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입장차 팽팽…어떻게 풀릴까

북핵 불능화 및 신고방안과 이에 대한 정치.안보.경제적 보상조치를 담은 합의문 도출을 논의하고 있는 제6차 2단계 6자회담이 사흘째에 접어들면서 핵심쟁점들이 서서히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비핵화 실무그룹회의와 제네바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회의, 미.중.러 전문가 기술팀의 방북 등으로 이견을 좁혀와 손 쉬울 것으로 예상됐던 이번 회담이 중요 쟁점에서 입장이 팽팽히 맞서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28일 “북한과 불능화 수준에 대해 합의한 것은 아니다”라며 “솔직히 (불능화 수준에 있어) 우리는 더 원하고 북한은 덜 원한다”고 말해 북.미가 서로 더 많은 성과를 챙겨가기 위해 기싸움을 벌이고 있음을 짐작케했다.

◇암초된 ‘테러지원국 연내 해제’ 명시 =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연내’에 해제한다는 대목을 합의문에 명시할 것인지 여부가 이번 회담 합의문 작성작업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로 부상했다.

북한은 ‘황소의 거세’라고까지 평가하는 핵시설 불능화의 결단을 내린 만큼 미국도 대북정책의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을 보여달라며 연내 테러지원국 해제의 합의문 명시를 요구하고 있다.

‘2.13합의’가 핵시설 가동중단과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이라는 북.미 간 요구 사항의 맞교환이었던 만큼 이번에는 불능화와 테러지원국 해제가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2.13합의’가 올해 1월 북.미 간 베를린 합의를 토대로 이뤄졌던 만큼 이번에도 연내 북핵 불능화와 테러지원국 해제에 의견을 모았던 제네바 협의에 따라 합의문이 작성되어야 한다는 것이 북측의 입장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3일 제네바 회담에 대해 “조(북)미 쌍방은 연내에 우리의 현존 핵시설을 무력화하기 위한 실무적 대책을 토의.합의했다”며 “그에 따라 미국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우리나라를 삭제하고 적성국무역법에 따르는 제재를 전면 해제하는 것과 같은 정치경제적 보상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미국은 테러지원국 해제는 미 행정부의 고유한 정책결정 사안이고 지금도 ‘테러와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목록 신고 조치를 취하면 그에 따라 테러지원국 해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불능화와 신고조치를 취한 뒤에도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를 하지 않을 가능성을, 미국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했음에도 북한이 제대로된 불능화와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북.미 간의 상호불신이 이번 회담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 고위당국자는 “지난번 BDA 같이 북.미 간에 합의가 있었다는 것을 우리가 다 알고 미국이 6자가 모인데서 밝혔지만 합의문서 속에 들어갈 필요가 없거나 들어가기를 당사자가 원치 않는 것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며 ‘2.13합의’때 BDA방식으로 문제가 풀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비교적 수월한 비핵화 협의 =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바윗덩어리만 밀어내면 `연내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목록 신고’라는 비핵화 프로세스는 협상의 탄력성 속에서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만 풀리면 북한을 움직이기가 비교적 수월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비핵화 실무그룹회의와 제네바 북미관계 정상화 실무그룹회의, 미.중.러 전문가 기술팀의 방북 등을 통해 마련된 한국과 미국, 북한의 구체적인 안들이 기술적인 절충작업을 통해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불능화의 수준과 대상 등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불능화 문제와 관련, “빼는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이냐 같은 것이 간단히 합의가 안되는 것”이라며 “아무래도 북한은 (관련 장비를) 뺏다가 언제든지 다시 끼울 수 있게 하고 싶겠지만 우리는 한번 빼고 나면 다시 갖다끼우기 정말 어렵게 만들고 어디 멀리로 치우고 싶은 것”이라며 회담이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힐 국무부 차관보는 27일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 핵시설 불능화 방법에 대략적인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하기도 해 이 문제는 비교적 수월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핵프로그램 목록 신고문제는 불능화보다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고의 과정은 초안 성격의 신고서 제출 후 논의를 거쳐 연말까지 최종 신고를 하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느 수준의 핵프로그램까지 신고할 것인지 하는 문제와 신고 후에 이어질 검증 작업 등은 난항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실제 미국 등은 신고목록과 관련해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 문제 뿐 아니라 과거 핵을 검증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록까지 요구하고 있으며 북 측은 검증 부분 등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28일 “상황은 계속 바뀔 수 있고 유동적이니 뭐가 쟁점이다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불능화 합의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노력 필요하다”고 말했다./연합