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6자회담 수석대표 `도쿄회동’할까

도쿄(東京)에서 9∼13일 개최되는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가 갑작스레 주목받고 있다.

위폐 공방으로 북핵문제가 장기 교착상태에 들어간 가운데 이 회의에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물론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양국 수석대표간 ‘회동’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힐 차관보의 NEACD 참석은 확정적이며 우리측에선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천영우(千英宇) 외교통상부 외교정책실장이 참석한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러시아 외무차관의 참석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교도통신은 김 부상이 회의 참석을 위해 입국심사 절차를 진행중이며 일본 정부가 금명간 그의 입국을 허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날 보도했다.

최종적으로 중·러 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불참한다고 하더라도 회의 개최국인 일본의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포함하면, NEACD는 적어도 남북한과 미국, 일본 4개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얼굴을 맞대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NEACD는 민간차원의 학술회의이기는 하지만 관례적으로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6개국의 정부 관료들도 참석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는 자리로 활용해 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아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김계관 부상의 참가가 확정되면 NEACD는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만나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이번 회의가 정부와 민간이 참여하는 이른바 ‘1.5트랙회의’여서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겠지만 북핵 교착상황을 뚫기위해 가능한 한 많은 양자, 다자회담을 주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NEACD 회의장이 아닌 별도의 장소에서 김계관-힐 회동이 이뤄질지 여부다.

북한이 이번 회의에 이례적으로 김 부상 이외에 자국의 6자회담 차석대표인 정태양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까지 보낸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회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러나 북미가 별도의 회동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서로가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이날 내외신 정례브리핑에서 “(북미 수석대표들이 참석한다면) 자연스런 계기에 대표들간에 의견교환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것도 ‘과잉 기대’를 경계한 언급으로 보인다.

동북아의 최대 안보 이슈인 북핵문제는 지난해 9월 제4차 6자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담은 공동성명이 채택되면서 급진전되는 듯 했으나 미국이 위폐문제를 제기해 쟁점화하고 북한이 이를 압박외교라며 맞서면서 대화는 사실상 단절되고 대결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북한은 위폐 문제와 관련, 초기에는 사실무근이며 중상모략이라는 입장을 보였다가 지난 달 7일 뉴욕접촉에서 일정 수준에서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을 인정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체면치레용’ 수습책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미 행정부가 위폐사건의 촉발제 격인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 사건 조사 결과 발표를 늦추면서 근본적인 해결을 주장하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자 북한은 점차 그에 ‘대응’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정부는 북핵문제가 장기간 정체되고 북미간에 대결이 구조화되는 현재의 상황을 돌파하려면 현실적으로 북한을 설득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 하다.

미국의 입장이 단호한 상황에서 북한이 핵문제에 분명하게 성의를 보이고 개혁개방 의지를 나타낸다면 위폐를 포함한 미국의 대북 압박이 완화돼 상황이 호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북한을 향한 ‘쓴 소리’를 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장관은 이날 통일교육협의회 초청 강연에서 “북한은 핵 문제와 금융조치 문제를 연계해 미국이 금융조치를 풀지 않으면 6자회담에 못 나오겠다는 것인데 과연 그것이 현명한 판단인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면서 “북한의 자기 판단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북한을 직접 겨냥했다.

따라서 우리측은 NEACD 회의기간 가능한 한 모든 채널을 동원해 대북 설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 측의 천영우 수석대표는 회의기간 힐 차관보와도 접촉을 갖고 미국도 유연성을 보일 것을 주문할 예정이어서 북한의 ‘결단’이 있을 경우 NEACD가 의외의 성과를 거두는 ‘장외 북핵회담’의 장이 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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