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통행증 뇌물 최고 12만원

최초공개 ‘주민국경통행증’ 사진 김영진특파원

북한 주민들이 각종 통행증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간부들에게 바치는 ‘뇌물’이나 ‘급행(急行)료’가 필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중국에서 만난 북한주민들에 따르면, 중국행 정식 여권을 발급받는 데 10만원~12만원(북한 원) 정도의 ‘급행(急行)료’가 필요하며, 두만강 국경 근방을 왕복하는 통행증은 5만원 전후, 국경도시에서 평양을 왕복하는 통행증은 5천원~1만원 전후, 평양을 제외한 도(道)에서 다른 도(道)로 이동하는 통행증은 최소 2-3천원 이상의 뒷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통행증 발급에 소요되는 기간은 평양 및 대도시 기준으로 4일~7일이며, 중국 통행증의 경우 원칙적으로 최대 6개월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담당간부들에게 ‘뒷돈’을 얻어주면 국내 통행증의 경우 2-3일, 중국 통행증의 경우 10일~15일 내에 발급되고 있다고 한다.

다음은 중국 투먼(圖們) 시내에서 만난 최순임씨(가명 女. 48세. 함북K시)와의 인터뷰 내용.

-중국에는 무슨 일로 왔나

“도문에 사는 언니집에 왔다. 언니가 여기에서 옷들을 사서 모아 놓으면 내가 가져다가 판다. 두 세 달에 한번씩 나온다.”

-중국에 나오려면 통행증이 필요했을 텐데 어떻게 발급 받았나?

“예전에는 그저 국경경비대에 담배도 주고, 돈도 주고 하면서 비법으로 왔다 갔다 했는데 요즘에는 그냥 국경 통행증을 받는다. 내가 市 보위부 외사지도원에게 정성을 많이 쏟아왔다. 일단 그 사람이 나에 대한 문건을 작성해서 상급에 승인을 받기 때문에 평소에도 내가 공을 들이고 있다. 외사지도원에게 4만원쯤 쥐어주고 이것 저것 하니까 이번에 나오는데 한 6만원 정도 쓴 것 같다. 경비대 애들에게 담배도 몇 보루 쥐어줘야 편하니까……. 작년에 한참 긴장되었을 때는 12만원을 쓴 적도 있다.”

-요즘 북한 내에서 이동하는 사람들 중 통행증을 갖고 다는 사람은 몇 %나 되나?

“조선 내에서 이동하는 사람들은 한 7-80%는 가지고 다닌다. 요즘은 돈만 쥐어주면 통행증 받기가 쉬우니까….. 통행증 없이 돌아다니다가 단속 당하면 더 많은 돈을 물어야 한다. 그러니까 그냥 통행증을 신청 해 버린다.”

-통행증 발급은 쉽나?

“돈을 바쳐야 쉽게 나온다. 웃돈 안주고 그냥 신청하면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나 몰라라 한다. 한 달이 지나도록 미루는 행정위원들도 많다. 그러니까 그냥 처음부터 조금씩 돈을 쥐어준다. 돈만 쥐어주면 2-3일이면 해결된다. 그런데 웃돈이 자꾸 올라간다. ”

-주민들은 어떤 반응인가?

“끊어주는 쪽도 돈타령, 단속하는 쪽도 돈타령 뿐이다.(웃음) 그래도 돈이라도 쥐어주면 통행증을 끊어주고, 통행증 갖고 돌아다니는 것은 긴장감이 없으니까 예전보다는 낫다. 서로 어려우니까 너희들도 어쩔 수 없겠지 하고 이해한다. 예전에는 옷 보따리도, 옥수수 뭉치도 다 빼앗겨도 할 말이 없었다. 거기에 비하면 좋아졌다…….”

북한당국은 90년대 후반 소위 ‘고난의 행군’ 이전까지 중국여행뿐만 아니라 국내여행 조차도 금지했다. 친지, 가족들의 관혼상제 등이 예외였는데 이때도 친척이 보내준 전보나 편지가 필수 증빙자료였다. 국내여행의 경우 직장에서 여행증 발급 신청을 내면 직장 책임자 – 당비서 – 구역 분주소(한국의 ‘파출소’에 해당) 담당자 순서로 심사를 하고, 최종적으로 행정위원회 2부(인민보안성 소속)에서 여행을 발급했다. 중국여행의 경우 국가업무, 공식무역, 유학등을 제외하면 불가능하였으나 중국에서 ‘입국동의서’를 보내오는 경우에 국가보위부의 반탐정(反探偵: 간첩색출, 반체제활동 감시등의 업무를 담당)처와 외사(外事: 화교, 재일교포, 중국연고자등 외국인 감시업무)과의 검열과 승인에 의해 제한적으로 출국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식량난 이후부터 친척 방문이나 소규모 장사를 위한 근거리 이동 등에는 검열과 검사가 느슨해졌다가 2001년도 초반부터 다시 통행 검열이 강화되면서 일반주민들 사이에 통행증을 발급 받기 위해 간부들에게 ‘웃돈’을 바치는 풍조가 발생하였다고 한다. 또한 탈북자 검거조치가 강화되면서 ‘중국통행증’을 얻으려는 주민들이 늘어난 것도 통행증과 관련된 뒷돈 거래가 발생하게 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현재 북한에서 중국통행증과 관련된 업무는 국가안전보위부 반탐정부서의 외사부서에서 관할 하고 있다. 중국 옌지(延吉)에서 탈북자 보호 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선교사 최동수씨(가명)는 “중국내 체류 중인 북한 주민들의 8-90%는 불법 월경자(越境者)일 것”이라며 “국민의 통행의 자유를 돈으로 매매하는 현상은 조선시대 관비(官婢)제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지린 = 김영진 특파원 k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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