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협상 걸림돌 일본인 납치문제

북한과 일본의 베트남 하노이 국교정상화 실무회의의 최대 난제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다.

실무회담을 하루 앞두고 6일 열린 예비접촉에서도 단연 이 문제가 쟁점이었다. 일본은 납치문제와 국교정상화를 함께 논의할 것을 주장한 반면 북한은 절대 수용 불가로 맞섰다.

일본은 납치문제와 국교정상화를 연계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인 반면 북한은 납치문제는 이미 해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함께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양측은 첫날 납치 문제를 논의하고 이튿날 국교정상화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표면상으로는 북한의 입장이 관철된 셈이다. 하지만 일본측으로서도 회의 방식을 떠나 이번 실무회의를 통해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국제적인 쟁점으로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나쁜 상황만은 아니다. 6자회담 과정에서도 이 문제를 줄곧 거론하고 대북 에너지 지원 참여도 거부, 국제적 고립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에서 대북 압박에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양측이 이처럼 납치문제를 둘러싸고 정면 대립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우선 납치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인식이 너무나도 다르다. 북한은 일본인 납치 문제는 지난 2002년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간의 정상회담에서 정리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즉 1970년대와 80년대에 자국으로 납치된 사람은 모두 13명이며 이 가운데 8명은 사망했고, 생존한 5명은 2002년 일본으로 돌아갔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반면 일본은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는 모두 17명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측의 해명 보다 최소한 4명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북한에 대해 일본인 납치에 대한 재조사를 통한 정확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일본인 납치 책임자 인도까지도 요구하고 있다.

양측 모두 수용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이에 따라 국교정상화 실무회의 시작 전부터 협상이 납치문제라는 암초에 걸려 합의에 이르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협상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일본의 경제지원을 끌어내기 위해서도 회담이 파국으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일본도 계속해서 대북압박에 나설 경우 국제적 고립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북한과의 대화를 완전히 포기할 수도 없다. 국내적으로도 지방선거와 참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외교라인의 안정적 운용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양측이 향후 일정 기간을 정해 납치피해 재조사를 실시한다는 선에서 일단 논란을 봉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일본은 진상조사의 길을 열어 놓았다는 점에서, 북한은 조사가 마무리될 때 까지는 자신들이 밝혔던 것 이외의 다른 납치는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일본과의 국교정상화 및 경제지원을 기대할 여지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조사가 끝난 뒤다. 결과에 따라서는 갈등은 언제든지 재연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과거와 동일한 결론을 내릴 경우 일본이 조사의 객관성과 과학성 등을 문제삼고 나서면서 양측간 관계는 오히려 더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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