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경협은 시장경제-남북경협 사회주의적…말 되나?

▲ 개성공단 노동자의 모습 ⓒ데일리NK

노무현 정부는 남북 경협의 증대를 치적 중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경제협력 문제를 가장 중요한 의제로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남북 경협이 그 절대량에 있어서 꾸준히 증가해 온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남북 경협은 89년부터 공식 집계된 18년 역사 동안 다소의 기복이 있기는 했으나 양적으로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반입, 반출을 포함한 총교역은 1990년 1,350만$에서 2006년 13억 4,970만$로 100배 늘어나 연평균33.4%나 증가하였다. 한국의 연평균 경제 성장률이 5%대인 것을 감안하면 6배 이상 많은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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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역의 연도별 추이>(단위 100만$)

 

1990

1995

1998

2000

2005

2006

반입

12.3

222.9

92.3

152.4

340.3

519.5

반출

1.2

64.4

129.7

272.8

715.5

830.2

총교역

13.5

287.3

221.9

425.1

1055.8

1349.7

실제로 북한의 교역 상대 중 남한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2002년부터 일본을 추월하여 북한의 제 2 교역 상대국이 된 것이다. 2005년 현재 북한의 전체 교역 중 중국이 39%, 한국이 26% 정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비중 또한 꾸준히 상승했지만 한국의 비중도 매년 상승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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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남 대중 대일 의존도 추이>(단위 %)

 

90

96

97

98

99

00

01

02

03

04

05

남북교역

0

1

2

13

18

18

15

22

23

20

26

북중무역

12

25

26

25

20

20

28

25

33

39

39

북일무역

11

23

20

24

19

19

18

13

9

7

5

북중 교역은 시장 친화적인데…

그런데 문제는 남북 교역의 내용이다. 최근 미국 피터슨(Peterson) 연구소 연구원 마커스 놀랜드는 자신의 보고서 “북한의 대외 무역(North Korea’s Economic Relations)”에서 중국의 대북 교역은 시장 친화적이어서 북한의 경제 자유화에 기여하는 데 반해 남한의 대북 교역은 정부 주도형으로 북한의 시장 경제를 촉진하는 데 별 기여를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북한-중국 간의 교역은 대부분 일반 무역 거래로서 주로 소비재 교역이 다수를 이루고 투자에 있어서도 광산 개발, 유통 분야 투자 등 민간 주도형 투자가 다수이다.

그러나 남-북 교역에는 일반 상거래 뿐만 아니라 인도주의 지원 등 비상업적 거래도 포함되며 상업적 거래 내용에 있어서도 개성 공단, 금강산 개발 등 정부가 주도하거나 또는 민간이 주도하더라도 북한 내 시장 경제 촉진에 끼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

개성 공단 사업은 반관반민 사업으로 일부 민간 성격이 있기는 하나 개성 지역이 북한의 다른 지역으로부터 고립되어 있어서 북한 내 산업과 연계성이 사실상 전무하다. 개성 공단에서 생산된 대다수 상품은 한국에서 소비되거나 해외로 나간다. 따라서 개성 공단 사업의 북한 내 시장 경제 확산 효과는 미미하다.

개성공단, 금강산 사업… 北 시장경제 촉진 효과 미미

금강산 사업은 유엔의 대북제재 이후 관광경비 보조 등 정부 보조금이 없어져 순수 민간 주도 성격의 사업이 되었다. 그럼에도 금강산 지역에 북한 주민이 거의 거주하지 않고 있으며 금강산 지역이 마치 남한의 일부분인 것처럼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시장 경제 확산에 끼치는 영향이 극히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남북 경협이 북한의 시장경제 촉진에 끼치는 영향을 수치화 해보기 위해 시장친화 지수라는 것을 만들어 보았다. 시장친화 지수가 의미가 있는 이유는 남북 경협이 얼마나 햇볕정책의 1차적 목적 즉, 북한의 개혁, 개방 유도에 부합했는가를 평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수 내용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한국무역협회에서 제공하고 있는 “남북교역통계”를 크게 시장 친화적 거래와 시장 비친화적 거래로 나누어 전체 교역 중 시장 친화적 거래가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 가를 본 것이다.

