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김정은 방중 이후 중국을 비판하는 강도는 다소 낮아졌지만, 아직도 중국 영화 시청은 철저히 통제하면서 처벌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중 관계와 대(對)주민 통제는 별개로 간주한다는 뜻으로, 외부 문물 유입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읽혀진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한국 드라마는커녕 중국 영화도 못 보게 한다”면서 “지금은 다시 사이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중국 영화는 아직도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한국 드라마를 보면 아예 감방에다 넣는다. 중국 영화도 승인되지 않은 걸 보면 구류장에 보름씩 넣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30대의 한 남성이 재키찬(성룡)이 나오는 중국 영화를 메모리(USB)에 넣어 보고 다른 사람에게 줬다”며 “그런데 그 사람이 들켜서 함께 잡혔다”고 말했다.
이후 이 남성은 10일 동안 영화의 입수 경로를 자세히 진술하는 비판서를 쓰고 나서야 풀려났다고 한다.
이 같은 통제가 북중 관계가 정상화되고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정은이 비공식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회담했고, 북한 주민들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소식통은 “이번에 원수님이 중국 들어갔다 온 사실을 보도 나오고 해서 알았고, 소식에 민감한 사람들도 알고 있다”고 언급한 뒤 “그렇다고 해서 주민들의 통제가 느슨해진 것은 아니다.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북한 당국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측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한국 노래와 드라마를 지속 통제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북한 당국은 외부엔 한중 양국의 예술단 공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강력한 통제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외부엔 정상국가화 선전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면서도 외부 세계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욕구를 누그러뜨리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을 언급하는 수위는 예전보다 한층 부드러워졌다고 한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중국 사회가 나쁘다고 중국을 욕했다”며 “특히 화교를 적대적으로 대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최근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지금은 그런 말을 하지 않고 (중국과의)관계가 좋아 질 것 같다고 한다”면서 “이전처럼 대놓고 욕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본지는 지난 3월, 북한 당국이 한국과 중국의 드라마와 영화 시청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주민들이 어쩔 수 없이 인도 영화를 시청하기도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