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조만간 회동..`핵신고’ 합의도출 주목

“큰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안심하기 이르다.”

정부의 고위 소식통은 4일 북한과 미국이 내주초 동남아시아의 한 도시에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을 전하면서도 회담 전망에 대해서는 100% 낙관하지 못했다.

북한이 그토록 부인하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시리아와의 핵 협력 의혹을 속시원하게 털어놓지 않을 가능성이 큰데다 미국내 동향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는 게 그 근거였다.

이 소식통은 북.미 회동 장소에 대해서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가 아니면 북한 공관이 있는 쿠알라룸푸르나 싱가포르 등에서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싱가포르에서 만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북.미 회동의 특성상 막판에 변동이 생길 수도 있다”고 전했다.

두 사람간 회동은 8일로 예상되지만 이르면 7일 저녁부터 만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이 성사되면 UEP 및 시리아 핵협력 의혹 등에 대한 북.미 간 이견으로 시한인 작년 말을 석달 이상 넘겨 지연되고 있는 핵프로그램 신고 문제가 최종 타결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고 있는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부상과의 회동 가능성을 확인한 뒤 “미국은 빠른 시일 안에 북한의 핵신고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북.미) 양자대화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신고서 제출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회담이 돼야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핵신고 문제는 북한이 지난달 미국과의 제네바회동과 이후 뉴욕채널을 통한 물밑접촉에서 핵 신고서에 플루토늄 뿐만 아니라 UEP와 핵협력 의혹 항목을 포함시키고 특히 UEP와 핵협력 의혹 등 민감한 사안은 이른바 `간접시인’ 방식으로 `비밀문서’를 통해 신고한다는데 동의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현재 3개 항목에 대한 협의를 하면서 정리된 내용을 문안으로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플루토늄 항목은 대부분 채워졌고 UEP 부분과 핵협력 부분에서도 많은 내용이 정리됐으나 일부 부분에서 입장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 소식통은 “미국이 확보하고 있는 자료(대부분 정보 당국이 확보한 내용)는 매우 사실적이며 구체적인 것들이 많으며 이를 토대로 북한과 협의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우라늄농축 항목과 관련해 파키스탄으로부터 구입한 원심분리기와 러시아 등으로부터 밀수한 알루미늄관의 실체를 포함해 매우 신빙성있는 자료를 갖고 있는 미국이 북한과의 협의에서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의 고민과 과거 일본인 납치 문제를 시인했다 당한 어려움 등을 감안해 ‘우회적인 시인’ 방안을 채택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과거 1972년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상하이 공동성명을 발표한 사례가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성명에는 “미국은 대만 해협 양안의 모든 중국인이 하나의 중국만이 존재하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한다는 것을 접수한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입장에 대해 도전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접수한다’는 ‘acknowledge’로, ‘도전하지 않는다’는 ‘does not challenge’로 표현됐다.

따라서 ‘북한이 우라늄 활동과 핵확산 활동에 개입했다는 것이 미국의 이해사항’이라고 기술하고 북한은 이런 내용을 ‘반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아 양측의 입장을 절충하는 정치적 타협을 시도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우라늄농축과 핵협력 항목의 문안이 최종적으로 작성되더라도 북한 수뇌부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지와 미국 내부의 강경파들이 반발할 가능성 등이 과제로 남는다.

이 때문에 미국측은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해서는 보다 분명한 표현이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반박하지 않는다’는 제3자적 표현과 관련, ‘이해했다’ 또는 ‘인정했다’, ‘인식하고 있다’ 등 다양한 표현을 놓고 수위조절 과정에서 양측의 줄다리기가 첨예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외교소식통들이 전했다.

어찌보면 사소한 것 같지만 핵 신고서에 담기는 내용이 추후 검증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북한측은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예를 들어 우라늄농축시설을 검증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시설들이 북한 군과 관련이 있을 텐데 이 경우 북한 군부가 가만히 있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북한 군부의 동의가 가장 절실히 필요한 대목이라는 얘기다.

만일 북한 군부가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힐 차관보와 최종 타결한 문안에 대해 막판에 거부의사를 밝힐 경우 협상은 언제든 원인무효가 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그러나 북한측이 이미 신고서에 우라늄농축과 핵협력 부분을 담기로 동의한 만큼 미국내 동향 등을 감안할 때 상당한 수준에서 표현문제가 타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이처럼 긍정적인 쪽으로 방향을 돌린데는 6자회담 의장국 중국의 역할이 주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성명 방식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도 중국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최근 중국은 ‘물리적 영향력’을 적극 동원해 북한 설득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물론 8월에 열릴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북핵 문제의 안정적 관리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현실적 필요성에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신고협의가 타결될 경우 이후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 착수나 6자회담 재개 가능성 등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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