계산법을 간단히 설명하면 일반 교역과 위탁 교역은 민간 무역이기 때문에 시장 친화적 거래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위탁 교역은 반출입에 이중 계산됨으로 비율 계산시 1/2로 나누어 산입하였다. 경제 협력 사업 중 개성 공단, 금강산 사업은 시장 비친화적 사업에, 그러나 기타 경협 사업은 일반 민간 투자가 많기 때문에 시장 친화적 거래에 포함시켰다. 비상업적 거래는 정부, 민간 지원과 사회, 문화 협력 사업 과거 경수로 건설 사업 등이어서 당연히 시장 비친화적 거래에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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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의 시장친화지수>(단위 100만$)

시장친화적거래

시장비친화적거래

합계

시장친화지수

일반교역

위탁교역

기타협력

경제협력

비상업거래

1995

230.4

45.9

0

0

11

287.3

0.882

1996

163

74

0

0

15

252

0.794

1997

171

79

0

0

58

308

0.683

1998

73

71

1.2

38.9

37.9

222

0.494

1999

90

100

6.3

47

90.7

334

0.438

2000

110.5

129.2

17.4

33.6

151.8

425.1

0.453

2001

111.4

124.9

10.9

18.9

136.8

402.9

0.459

2002

171.8

171.2

13.1

25

273.8

641.7

0.422

2004

171.8

176

5.8

89.2

260.5

697

0.381

2005

209.8

209.7

6.2

270

366.2

1055.8

0.304

2006

304.1

253

15.5

371

421.7

1349.7

0.331


위 표에서 제일 오른쪽 칼럼이 시장친화 지수이다. 1에 가까울수록 시장친화적이며 0에 가까울수록 시장 비친화적이다.

이 표를 보면 YS 정부 시기에는 상당히 시장친화적이나 98년 DJ 집권 이후부터는 시장 비친화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시장 비친화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에 반해 북-중 교역의 내용을 살펴 보면 총 교역에서 원조, 증여 등 비상업적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적고 대부분이 상업적 교역에 해당한다.

제목 없음

<북-중 교역액과 시장 친화지수 추이>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총무역

6.5

4.1

3.7

4.88

7.37

7.38

10.2

13.85

15.82

16.99

원조 증여

0.344

0.32

0.484

0.276

0.691

0.16

0.109

0.146

0.381

0.373

시장친화지수

0.947

0.922

0.869

0.943

0.906

0.978

0.989

0.989

0.976

0.978

출처) 구호와 개발 그리고 원조(박형중, 2007), 북핵 이후 북-중 관계 전망(KIEP, 2007)에서 재인용


따라서 남북 경협은 북-중 교역과 달리 북한의 개혁, 개방 유도에 큰 효과가 없는 사업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사회주의 중국은 자본주의적 경협을 자본주의 한국은 사회주의적 경협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로 갈수록 시장친화 지수 떨어져

최근 들어 한국 정부는 개성 공단 사업을 중심으로 북한 정부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07년 4월 27일 통과되고 8월 26일 시행 예정인 “개성업지구 지원법”이다. 이 법은 개성 공단을 한국 국내의 공단과 동등한 조건으로 지원할 수 있게 해놓았다. 어떻게 남한에 있는 기업과 엄연히 북한 영토인 개성에 입주한 기업이 동등한 조건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가? 이는 북한의 국가 경제 리스크가 한국의 국가 경제 리스크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다.

개성 공단 관련 은행 대출이나 담보 평가 시 북한의 국가 리스크는 반드시 반영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개성공업지구 지원법은 시장의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국가의 정책 신용도를 떨어뜨리는 데 일조할 수도 있다.

과거 우리는 먼저 경협에 나섰던 기업들(현대 등)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거액을 제공하는 등 북한 정부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여 후발 주자들에게 피해를 준 사례를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민간은 민간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북한의 시장 경제를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가로막는 도덕적 해이 조장은 경협에 참가하는 후발 기업들에게 더 큰 장애를 조성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때문에 대북 경협의 시장 친화지수가 갈수록 하락하는 것이다.

한국이 중국에 배워야 할 것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지만 중국의 대북 경협 방식도 반드시 배워야 할 듯하다. 남북 경협은 북한의 시장경제 촉진이라는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가야 한다. 때문에 현재의 시장 친화적이지 않은 남북 경협은 근본적 수술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