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테러지원국 해제’ 별도 약속있나

제6차 2단계 6자회담의 성과를 담는 합의문에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시한을 명시하지 않는 쪽으로 참가국 대표들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자 북한이 왜 그런 합의문을 수용했는 지에 외교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의 양보’가 극적 타결에 큰 요인이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미국과 북한이 이 문제를 두고 ‘양자차원의 약속’을 주고받지 않았을까 하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잠정 합의문 타결 직후 서둘러 워싱턴으로 향하면서 북한과 미국의 협상결과가 더욱 주목되고 있다.

일단 9월초 북.미 제네바 합의에서 양측은 테러지원국 해제와 관련해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와 신고를 연내에 마무리짓는 것을 전제로 미국도 테러지원국 해제 등을 가급적 연내에 취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테러지원국 연내 해제’를 의미하는 문구를 6자차원의 합의문에 담자고 주장한 것을 미국이 국내사정을 이유로 거부하면서 양측간 신경전이 팽팽하게 전개됐었다.

결국 합의문에는 시한을 명시하지 않는 쪽으로 정리됐다. 실제로 불능화와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를 같은 차원에서 연결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

불능화는 핵시설이라는 물체에 대해 물리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것인 반면 테러지원국 해제는 추상적이고 정치적인 판단을 요하는 정무적이며 법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런 논리적 설명을 북한이 수용, 합의문에 시한을 명시하지 않았다는게 정부 소식통들의 설명이지만 그다지 설득력은 얻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북핵 협상에서 북한이 보여준 태도를 감안할 때 ‘확실한 것을 손에 쥐지 않고’ 양보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게 외교가의 시선이기 때문이다.

천 본부장은 이에 대해 “그것(테러지원국 해제 등)은 양자간에 한 것이니 당사자가 안다. 양자가 제네바에서 합의한 내용을 본문에 명시하는 것을 고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교소식통들은 미국 대표단이 고육책으로 ‘적절한 보증’을 북한측에 해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보증 방법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보다 높은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연내에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가 완료된다면 북핵 협상의 최종단계인 핵폐기로 접어드는 만큼 장관급 이상의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달말이나 다음 달초에 열리게 될 6자 외무장관회담이 주목된다. 만일 이 자리에서 미국측이 테러지원국 해제 등 북한이 강력히 요구하는 안보적 조치에 대해 ‘높은 차원의 약속’을 할 경우 북한 협상팀의 입지도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 소식통은 “우리도 북한이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것을 수용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도 “하지만 이 시점에서 미국이 북한에 테러지원국 문제와 관련해 특별히 해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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