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핵무기 협상보다는 ‘독설’戰”

“넌 친구도 없지? 이 꼬마야!” “넌 돈이나 쓰는 할머니야!”

북한과 미국은 최근 시소 놀이를 하듯 독설을 독설로 맞받아치는 외교 전술을 보여주고 있다.

24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은 이같이 유치한 ‘말싸움’이 미국과 북한의 오래된 외교 버릇이지만, 이 때문에 정작 중요한 핵무기 문제가 잊혀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북핵특사였던 로버트 갈루치 맥아더재단 회장은 1994년 북핵협상을 떠올리면 웃음이 나온다면서 당시에도 통역에 어려움이 따를 정도로 설전이 오갔다고 말했다.

서로 헐뜯고 위협하기는 미국과 그 적대 국가들이 국제 무대에서 자주 보여주는 외교 행태로, 마치 ‘서양 우월감’에 가득찬 아이와 ‘잘 놀 줄 모르는’ 숙맥들이 다투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동안 소련, 쿠바, 베네수엘라, 이란, 이라크 등이 미국에 도전했었지만, 그 중 최고는 단연 북한이다.

과거 북한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외교 낙제생”, “무례한 정치 무식쟁이”, “기본적인 이성과 도덕성이 없고 인간으로서 자각을 못하는 바보”라고 힐난한 바 있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식탁에서 버릇없이 구는 아이”라고 부른 것에 대한 보복이었다.

1968년 박중국 전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린든 존슨 전 미국 대통령을 “전쟁광”, “살아 있는 시체”라고 깎아 내리기도 했다.

북한의 독설은 23일 북한 외무성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을 비하한 말에서 절정을 달렸다.

클린턴 국무장관이 20일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을 “관심을 끌려는 꼬마와 철부지 10대들”이라고 표현하고 23일에는 “그들에게 남아 있는 친구는 없다”고 꼬집자 북한도 강도 높은 수사를 동원해 응수한 것.

북한 외무성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클린턴의 말에서 기본적인 예의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하고 클린턴을 “그 녀자”로 부르고 “때로는 소학교 녀학생 같아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장마당에나 다니는 부양을 받아야 할 할머니 같아 보이기도 한다”며 조롱했다.

‘장마당에나 다닌다’는 표현은 쇼핑에 심취한 사람들을 경멸하는 공산주의자가 할 수 있는 가장 모욕적인 말이다.

하지만 클린턴 장관의 말에 기본적인 예의가 결여됐다는 지적은 새겨들을만 하다고 미첼 러너 오하이오주립대 외교역사학자가 말했다.

러너는 “북한 외교가 협상을 중시하기 보다는 내부와 동맹국들에 ‘인상’을 심어주는 데 집중한다는 점을 미국이 오랜 시간 잊고 있었다”면서 “북한은 정치.경제 체제가 불안정해 질수록 적대국에 호전적인 말을 던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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