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지방 농장원들 “쌀보다 잣이 더 좋아요”






▲올해 수확된 가평 잣./가평군청
최근 북한에서 농민들의 외화벌이 수단으로 잣 수확이 유행하고 있다. 농장에서는 가을걷이 일손이 부족해 도시 주민들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정작 농촌 지역 주민들은 잣 수확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잣은 칼로리가 높을 뿐 아니라 비타민 B군이 풍부하며 호두나 땅콩보다 철분이 많이 들어 있어 빈혈에도 효과적이다. 남한에서는 보통 9월부터 잣 수확이 시작되고 북한에서는 10월부터 본격적인 수확철이 시작된다.


잣나무는 높이가 평균 30∼40m에 달하기 때문에 전문 작목반원이 아니면 수확하기가 쉽지 않고 사고 위험도 따른다. 잣을 따는 과정에서 추락 등으로 인한 인명사고도 적지 않다.


19일 함경도 소식통은 “지금 잣 철(수확시기)이어서 이곳 산에는 농장원들과 학생들이 나와 잣을 따러 다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며 “개인 농사가 신통치 않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자식들과 함께 위험을 무릅쓰고 잣을 따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북한은 1967년 김일성이 야산에 잣나무 밭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잣기름을 공급하라는 교시를 내리면서 잣나무를 대대적으로 심었다. 그러나 잣 수확 시기가 가을걷이와 겹치고 가격도 얼마 나가지 않아 몇몇 사람이 개별적으로 잣을 수확해 장마당에 내다 파는 수준이었다. 또 잣기름을 짤 수 있는 기계조차 변변치 않았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중국에서 기름이나 한약재용으로 잣을 찾기 시작하면서 잣 수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때부터 잣나무 소유권을 두고 주민과 군부대의 마찰이 시작됐다. 지금은 이곳은 군부대 잣나무, 저 곳은 보안소 잣나무 식으로 영역을 나누게 됐다고 한다. 결국 힘없는 주민들만 국가 기관이 소유권을 행사하지 않은 깊은 야산으로 찾아 들어가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도 “잣이 외화가 된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잣나무가 있는 산은 힘센 기관들의 차지가 됐다”며 “김정숙군 야산에는 교도대 군인들이 8월부터 무장을 하고 지키고 있으며, 후창군(현 김형직군)에 있는 잣나무 산은 경비대 군인들이 지키고 서서 사람들을 통제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잣 수확량은 예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1kg당 40위안(중국 인민폐)하던 잣은 올해 10위안 대에 팔리고 있다. 20일 현재 위안화 환율이 520원 대이기 때문에 1kg에 5200원이다. 쌀 1kg이 3000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잣이 고가의 생계 수단임을 알 수 있다.


소식통은 “잣 값이 작년에 비해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농장원들에게는 큰 밑천이 되기 때문에 검열성원들의 눈을 피해가며 잣을 따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며 “김정숙군 농촌은 물론 후창 고읍, 자강도, 함남도 부전에서도 국경을 통해 잣을 중국에 넘긴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함경남도 부전에서는 잣을 힘겹게 등에 지거나, 수레로 끌고 국경으로 오다가 보안원들에게 빼앗겨 빈손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면서 “강도를 만난 기분이겠지만 어쩔 수 있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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