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북핵대화’ 촉구..관련국 선택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10일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담과 공동 기자회견은 미묘한 국면에 있는 북한 핵문제와 6자회담의 현주소를 실감케 했다.

특히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이례적으로 소상하게 평양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나 나눈 얘기와 자신의 평가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우선 원 총리는 “이번 방북 기간(4∼6일)에 김 위원장과 여러차례 만났다. 같이 있는 시간이 10시간 정도였다”면서 “한반도 핵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했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전하는 말을 예사롭게 듣지 말라는 뜻으로 들렸다.

그리곤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원 총리는 “북한은 6자회담에 대해 유연성을 보였다” “6자회담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이어 “북측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했을 뿐 아니라 일본, 한국과도 (관계를) 개선하려고 한다고 했다”며 “이번 방북에서 얻은 가장 큰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대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이 현 시점에서 어떤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려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또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이번 원 총리 방북을 계기로 협상분위기를 확산시켜 가급적 조기에 6자회담 재개로 국면을 연결하려는 의지가 강함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원 총리가 “기회를 제대로 틀어쥐지 못하면 사라질 수 있다”면서 “기회를 잡고 이용해야 우리는 적극적 진전을 이룰 수 있다.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더 큰 정력이 필요해질 것이다. 각국이 인식하고 파악하기 바란다”고 말한 데서 중국의 의중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은 이른바 ‘강성대국 전략’에 따라 2차 핵실험을 강행해 핵억지력을 확보한 현 상황에서 적극적인 평화공세를 펴고 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미국은 물론 한국, 일본에 파상적인 대화제의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중국은 ‘좋은 기회’라는 인식 속에 한국과 일본, 나아가 미국에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제언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원 총리는 물론 한국의 역할도 매우 적극적으로 평가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창한 ‘그랜드 바겐’ 구상에 대해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개방적 태도로 적극 협의하자”는 의사를 밝혔다는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는 모처럼 주어진 협상의 기회를 활용해 미국이 제안한 포괄적 패키지는 물론 한국의 그랜드 바겐 등 무게감있는 제안들을 개방적으로 협의하자는 6자회담 의장국의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결국 이 시점에서 협상을 하자는 점에 북한과 중국의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문제는 다른 관련국들의 반응이다. 일단 미국은 6자회담 의장국 총리가 이처럼 적극적인 어조로 협상 재개를 제안한데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중(12일)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간 북.미 대화의 시기와 형식에 대한 긴밀한 협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원 총리는 “우리는 북.미 사이에 진지하고 건설적 대화를 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캠벨 차관보의 동아시아 순방 이후 미국은 북.미대화에 대한 모종의 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게 외교가의 분위기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해 구체적 성과가 없는 상태에서 노벨 평화상을 받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세계 비확산 체제 구축 노력이나 의지도 향후 북핵 협상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관측통들도 있다.

미국과 중국은 또 북.미대화 이후 어떤 수순을 밟아 6자회담을 복원시킬 지에 대한 문제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게 보면 공은 이제 한국 쪽으로 넘어온 듯한 분위기다. 이날 공동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게 전제가 됐을 때 북한이 원하는 협력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6자회담 참석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참여해 핵포기 합의를 이루는 게 우리의 목표임을 북한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6자회담 복귀만으로는 안되며 비가역적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행동, 다시말해 핵 포기 의사가 대화의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권교체 후 의욕적으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의 경우 기본적으로 한국과 공조전선을 유지하면서도 납치문제에 대한 진전이 전제될 경우 과거 자민당과 다른 대북 접근법을 검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일본 정부내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관계개선 메시지’에 대해 우려와 함께 기대감도 피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북핵 현안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11일 “6자회담의 향방과 관련된 결정적 조치가 나올 수 있는 에너지가 채워지고 있다”면서 “조만간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면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6자회담 관련국들의 행보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