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의 지속된 단속에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의류, 화장품, 가전 등 다양한 종류의 한국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의 일상에 한국 제품과 문화가 상당히 스며들었고 일종의 ‘과시용’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양강도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요즘엔 거리 곳곳에서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옷들을 흔하게 만나볼 수 있다”며 “중국으로부터 밀수 등을 통해 들어온 상품 중에 한국 옷들도 많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한국 화장품도 시장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다”면서 “한국 옷이나 화장품은 인기가 많아 제일 비싼 가격으로 팔린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기(북한)에서 잘 팔리는 한국산 가전제품으로는 밥솥, 고대기, 다리미, 면도기, 녹화기, 사진기, 전기 주전자, 기계식 녹화기 등이 있다”며 “북한에서는 한국 전자제품은 최고로 알고 있기에 어느 것이든 제일 잘 팔린다고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북한 당국의 단속이 느슨해진 건 아니다. 시장엔 보안원(경찰)들을 중심으로 단속을 진행하고 있지만, 장사꾼들은 이미 교묘한 수단을 통해 이를 피해갈 방법을 고안해 놓은 상황이다.
소식통은 “한국 상품은 매장에 내놓고 팔지 못하고 감추어놓았다가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몰래 팔고는 한다”면서 “한국산 옷을 파는 장사꾼들은 상표를 전부 가위로 잘라버리는 방법으로 단속을 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2010년대 초반 북한에서 본격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한 한국산 의류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상표 없는 옷’ ‘아랫동네(남한) 옷’ 등의 은어(隱語)로 통한다.
또한 뇌물로 이미 장사꾼들과 일종의 공생적 관계로 묶인 단속원들이 비법(불법)적 행위를 눈감아 주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이 같은 ‘한국 제품 사랑’을 부추기는 하나의 요인이라고 소식통은 지적한다.
특히 단속을 담당하는 권력기관 구성원들이 되레 당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사례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어느 동(洞) 보위지도원이 은백색의 삼성 타치폰(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걸 봤다”면서 “여기(북한)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지 않냐고 물어보니 ‘그저 게임용’이라고 답하더라”고 말했다.
북한처럼 인터넷이 되지 않는 환경에서도 SD카드에 안드로이드 패키지 키트(APK) 파일을 복사, 핸드폰 설정에서 ‘출처를 알수 없는 앱’ 설치 허용한 후 파일 브라우저를 통해 직접 설치하면 게임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또한 APK파일만 있다면 게임 이외의 다른 앱도 추가적으로 설치할 수 있다. 다만 북한 스마트폰에는 외부 APK 파일 설치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데일리NK가 입수한 북한 ‘아리랑’ 스마트폰에 직접 APK파일을 설치하려 시도했지만 ‘이 화일(파일)은 비서명화일입니다’는 메시지가 떴다.
한편 의류, 화장품 및 가전 외에 게임도 북한 내에서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이어, 소식통은 “한국이나 외국 게임은 컴퓨터나 노트컴(노트북)·손전화(휴대전화)로 할 수 있다”면서 “한국의 00무쌍 같은 게임은 아이들 사이에서는 지속적으로 인기를 끈다”고 말했다.
다만 여기서 무쌍 류 게임은 격투 액션 게임으로 주로 일본 제작사가 만든 게임이다. 한글화가 되어 있어 북한 주민들이 한국산으로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