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회담 고비마다 선택된 베를린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전격 회동한 베를린은 북한이 안심하고 국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중요한 고비마다 베를린을 회담 장소로 선택했다. 이번에 다시 베를린에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간 직접 대화가 이뤄짐으로써 6자회담 재개와 북-미 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 지 주목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베를린을 북-미 회담 장소로 선호해왔다는 점에서 미국이 베를린 양자 회동에 응한 것은 북한과 신뢰구축 작업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북한과 미국은 지난 1994년 제네바 핵협상 타결 이후 1995년에 경수로 회담을 베를린에서 열었으며 1996년 4월에는 1차 미사일 협상을 개최했다.

1998년 3월에는 베를린에서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열려 교착상태에 빠졌던 미사일 회담을 다시 열기로 합의하고 대(對)북한 경제제재 완화 등의 관계 개선 문제를 논의하는 등의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또 1999년 9월 베를린에서 열린 북-미 미사일 협상이 타결된 바 있으며 2000년 1월에는 북-미 간 고위급 회담 개최가 성사됐다.

특히 김계관 부상은 1999년과 2000년, 미사일 협상 타결과 고위급 회담 개최 합의 때에도 북한측 대표로 협상에 참여했다. 김 부상은 당시 특유의 배짱과 노련함으로 협상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미국 측 대표는 찰스 카트먼 한반도 평화회담특사가 맡았다.

독일 통일 이전까지만 해도 베를린은 북한이 유럽으로 진출하는 관문 역할을 했다. 동독 주재 북한 대사관은 유럽의 외국 공관 중 러시아 대사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 바 있다.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동독 주재 북한 대사관은 철수하고 1991년 1월부터 그 자리에 북한 이익대표부가 설치됐다. 2001년 3월 북한과 독일이 수교한 이후에는 북한 이익대표부는 대사관으로 승격됐다.

독일 주재 북한 대사관과 미국 대사관은 베를린 중심가 운터덴린덴 거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으며 양국 대사관은 회담 장소로 번갈아 가면서 이용되고 있다.

미국도 회담 장소로 베를린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과거 동서 냉전의 최전선이었던 베를린의 미국 대사관은 보안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독일 주재 미국대사관은 아직 북-미 협상에 대해 어떠한 내용도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미국 대사관 관자는, 북-미 회담 결과는 워싱턴의 국무부를 통한 발표를 원칙으로 한다는 답변만 했다./베를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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