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국교정상화 실마리 찾을수 없나

8일 열렸던 북.일 국교정상화를 위한 실무회의가 아무런 성과없이 끝난 것은 사전에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그동안 양측은 국교정상화 회담의 최대 쟁점인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면서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이후 1년 1개월만에 재개된 양측 정부간 협상은 당초 예상대로 이런 입장차만 공식적으로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7일 첫날 회의가 파행으로 치닫으면서부터 협상 전망은 어두웠다. 일본측이 납치피해자 전원 송환 등 강경한 요구를 한데 대해 북한측이 반발하면서 오후 회담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양측은 추가 접촉을 통해 8일 낮 회담을 재개하는데는 성공했으나 회의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일본은 ▲모든 납치 피해자 귀국 ▲진상규명 ▲납치 가담자 인도 ▲납치 피해자 재조사 및 특정 실종자 조사 등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고 이에 북한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는 납치 문제에 대한 양측의 인식이 극명하게 대비되는데서 출발한다. 북한은 납치 문제가 지난 2002년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간의 정상회담에서 정리된 사안으로 보고 있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납치된 사람은 모두 13명이며 이 가운데 8명은 사망했고, 생존한 5명은 2002년 일본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는 모두 17명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측의 해명보다 최소한 4명이 많다는 것이다. 또 일부 납치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북한측 주장도 신뢰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양측이 이런 입장을 계속 고수할 경우 추가 협상이 진행된다고 해도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일본 언론이 협상에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도 이런 점들을 감안한 것이다.

다만 북한이나 일본 모두 양측간 협상이 파국으로 치닫는데 대한 부담이 있는 만큼 돌파구가 아주 없지는 않아 보인다. 양측 대표가 상대측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도 향후 추가 협상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측 대표인 하라구치 고이치(原口幸市) 일조국교정상화 교섭담당 대사는 “쌍방의 기본적인 입장을 밝히고 서로 잘못된 인상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협상의지를 밝혔다.그는 양측이 앞으로도 계속 의견교환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북한측 수석대표인 송일호(宋一昊) 조일국교정상회 교섭담당대사도 “일본측 입장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납치 피해자 재조사 문제에 대해서는 “(과거청산에 관한 논의 등의) 과정을 봐 가면서 고려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일본의 경제지원을 필요로 하는 북한과 계속 대북압박에 나설 경우 국제적 고립을 우려하고 있는 일본 모두 어느정도의 가시적 성과를 도출할 필요가 있는 만큼 약간의 진전은 기대해 볼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부 일본 언론은 양측이 향후 일정 기간을 정해 납치피해 재조사를 실시한다는 선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을 일단 봉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내놨다. 이 경우 일본은 진상조사의 길을 열어 놓았다는 점에서, 북한은 조사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는 일본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일본과의 국교정상화 및 경제지원 논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도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