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8년만에’ 제네바서 다시 만난다

북한과 미국이 8년만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다시 마주 앉는다.

북미 양국은 이번 주말인 9월 1∼2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들인 김계관(金桂寬)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참석한 가운데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제네바에서 북미 양자 회담이 개최되는 것은 1999년 1월 북한의 금창리 핵시설 의혹에 이어, 그 해 8월 북한의 미사일 추가 발사 문제를 놓고 김계관(金桂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찰스 카트먼 당시 미국 한반도 평화담당 특사가 마주 앉아 한 치의 양보 없는 줄다리기를 벌인 이후 처음이다.

빌 클린턴 미 행정부 당시였던 1994년 10월 강석주(姜錫柱)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로버트 갈루치 당시 미 국무 차관보가 끈질긴 협상 끝에 북핵 시설 동결과 대북 중유 및 경수로 제공을 골자로 한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Agreed Framework)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한 이후로 친다면 13년 가까이 흘렀다.

또한 제네바에서는 1999년 8월까지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가하는 한반도 4자회담도 열렸다.

2000년 들어서면서 제네바는 북핵과 한반도 문제를 다뤘던 단골 협상 장소에서 사라졌고, 이탈리아 로마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미국 뉴욕, 독일 베를린, 중국 베이징 등에게 그 자리를 넘겨준 바 있다.

8년만에 다시 제네바를 양자 회담 장소로 정하는 된 데는 무엇보다 북한의 희망이 작용했다.

이번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와 관련해 북한과 미국은 당초 동남아 제3국을 개최지로 검토하다가, 미국이 북한의 희망을 받아들여 제네바로 회담장소로 선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실무그룹 회의가 비록 북핵 6자회담의 하위 회담일 뿐아니라, 5개 실무그룹 회의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6자회담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북한이 제네바 기본합의를 통해 제1차 북핵 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던 제네바를 굳이 선호하는 배경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번 실무회의는 북핵 2.13 합의에 따른 비핵화 2단계 이행 방안인 북한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의 전면 신고와 더불어,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철회 및 적성국 교역법 적용 해제를 포함한 관계 정상화 문제가 깊이 있게 협의된다는 점에서 그 비중이 1994년 북미 고위급 협상에 못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2002년 10월 제2차 북핵 위기를 촉발했던 북한의 UEP(농축우라늄프로그램) 의혹이 다뤄질 것으로 보여 이번 제네바 회의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금까지도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를 가장 성공적인 대미 협상으로 평가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제네바의 상징성’을 활용해 이번에 뭔가 ‘제2의’ 북미 합의를 이끌어 내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번 회의의 비중 때문인 듯, 벌써부터 제네바에서는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많은 취재진이 모여들고 있으며, 이번 북미 회의를 지원하게 될 양국의 주제네바 대표부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8년만에 제네바를 다시 찾게 되는 김계관 부상을 수석대표로 한 북한 대표단은 회의 개막을 이틀 앞둔 30일 저녁 늦게 제네바에 도착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대표단은 이날 오전 평양을 출발, 베이징과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제네바에 오게 된다.

미국 수석대표로는 처음 제네바를 방문하는 힐 차관보를 비롯한 미국 대표단도 이날 저녁 워싱턴을 출발해 31일 낮 제네바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까지 전해진 바에 따르면 첫 날 회의는 미국 대표부에서, 둘째 날 회의는 북한 대표부에서 각각 진행되게 된다. 그리고 북미 양국 대표단의 숙소의 경우 북한 대표단은 북한 대표부, 미국 대표단은 제네바 시내의 고급 호텔에서 각각 머물게 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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