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터프하고 직접적인’ 협상 물꼬트나

버락 오바마 차기 미국 대통령 진영이 표방한 ‘터프하고 직접적인’ 북미 협상의 틀이 구체화되는 느낌이다.

6자회담의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양자협상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를 반영하는 변화된 협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미국이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주 이례적으로 차기 6자회담의 일정(12월8일)을 확정해서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해야 할 일을 먼저 한 것이다. 물론 부시 행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에 비핵화 2단계를 매듭짓겠다는 의욕에서 초래된 일로 해석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회담 일정을 결정하지 못하는 중국을 의식하지 않겠다는 뜻도 엿보였다.

오바마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보다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협상을 추진해 정리할 것은 정리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진 것이다.

북한도 화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한과 미국은 6자 수석대표회담이 열리기 전인 내주중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간 양자회담을 열어 검증의정서의 문안을 최종 확정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라이스 장관은 26일 기존의 미.북간에 합의됐던 북핵검증과정에 대한 내용을 6자회담에서 합의서로 작성, 서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가 합의한 내용을 6자회담에서 추인하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2007년 1월 북.미 베를린 회담에서부터 6자회담의 성격변화가 있어왔지만 미국은 당시 ‘6자차원의 양자접촉’임을 극구 강조했었다.

결국 라이스 장관의 입을 통해 현재의 6자회담 성격을 확인한 것은 앞으로 북.미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시사해주는 대목일 수 있다.

라이스 장관이 “나는 어제도 차기 정부인수팀과 논의했고, 모든 정책과 이슈를 그들에게 이양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이에 따라 6자회담에 앞서 열릴 북.미 회담에서는 검증의정서와 관련된 최대의제인 시료채취(샘플링) 문제에 대한 마지막 절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증의정서 문안에 ‘시료채취’라는 네 글자가 포함될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내용적으로 이를 담보할 수 있는 ‘과학적 절차’나 ‘검시’ 등의 표현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요한 것은 북.미가 합의하고 6자가 추인하는 검증의정서가 채택되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북.미간에 ‘터프하고 직접적인’ 협상이 진행되는 국면을 상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북한은 최근 시료채취 문제와 관련된 일련의 성명에서 ‘조미(북.미)간의 평양합의’에 불만을 가진 ‘일부 세력들’에 대해 노골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이는 미국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일본이나 한국 등 ‘시료채취’를 강조하는 나라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주요 현안이 북.미 양자협상에서 처리될 경우 6자회담은 필연적으로 큰 성격변화를 겪게 될 전망이다.

6자회담이 북.미 합의를 추인하는 공간 외에도 동아시아의 다자안보협의체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진보센터(CAP)와 함께 오바마 당선인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브루킹스연구소는 26일 발간한 `변화된 세상 새로운 국제협력시대의 행동계획’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오바마 당선인은 취임하면 아시아 강대국들과의 협력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6자회담을 지역기구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27일 “얼마전 국제학술회의에서 만난 오바마 외교팀 관계자에게 ‘오바마-바이든 플랜’에서 제시된 ‘터프하고 직접적인(tough and direct)’ 외교의 의미를 묻자, 더 많이 주고 더 많이 받아내는 협상의 의미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주저함이 없는 외교, 결과를 만들어 내는 협상이라는 뜻이라고 김 연구위원은 해석했다.

이럴 경우 과감한 북.미 협상을 주도할 주역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며 자연스럽게 2005년 이후 6자회담에서 적극적인 북.미 협상을 이끌어온 힐 차관보의 역할과 향후 거취가 화두에 오른다.

특히 ‘인사권 행사’를 보장받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가 힐 차관보의 후견인으로 알려진 리처드 홀브룩 전 유엔대사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힐 차관보가 앞으로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승부사 기질이 다분한 힐 차관보가 오바마 시대를 맞아 ‘터프하고 직접적인’ 북.미협상을 계속 이끌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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