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가족 처형說’ 새 정부가 진상규명 나서라

올해 설 다음날인 8일 고무보트를 탄 채 서해 연평도 부근에서 표류해 남쪽으로 왔다가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송환된 북한 주민 22명 전원이 북한에서 처형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관계기관들이 진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정부 기관에 의한 공식 확인, 또는 다른 대북소식통의 복수 확인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전원 처형說’을 기정 사실화 하기는 좀 이른 느낌이다. 그러나 북한에서 대내외에 공개하지 않는 정보들이 대부분 맨투맨 방식으로 확산되는 점을 고려할 때 사건의 개연성(蓋然性)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선 진상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이번 ‘처형說’은 남한 정보기관의 조사를 거쳐 북한으로 돌려보낸 사람들을 보란 듯이 즉결 처형한 내용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북측에 진상규명을 촉구해야 한다.

정보 당국은 송환된 북한 주민들의 인적 사항과 사진을 모두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에 이들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 제시를 요구해 검증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또 우리 내부적으로도 정보기관의 조사와 송환 과정에서 미숙한 대처가 없었는지, 그것으로 인해 송환된 주민들이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은 없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만에 하나 ‘처형說’이 사실이라면, 이는 김정일 정권의 야만적인 ‘황해도 주민 집단학살 사건’으로 규정될 것이다. 또한 노무현 정부가 북한의 선의만 믿고 이들을 사지(死地)로 떠밀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22명에 대한 송환과 같은 중요한 결정은 청와대의 최종 지시 없이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정보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송환된 이들은 수산사업소와 협동농장 노무자 및 그 가족들로 설날에도 조개 채취에 나선 극빈 주민들이다. 북으로 귀환 의사를 밝혀 자진해서 돌아간 일가족(청소년 3명 포함)을 정식 재판 절차 없이 몰살(沒殺)시킬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북한이 주로 반체제 사범이나 국가재산 손괴, 살인 등을 처형 대상으로 해온 전력을 볼 때, 현재로선 북한당국이 이들을 집단 탈북자로 몰았거나, 남한 정보기관과 접촉한 혐의, 또는 체제단속 차원의 군중 시범 케이스로 삼았을 가능성만 추정될 뿐이다.

이번 ‘처형說’은 그 과정이나 내용이 너무도 충격적일 뿐 아니라 진위 여부를 두고 우리 정부의 은폐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임기를 열흘 정도 남긴 햇볕정권이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 결국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가 그 책임을 떠맡게 됐다. 노무현 정부는 마지막 떠날 때까지 국민들 속 썩이는 정권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먼저 검찰은 노무현 정부가 이 사건을 처리해간 과정에서 법적 오류는 없었는지 수사에 착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 ’22명 전원 처형’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김정일 독재정권은 곧바로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할 큰 악수(惡手)를 둔 것이다.

반면 새 정부가 이 사건을 잘 처리해갈 경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국제사회로부터 지탄받아온 ‘북한인권 외면 국가’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아울러 10년간 남북관계의 잘못된 ‘갑’과 ‘을’의 위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겠다고 수차례 발언해온 이명박 당선인의 약속을 떠올릴 것이다. 새 정부가 이번 ‘처형說’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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