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평양선언 5주년…교착상태 지속

일본과 북한 양국간 국교정상화 협상 재개와 수교 후 일본의 경제협력 등을 담은 평양선언이 발표된지 17일로 만 5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가 평양을 전격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일조 평양선언에 서명했을 때만 해도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무척 높았다.

그러나 일본인 납치문제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으로 양국 관계가 최악의 상태로 후퇴한 채 진전이 없다. 2004년 5월의 고이즈미 총리의 재방북과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을 계기로 양국간 협의가 간헐적으로 있었으나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북한은 납치 피해자 5명과 가족들을 일본으로 돌려보낸 뒤 납치문제는 해결됐다는 입장인 반면 일본은 행방불명된 모든 납치 피해자의 귀국과 진상규명, 가담자 처벌 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국교정상화는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3월 하노이에서 열린 6자회담 북일국교정상화 실무회의가 납치문제에 관한 이러한 팽팽한 입장차로 결렬된데 이어 이달 5,6일 몽골에서 재개된 실무회의에서도 분위기는 다소 나아졌으나 납치문제에 대해서는 평행선을 그었다.

북한은 고이즈미 전 총리의 2002년 첫 방북시 김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를 솔직히 인정하고 사죄했다. 평양선언 채택 등으로 관계 개선의 기운이 고조된 가운데 북한은 그해 10월 납치 피해자 5명의 고국 방문을 허락했다.

고국 방문에 나선 납치 피해자들이 일본에 눌러앉은 채 가족들의 송환을 요구하자 2004년 5월에는 가족들도 귀국시켰다. 북한이 이미 사망했다고 밝혔던 8명 가운데 요코다 메구미의 유골도 일본측에 보냈다. 그것으로 납치문제는 해결됐다는 게 북한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일본은 요코다의 유골이 DNA 감정 결과 가짜라며 이의를 제기, 북한측을 분노케 한데 이어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납치 피해자 17명 가운데 남은 12명에 대한 조사 및 송환을 요구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납치문제에 관한 강경 대응을 전면에 내세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들어선 뒤 핵실험을 계기로 경제 제재조치 등을 취하자 북한은 아베 정권과는 대화할 수 없다며 6자회담에서 일본을 철저히 따돌렸다.

이 때문에 6자회담에서 핵문제 해결의 진전이 보이면서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본의 고립은 심화돼왔다. 납치문제의 진전이 없는 한 국교정상화 협상이 없다는 기본 방침으로 스스로의 발을 묶은 탓이다.

관방 부장관 시절 고이즈미 전 총리의 방북에 동행, 납치문제에 대한 강경 주장으로 국민적 인기를 끌며 일약 총리에 까지 오른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 참패의 여파로 조만간 퇴진을 앞두고 있다. 북일 관계에도 변화의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일본 정부내에서는 차기 정권을 누가 이끌더라도 ’대화와 압력’이라는 기본 방침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을 중시하며 대북 정책을 펴나갈지는 새 총리의 결단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차기 자민당 총재이자 총리로 확실시되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대북정책에 대해 “다소의 탄력적인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해 총리로 취임하면 대화 노선에 비중을 둘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도 대북 강경론자인 아베 정권이 퇴진한 뒤 온건파인 후쿠다 정권이 탄생할 경우 기존의 적대적 태도를 완화, 납치문제에 대한 어느 정도의 ’성의’를 표할 가능성이 있다. 국교 정상화를 조기에 실현해 경제지원을 얻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으로서 최대 현안인 테러지원국의 올가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테러지원국 지정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던 납치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듯한 태도를 보일 필요성도 있기 때문이다.

▲평양선언 골자

– 국교정상화의 조기실현을 위한 노력 경주. 정상화 교섭 재개

– 정상화 교섭에서 경제협력의 구체적인 규모와 내용을 성실히 협의

– 1945년 8월15일 이전에 발생한 모든 재산과 청구권을 상호 포기

– 북한은 일본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현안의 재발 방지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함

– 핵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위한 국제적 합의 준수

– 북한은 미사일 발사 동결을 2003년 이후에도 연장

– 양국간에 안전보장문제에 관해 협의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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