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합의 승인여부와 美의회-日 변수

핵 프로그램 신고와 관련해 사실상 잠정합의된 북.미 싱가포르 협상내용이 최종 확정되기 위해서는 미국 의회와 일본이라는 두 가지 변수를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 내부에서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시리아 핵협력 의혹을 ‘간접시인’이라는 우회적 방식으로 신고하는데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존재하고 있다.

또 일부 강경 의원들은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해 핵 문제 뿐 아니라 다른 현안에서도 북한이 진전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다른 조건을 내걸고 있기도 하다.

다른 현안 가운데 가장 큰 이슈는 역시 일본인 납치문제다. 일본 정부는 현재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문제와 ‘일본인 납치문제’를 사실상 연계시켜놓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물론 의회를 상대로 일본인 납치문제에 있어 뚜렷한 진전이 있기 전에 테러지원국 해제가 가시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일본 외상은 지난 4일 유명환 외교장관과의 도쿄 회담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물론 최종 결정은 미국이 할 문제지만 미국측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경우 일본의 입장을 고려해야할 것”이라며 “일본과 미국이 긴밀히 연락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싱가포르 합의를 정식 승인하는 것에 신중한 행보를 하고 있는 것도 일본 정부의 입장 등을 배려한 전략적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도 하고 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 임기내에 북핵 사태의 뚜렷한 진전을 이루려는 미국측이 일본인 납치문제를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직접 연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문제는 미국 의회에서 부시 행정부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의 첫 절차인 ‘의회통보’에 즈음해 ‘반대입법’을 하려할 경우이다.

일본 정부의 입장 뿐 아니라 부시 행정부가 시간에 쫓겨 북한과의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는 비판적 의견이 미 여론주도층에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 의회의 향후 동향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 협상을 마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장관이나 그의 상관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언행에 주의하고 있다.

힐 차관보는 9일 베이징 미국대사관에서의 기자회견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본국으로 돌아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보고하고 국회 청문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의회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예우를 차려 ‘이 정도 내용이면 잘 처리해달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결국 미국내 협상파들이 싱가포르 협상내용을 진지하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할 경우 약간의 진통은 있을 수 있지만 미 회의의 동의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게다가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의 입을 통해 “10.3합의 이행을 완결하는 데서 미국의 정치적 보상조치와 핵신고 문제에서 견해 일치가 이룩됐다”고 밝히고 나서는 등 분위기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변수로 풀이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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