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반대 집회 100일에 정부가 반성할 것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맞은 편에서 열렸던 ‘탈북자 북송반대 집회’가 24일로 100회를 넘어섰다. 중국 선양(瀋陽)에서 2월 8일에 체포된 탈북자 11명의 소식을 데일리NK가 최초로 보도한 이후 옥인교회 앞 마당은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성지 역할을 해왔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불사하며 집회 초반 국민운동의 도화선을 지폈다. 이애란 씨 등 탈북자들도 온몸을 던져 중국정부의 강제북송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차인표, 이성미, 보니엠 등 국내외 유명 연애인들까지 이곳을 찾아 지지와 응원을 보탰다. 이들의 노력 덕에 그동안 먹고 사는 일에 바빴던 우리 국민들도 재중 탈북자들이 겪고 있는 긴박한 상황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재중 탈북자에 대한 강제 북송과 보복성 처벌은 이제 우리 민족의 문제를 벗어나 국제사회의 주요 우려사항으로 확대 됐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핵심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북한·중국·한국 정부는 여전히 복지부동(伏地不動)이다. 권력유지와 국익추구 명분만을 앞세우고 있는 북한과 중국의 태도야 그렇다 쳐도, 이 집회가 100일 넘게 진행되도록 아무런 정책 전환이 발견되지 않는 우리 정부의 태도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 정치권은 십 수년째 이른바 ‘조용한 외교’라는 미명에 사로잡혀 있다.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는 ‘부처 별 역할 분담론’을 내세우며 당장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려는 관행이 엿보인다. 청와대의 주인이 누가 되던간에 ‘표’를 얻는데 별 도움이 안될 것 같은 재중탈북자 문제는 항상 정치적 소재로만 활용되어 왔다.  


많은 국민들이 탈북자 문제를 통일부에서 주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통일부는 탈북자가 국내에 입국한 이후 그들에 대한 정착 지원 업무만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 체류 중인 탈북자는 외교통상부가 담당하고 있다. 청와대는 마치 자신들이 직접 논할 필요가 별로 없는 ‘하급 이슈’를 다루듯, 재외탈북자 문제에 대해 공식 발언조차 아껴왔다. 


결국 탈북자들이 중국 공안에 체포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나 탈북자들이 중국 공안에 체포되더라도 북송되지 않도록 중국정부와 협상을 벌이는 것 모두 외교통상부의 책임으로 귀결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차원에서 예산과 조직을 적절히 배당하지 않아 외교통상부 내에서 아직까지 재외탈북자 전담 부서조차 준비지 않고 않고 있는 실정이다.


2012년 기준 국내 입국한 탈북자들을 위해 책정된 정부예산이 1230억 원 규모인데 비해 재외 탈북자들을 보호하고 한국으로 데려오는데 사용되는 예산은 고작 수십억 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나마 이 예산도 태국 등 이른바 제3의 안전지대에 있는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데 소모되는 항공료와 인건비가 대부분이다.


중국에서 탈북자가 체포되면 중국과 외교채널을 통해 ‘조용히’ 선처를 바라는 것이 지금 정부가 해왔던 일이다. 보수진영의 기대를 모았던 이명박 정부 마저 사실상 우리 정부의 관할권에 들어오는 탈북자만 보호하는 제한적 정책을 이어왔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탈북자를 북송시킬 때 마다 부상되는 ‘정부의 적극적 외교’는 지금 상황에서 공허한 주문에 가깝다. 중국 현지에서 우리 외교관들이 음으로 양으로 탈북자들을 보호 구출을 할 수 있도록 예산과 조직을 배정해 주던지, 아니면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을 강제 북송으로 인해 얻고 있는 편익을 상충시킬 만한 제안을 우리정부가 내놓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중국 정부의 외교적 판단에 의지해 가끔씩 몇몇 탈북자나 국군포로를 데려오는 것에 만족하고 있는 현 상황은 우리의 국격 수준을 스스로 갉아먹는 행동이다.


외교 상식으로 볼 때 중국 정부가 우리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이유가 우리 정부가 ‘무대책’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외교는 상대적이다. 우리가 공격하면 상대도 공격적으로 나오게 되고, 우리가 적절한 유인책을 내놓으면 상대도 그에 따라 반응하기 마련이다.


중국 정부의 탈북자 북송정책을 중단시키기 일에 민간단체의 힘으로만은 그 해법이 요원하다. 청와대부터 이 문제를 신중하게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금도 셀 수 없는 사람들이 두만강을 건너고 또 그 길로 끌려가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할 때 지체할 시간도 많지 않다. 지난 100일간 옥인교회 앞마당에서 울려퍼진 구호가 ‘4대강을 살리자’였다고 가정해보면, 과연 청와대가 지금처럼 보고만 있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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