. 진황 씨는 “이러다 아버님 돌아가시면 내가 화장해서 유골 모시고 있겠다. 통일되면 만나자고 했다”고 말하자 북측 가족들이 “북쪽에 선산이 있고, 아직도 일가족들이 가까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진황 씨가 “그러면 내가 화장해서 유골 모셔다가 통일되면 선산으로 가겠다”고 하자 북측 가족들이 “아버님 데려가 모시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진황 씨는 북측 가족들은 예전에는 농장일을 하면서 살았다고 하는데 본인들 얘기들은 잘 하지 않으려 해 더는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이 “나라에서 55세 이상되면 연금을 준다고 하면서 계속 그런 얘기하니까 사상교육을 받아 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의 건강은 작년 추석 전후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무산되면서 상심이 커서 충격을 받아 건강이 악화됐다. 남측으로 귀환하기 전 김 할아버지는 북측 가족과 5분 정도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또 다시 이별을 맞았다.


김 할아버지와 함께 건강 악화로 이날 앰뷸런스로 귀환한 홍신자(84) 할머니도 2시간 개별상봉에서 북측에 있는 여동생 홍영옥(82) 씨와 홍 씨의 아들 한광룡 씨를 만났다. 홍 할머니와 동반한 딸 이경희(58) 씨는 “평생 소원을 푸셨다. 68년 만에 만난 여동생, 북쪽에서도 잘 살고 있다고 하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올라가신다”고 말했다.


남측으로 출발하기 전 앰뷸런스에서 4분 정도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동생 영옥 씨는 경희 씨에게 “(홍 할머니) 열은 없냐”고 묻자 경희 씨는 “열도 없고 괜찮은데 여행이 힘드니까…(돌아간다)”라고 말했다.


영옥 씨는 이어 “동생들하고 친척들한테 걱정없이 산다는 거 알려줘”라며 “언니, 나 기쁜 마음으로 간다. 아무 걱정하지 마. 언니 나 보고 싶다고 그랬는데, 이렇게 만났으니까 원이 없지”라며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오전 숙소에서 진행된 개별상봉에서 홍 할머니는 침대에 누워 북측 가족들과 못 다한 얘기를 나눴다. 68년만의 만남에 대해 홍 할머니는 “기뻤다. 헤어지니까 너무 슬프고…동생을 데리고 갔으면 좋겠다”면서 “안타깝고 슬프고 이루 말할 수 없다. 제 아무리 잘 산다고 해도”라며 북측 가족을 걱정했다.


홍 할머니는 간호사셨고, 동생 영옥 씨는 소아과 의사였다고 한다. 하지만 55살에 정년을 하고 지금은 세포(텃밭)에서 감자, 무 등을 키워서 장에 내다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딸 경희 씨가 전했다. 딸 경희 씨는 북측 가족들에게 조카가 있으면 주려고 넥타이를 준비했는데 잘 됐다고 말했다. 또 점퍼와 조끼, 의약품과 학용품, 앨범도 만들어서 사진도 건넸다. 


한편 다른 상봉자 80명은 북측 가족들과 중식을 마친 후 단체상봉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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