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핵협상 급진전..남북관계는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 프로세스가 급진전되면서 새 정부 들어 냉각기가 지속돼온 남북관계에도 `순풍’이 불 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북한이 핵프로그램 신고 검증에 필요한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미국에 제공하면서 북.미협상에 적극적 의지를 과시한 반면 남측에 대해서는 비방을 계속하는 등 적대적 자세를 견지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상호주의에 근간한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할 지도 주목된다.

이런 관심은 정부의 `비핵.개방 3000’구상과 맞물려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정부의 대북정책 최우선 순위가 비핵화며 북한이 비핵화 과정인 핵프로그램 신고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북 측의 현재 움직임은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아 떨어지는 것으로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해 온 정부 입장에서도 대북 스탠스를 좀더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북한의 식량난에 대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당국자들의 입에서 `상호주의’란 용어를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비핵화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해도 당장 남북관계에까지 순풍이 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촉구해온 북한의 `태도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으며 북한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감에도 변화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 그 첫째고, 북한이 방북한 성 김 미 국무부 과장에서 핵 신고 자료를 제공한 것은 `싱가포르 합의’의 이행 과정으로 충분히 예견됐던 점이라는 게 두번째 이유다.

이 때문에 북.미협상 진전에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당장 바뀌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은 10일 “`싱가포르 합의’는 북.미관계의 진전상황을 예고했던 것”이라면서 “지금은 북.미관계 진전상황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며 우리 정부로서는 예견했던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 실장은 이어 “현재로선 대북정책 기조가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의 대남 태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지 않은 데다 북.미관계 개선 상황에서 그것을 뛰어넘는 제안을 (북한에) 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북한 역시 계속 북.미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남북관계에서는 대결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9일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영도 과정에 핵억제력을 갖추었지만” `선군’이 곧 핵무장화는 아니므로 “미국이 극적으로 움직이면 틀림없이 조선(북한)도 극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며 북.미관계 개선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그러나 북한 식량사정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을 통해 경색된 남북관계의 개선을 꾀할 가능성이 차츰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핵협상 진전과 함께 조만간 50만t 가량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내주 중 한.미가 워싱턴에서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어서 그 같은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 핵문제와 연계하지 않고 추진해 나간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북한이 지원을 요청해오면 인도적 차원에서 검토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9일 “언제든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해서는 한.미 간에 어떠한 전제조건도 두지 않는다”면서도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북 측으로부터 요청을 받아야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로선 북한이 먼저 식량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북한에서 아사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북한의 요청이 없더라도 `긴급 식량지원’ 형태로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정부가 직접 나서기 보다는 대북지원 민간단체나 적십자사를 통해 `몇 십만t’ 규모가 아닌 `몇 만t’ 규모의 식량을 긴급지원할 수 있어 ‘북한의 요청이 없어도 지원할 계기’는 있다는 것이다.

한 정부관계자는 “남북관계에서 여론의 향배를 주시할 수밖에 없다”면서 “인도적 지원에 대한 여론의 변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인도지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을 간접 지원하거나 미국의 대북지원에 동참하는 등의 `우회로’를 찾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비핵화 과정과 맞물려 정부로서도 기존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인도적 지원문제를 통해 경색된 남북관계를 서서히 풀어갈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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