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비밀회동 경위는

“북.미.중 3자회동의 단초는 9월1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기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이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이 1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회 통외통위의 외교부 국감에서 전날 북.중.미 수석대표 협의의 성사과정에 대해 소상히 밝혔다.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은 6자회담을 조속히 속개해 북한이 공동성명을 이행하도록 유도하는 방안과 미국이 방코 델타 아시아(BDA)를 통한 대북 금융제재 문제를 조속히 종결하도록 하는 방안을 접목시킨 것이다.

이 방안은 정상회담 전 우리 측 반기문 외교장관과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 미측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의 2+2 회동을 통해 조율된 뒤 정상회담을 통해 사실상 실체가 없는 상태에서 공식 선포됐다.

이 방안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해나가다 10월3일 북한 핵실험 계획 발표라는 변수를 맞은 정부는 지체없이 회담을 재개함으로써 북한의 핵실험을 막아야 겠다는 판단 아래 반기문-라이스 채널을 통해 미측에 우리의 구상을 던졌다. 포괄적 접근방안의 구체적 버전이었던 셈이다.

한미 양국은 중국에 포괄적 접근방안을 빨리 추진해 북한의 핵실험을 막는 동시에 6자회담을 재개하자고 제안했으나 그 시점은 공교롭게도 북한의 10월9일 핵실험과 맞물렸다.

이 때문에 바통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노 대통령은 10월13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을 계기로 포괄적 접근방안에 담긴 6자회담 재개 해법을 중국과 협의했다. 중국도 그 무렵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북핵특사 역을 맡은 탕자쉬안 국무위원을 통해 6자회담 재개의 불씨를 살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던 상황이었다.

미국.러시아를 방문한 뒤 평양으로 날아간 탕 위원은 10월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추가 핵실험 계획이 당장은 없다는 `조건부 핵실험 유예 약속’과 함께 6자회담과 관련한 비교적 전향적인 입장을 받아오자 우리 정부의 발걸음은 다시 바빠졌다.

정부는 겉으로는 `북한의 입장에 본질적 변화가 없다’는 식으로 탕 위원의 방북성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물밑에서는 중국이 전해온 북한의 미세한 변화조짐을 가지고 미측에 유연성을 발휘해 주도록 설득했다.

그러던 중 10월25일께 중국은 중.미.북 3자 수석대표 비밀접촉을 구상하고 있음을 우리 정부에 통보해 왔다. 그 카드를 검토하던 미국은 지난 주말 중국에 `OK사인’을 보냈고 남태평양 국가들을 돌고 있던 힐 차관보를 베이징으로 급파했다.

그가 베이징에 도착한 것은 10월29일 늦은 밤이었다.

3자 비밀회동 추진 사실은 회동이 성과없이 끝날 경우 6자회담의 동력이 급격히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극비에 부쳐졌다. 우리 정부안에도 극소수 인원만이 3자회동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게 유 차관의 설명이다.

10월31일 3자 베이징 회동이 열린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가 언제 확인했는지 유차관은 설명하지 않았다. 어쨌든 정부는 10월31일 7시간여 진행된 회담의 중간에 미측으로부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뒤 곧바로 외교부 대변인 담화를 준비했다.

중국의 회담 재개 발표는 당초 예상했던 오후 4~5시를 넘긴 오후 8시께 이뤄졌고 우리 정부는 이를 확인한 뒤 오후 8시30분 회담 재개를 환영한다는 내용의 담화를 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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